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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 대하여


야생 포켓몬들은 너무나도 강력하고, 산세가 험한데다 일년 내내 눈이 내리는 은빛산.

사람들이 오지 않는 만년설의 산.

간혹 용감하게 산에 도전했던 사람들은 야생 포켓몬들에게 공격받아 죽기 진적의 상태 포켓센에 실려오는 결과가 대부분.

그런 은빛산 정상에 있는 작지 않은 동굴에 사람이 살고 있다.


* * *


「코토네라고 했지? 벌써 7개의 배지를 가지고 있는 걸 보니 실력은 제법인 모양이지? 자, 여기까지 왔으니, 나와 승부다.」


성도의 8개의 배지를 손에 넣고, 관동의 마지막 관장 그린씨와의 힘겨운 배틀 끝에 결국 이길 수 있었다.


그린씨는 제법이라는 말과 함께 그린배지를 나에게 넘겨 주었다. 그리하여, 성도와 관동의 16개의 배지를 모두 가지게 된 나에게, 그린씨가 말을 꺼냈다.


「너라면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네?」


누구를요? 뜬금없는 그의 말에 무심코 되물었다. 그린씨는 꽤 복잡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기에, 영문을 모르는 나는 그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은빛산에 가 봐.」

「은빛산이라면…무진장 위험하다고 입구도 막고 있던 그곳이요?」

「너 정도의 실력이라면 막지 않아.」

「굉장히 춥다고 들었는데…굳이 가야할 이유가 있나요?」

「─은빛산 정상까지 가면 알게 될거야.」


결국 은빛산 정상에 누군가가 있고, 「너라면」이라고 말했을 정도니, 그 사람은 그린씨도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 말이 된다. 그린씨가 이기지 못할 사람이라면……3년 전 로켓단을 쓰러뜨렸다면 그 「레드」라는 사람일까? 홍련에서 그린씨가 「레드때문에 챔피언 자리에 있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었고.


「레드, 라는 사람이 그곳에 있나요?」


나의 물음에 그린씨는 작게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맞아, 레드 녀석이 그곳에 있어. 그 사람이 그렇게 강해요? 너는 성도에서 왔으니 잘 모르겠지만, 그 녀석은 관동 지방의 챔피언이다. 네? 그렇지만 챔피언은 와타루씨…….


내가 성도의 여덟 배지를 막 모았을 때 만났던 사천왕들과 와타루씨를 떠올리며 물었다. 내 물음에 그린씨는 흥, 하고 콧방귀를 뀌며 대답해 주었다.


「그거야 레드 녀석이 자기에겐 그런 자리가 안 어울린다고, 수련하러 간다고 훌쩍 떠나버리는 바람에 졸지에 공석이 되어버린 자리를 와타루씨가 맡아준 거지. 원래대로라면 그 자리는 내가 맡았어야 하는데, 보다시피 난 체육관 관장 자리를 맡고 있으니까.」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엄청나게 골치아팠다며 그린씨가 툴툴 거렸다. 그것때문에 협회도 발칵, 관장들이 모두 모여 고심한 끝에, 대대적인 인력이동과 함께 상황이 현 상태로 정리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런 자라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녀석이 강하긴해도,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에는 영 젬병이라서. 챔피언같이 대외적인 활동이 필요한 위치에는 절대 안 어울려. 고개를 휘휘 저으며 말하는 그린씨의 표정은 말과는 달리 레드라는 사람에 대한 호감이 깔려있었다.


두 사람은 무슨 관계일까? 여자로서의 촉이 예민하게 반응하며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지만, 그린씨에게 체육관의 트레이너가 도전자가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전해주어, 어쩔 수 없이 대화는 끊겼다.


그린씨는

「쉽지 않을 거다.」

라는 말과 함께 장난스럽게 웃으며 나를 내보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수없이 빙글빙글 돌아 체육관을 나서니, 바쁘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도전자들이 그린씨에게 가기위해 여기저기서 빙글빙글 돌며 이동하고 있었다.


좋았어, 다음 목적지는 은빛산으로!


「일단 포켓센부터 들려야 겠다;;;;」

에도라스에 떨어진 나츠는 마력을 무한히 가진 성자로 추앙받으면서 성에 갇혀 마력을 뽑히는 고통+향수병 등등으로 피폐해지고 있고, 그 와중에 그레이도 에도라스에 떨어져서 나츠에 대한 얘길 듣고 에도라스의 페어리테일과 손잡고 나츠를 구출하려고 작전을 펼치는데...!




수많은 악몽을 꿨다.

눈을 뜨면 미라젠이 "잘 다녀왔니?"하고 물어보지. 그래서 이번엔 이그닐을 찾을 줄 알았는데-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시작해. 그걸 들은 루시가 웃고, 엘자도 웃고, 그레이도 웃고, 할아범도 웃고, 페어리테일의 모두가 웃고 있어. 모두가 내 곁에 있어. 다들 내 이름을 불러줘. 나를 웃으면서 바라봐줘. 날 좋아해줘. 너무나 행복해서 이대로 머물고 싶은 그런 따뜻함이지만, 그것은 잔인할만치 쉽게 사라져버린다.

나츠는 그래서 이 꿈을 악몽이라 불렀다.

꿈속에서 아무리 행복하면 어떠냐, 눈을 뜨면 이곳은 살아있다 뿐이지 지옥이나 다름 없는 걸. 차라리 행복함을 모른채 있더라면, 이 상황이 끔찍하다는 걸 이렇게 뼈저리게 실감하지 못했더라면, 그랬더라면 나았을 걸.

꿈은 허망하게 사그라져가며 "행복했니? 하지만 넌 지금 이곳에 있어. 꿈은 꿈일 뿐이야."하고 속삭인다. 몸서리치도록 이곳이 꿈이 아님을 되새겨주는 꿈이기에, 아무리 행복해도 깨버린다면 한낱 악몽에 불과했다.

그리운 이름을 부르며 잠들어, 그들의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들으면 행복했다가, 꿈에서 깨면 나락으로 추락하는 기분을 느끼는 것을 얼마나 반복했을까. 이젠 꿈이라는 걸 알면서도, 차라리 깨지 않으려고 했다. 눈을 떴을 때의 그 절망감을, 다시 느끼고 싶지 않았기에 나츠는 조금이라도 더 눈을 감고 있었다.

"나츠, 너..!"

그레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는 경악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아, 또 꿈이구나. 어렴풋이 든 정신에도 꿈이라 단정지은 나츠는 그레이가 자신을 데리고 왕국군을 피해 달아나는 것에 얌전히 몸을 맡기고 있었다. 그레이, 날 놔줘. 뭐!? 나때문에 네가 다치는 걸 보고 싶지 않아. 나만으로 충분한 걸. 이거, 꿈이니까. 나츠의 말에 그레이가 어이없다는 듯 무기를 휘둘러 왕국군 무리를 떨궈내고 박차를 가했다.

"그딴 소리 한번만 더하면 때린다! 정신 차리라고 멍청아!"
"누가 멍청이야..!"
"멍청한 소릴 해대니까 멍청이지!"

골목으로 들어서서 벽에 바짝 붙어 잠깐 숨을 고르며 나츠의 머리에 군밤을 한방 갈긴 그레이가 거의 어깨에 들쳐매다시피 했던 나츠를 포옥 안아주었다.

"나 꿈 아냐, 진짜라고. ...이 멍청아."
"진짜...? 꿈이 아니라?"
"그 단순하던 나츠가 의심도 하네?ㅋ"
"뭐라고!!"

그레이의 말에 울컥해서 없는 기운에도 대들었던 나츠가 그레이 멱살을 잡았다가 그대로 굳었다. 멱살 잡았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간 손이 그레이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따뜻해."
"응."
"진짜 그레이야?"
"그래."

다행이야. 이건 꿈이 아냐. 내 앞에, 지금 내 앞에, 그레이가 있어. 따뜻하고, 만질 수 있는 그레이가. 보고 싶었어. 정말로 보고 싶었어. 고마워. 내 앞에 이렇게 서있어 줘서 고마워.

나츠가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자신을 바라보다가 탈진한듯 쓰러지는 것을 받아 안은 그레이는 나츠의 뺨을 적신 눈물을 손가락으로 훔쳤다. 그 쾌활하던 녀석이 이렇게 되도록, 에도라스 놈들은 도대체 뭘 어떻게 한건지, 솟구치는 분노를 애써 눌러 참으며 이를 으득갈았다.

나츠를 제대로 등에 업은 그레이는 점점 술렁거림이며 땅울림이 가까워지는 걸 느끼고 다시 땅을 박찼다. 급하게나마 외워뒀던 수도의 지도를 필사적으로 떠올리며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만큼 왕국군 역시 길에 빠삭했다.

"찾았다!!"
"성자님도 함께 계신다!"
"감히, 감히 네놈이 성자님을 납치해가..!"

어느새 둘러싸여, 퇴로도 진로도 모두 막혔다. 살벌하게 날이 선 창칼이 이쪽을 향했다. 성자라고 받드는 나츠가 이곳에 있는 이상 이들이 마법무기를 거의 쓰지 못하겠지만, 그것은 이쪽도 마찬가지다. 아까 엘자를 따돌리려고 마법을 마구 써서, 이곳을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동자로 보고 있는 엘자를 쓰러뜨릴 만한 수단이 없다. 게다가 병기를 다루는 솜씨도 어쩔 수 없이 차이가 나서, 포기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솔직히 절망적이었다.

필사적으로 계산하며, 페어리테일과 협력할 수 있는가 고민하는 사이에도 그들의 포위망은 점점 좁혀졌다. 그레이가 그나마 일반 병사들만 있는 곳을 골라 남은 마력을 모조리 끌어모아 크게 기술을 날리고 튀려는 생각을 하고 무기를 쥔 손에 힘을 준 찰나,

지팡이 여러개를 매고 있는 검은 망토의 인영이 나타났다. 그는 주위로 여러개의 마법진을 만들어??공격했다. 순식간에 포위망을 무너뜨린 그가 마법을 피한 엘자를 견제하며 두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늦어서 미안하다."
"당신, 은?"

그는 엘자에게 다시 한 번 마법을 요란하게 날리며 대답했다.

"페어리테일의 미스트건이다. 항상 재웠으니까, 실제로 만나는 건 처음이겠지만."


에이스를 구하고 상황이 대충 정리되었을 무렵, 핸콕은 뭔가 큰 각오를 다진 듯한 표정으로 루피에게 다가섰다. 흰수염 해적단의 선의의 손을 빌려 치료를 받아 여기저기에 붕대며 반찬고 투성이인채로 입에 고기를 쑤셔넣고 있던 루피가 고기로 가득찬 입을 우물거리며 핸콕을 돌아보았다.


그 빵빵한 볼에 에이스를 구했다는 기쁨에 들떠서인지 웃음기가 가시지 않은 표정에 핸콕이 잠시 비틀거렸다. ‘하앙…, 귀여워…!’ 그러나 자신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할 말이 있기 때문이다. 각오를 되새긴 핸콕이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노력하며 루피의 눈을 똑바로 봤다.


꿀꺽. 꼭꼭 씹은 고기를 삼킨 루피가 핸콕의 비장한 표정에 고개를 갸웃한다. 핸콕 어디 아파? 선의 불러줄까? 핸콕은 필요없다는 의사표현을 위해 작게 고개를 저었다.


루피와 눈을 맞추고 있는 것이 너무나도 행복해서 쓰러질 것 같아, 핸콕은 자신의 목적을 단숨에 쏟아냈다.


“루피, 나와 결혼하거라!”


라고. 그리고는 부끄러운지 답지 않게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살짝 돌렸다.


이 상황을 흥미로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던 에이스와 흰수염을 포함한 사람들이 소리없는 비명을 질렀다. 저, 저 해적 여제 핸콕이 프로포즈를!? 게다가 부끄러워하고 있다! 정말로 좋아하는 거야? 거기에 상대는 몽키.D.루피라고!?


루피는 그런 주위의 반응에 아랑곳없이 고기에 손을 뻗으며


“결혼은 좋아하는 사람끼리 하는 거잖아?”


어딜봐도 긍정으로는 보이지 않는 반응이건만 핸콕은 붉어진 두 뺨을 섬섬옥수로 감싸며 수줍게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나랑―.”


“그렇게 따지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에이스니까, 나는 에이스랑 결혼해야하는 거 아닌가?”


말을 마치곤 들고있던 고기를 입에 한가득 베어물고 우물우물 씹는다. 이 고기 짱 맛있당^3^!


저런 멍청한 얼굴로 고기나 씹고 있는 루피지만, 그 ‘발언’이 가져온 파급 효과를 매우 컸다. 순식간에 배를 정적으로 감쌌다. 그리 큰 목소리도 아니었건만, 다들 워낙 귀가 밝아 루피의 충격발언을 본의아니게 듣고 굳어버린 것이다.


그들은 한 마음으로 생각했다.


‘너와 에이스는 같은 남자인데, 무슨 결혼을 한단 말이야!? 게다가 저 핸콕을 차다니? 이해할 수 없어!’


에이스는 생각했다.


‘루피가 날 좋아한다고 해줘서 기쁘지만, 결혼이라니…설마 ‘결혼 = 좋아하는 사람이 같이 사는 것’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핸콕 역시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진였던 듯 싶었다. 굳었던 그녀가 가까스로 움직여 루피에게 다가가기에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려나 했건만, 그것은 명백한 오판이었다.


“이 몸이 루피를 위해 사랑으로 헌신했거늘, 날 좋아하지 않는거냐!” 라고 루피에게 눈물을 머금고 묻고 있었다.


“아니, 핸콕은 좋아해. (이 말을 해줬을 때 핸콕은 잠깐 녹아내렸다.) 도와준 건 고마워. 그치만 결혼은 좋아하는 사람끼리 하는 거라며? 그러니까 에이스야. 난 에이스가 제일 좋으니까!”


루피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핸콕은 그 미소에 녹아내리면서도 루피가 가장 좋아한다고 공언한 에이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루피의 의형제이자 흰수염 해적단의 2번대 대장, 이번 사건의 주역인 포트거스.D.에이스. 찬찬히 얼굴을 뜯어보았지만, 별달리 튀는 것도 없다. 사람이 인상은 좋아 보이는데 콧잔등의 주근깨며 특별히 잘생긴 얼굴도 아니다. 게다가 그다지 세 보이지도 않고. 루피는 저런 남자의 어디가 좋다고!


“그럼 내가 에이스보다 더 좋아지게 되면 그때는 나와 결혼해 줄거냐?”


“응?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핸콕이 더 좋아진다면 핸콕이랑 결혼해야겠지?”


루피가 천연덕스럽게 대답했고, 핸콕은 “알았다, 루피. 그리고 이 고기도 모두 먹거라.” 하며 얼굴을 붉히며 주위에 있던 고기 접시를 루피 앞에 우아한 동작으로 밀어주었다. “고마워!” 루피의 말과 웃는 얼굴에 행복한 기분을 느끼던 핸콕이 풀린 표정을 다잡고 에이스에게로 향했다.


또각또각또각. 굽소리가 에이스의 앞에 멈춘다.


핸콕은 자신이 할 수 있는한 가장 자신만만한 표정과 자태로


“루피는 나와 결혼할 것이니, 지금 네가 루피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너무 좋아하진 말아라!”


라이벌 선언을 한 뒤, 흥! 하고 콧방귀를 한 번 뀌어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다단이 어울리지도 않게 커다란 밀짚모자를 눌러쓴 꼬마를 “네 동생 루피다.”라는 말과 함께 소개했을 때, 나도 루피도 둘 다 놀랐다는 표정이었다. 아마 루피는 ‘나한테 형이 있었어? 근데 왜 지금까지 따로 지낸거야?’라는 정도의 놀람이었던 모양이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말도 안 돼.’라는 의미로 놀랐던 것이다.


“…동생? 이 꼬마가 내 동생이예요? 말도 안 돼. 전 형제따윈 없어요.”


라고 단호히 말 할 수 있을 정도로 ‘나한테 가족따윈 없다.’고 생각했다. 


사실, 나는 그 후로도 생각보다 긴 시간을 ‘루피는 내 동생이 아냐.’라는 생각을 하고 지냈었다. 그 때의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이지만, 내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그 아버지란 작자가 어떤 존재인지도 알고 있었다. 아버지에 대해서는 딱히 알려고 하지 않아도, 여기저기서 이야기가 들려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거기에, 주변에서 부모없는 애네 뭐네 하는 소리를 계속 듣던 것도, 나한텐 가족은 없어! 라고 외치게 한 원인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그런 나여서, 내게 동생이 없을 것이란 것도 그렇게 단호하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건 우습기 짝이 없었던 일이고, 쓸데없는 고집이었다-라고 반성하고 있긴 하지만.


“에이스는 내 형이라고 다단이 말했는데, 왜 난 에이스한테는 동생이 아닌거야?”


하는 물음을 던지는 루피의 눈은, 이미 ‘에이스는 내 형이야!’라는 믿음이 가득했다. 단순하다고 해야할지, 순진하다고 해야할지, 어느 쪽인지 모르겠어. 라는 평을 내린 나는, 형형 하며 따르는 루피에게 꽤 차가웠다.


그런 내 태도에도 루피는, 내가 형이니까, 하는 이유로 졸졸 따라다녔다.


그래도 나는 그런 루피를 동생이라고, 가족이라도 생각하질 않아, 루피에게 향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가시가 듬뿍 담겨있었다는 것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어느 날은 루피가 그렇게나 좋아하는 먹을 것도 나눠주며 “혹시 내가 에이스한테 잘못한거라도 있는거야? 나, 사고 많이 친다고 혼나니까, 에이스한테 뭔가 실수했을지도 모르지만….” 우물쭈물하다가, “내가 잘못한게 있다면 정말 미안!” 하고 사과한 일이 있었다. ‘내가 뭘 잘못해버린걸까?;;’ 하며 안절부절 못하고 내 앞에 서있는 루피의 모습에, 아마도 그때 루피에 대한 태도가 한껏 누그러 들었고, 그 직후에 마을에서 일어났던 그 일이, 내가 루피를 정말로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들었다.






마을에서 힘 좀 쓴다는 녀석이 거들먹거리며 시비를 걸기에, 가볍게 날려보내주었던 일이 있었는데, 그것에 원한을 품은 녀석이 패거리를 잔뜩 끌고 왔었다.


몇 명이고 쓰러뜨렸지만, 머릿수에는 당할 수가 없었다. 몇 대인가 맞고 비틀거리는 나에게, 흠씬 두들겨졌던 녀석이 못생긴 얼굴을 구기며 비웃었다.


「―네놈은 부모님도 없댔던가? 나라도 너같은 놈은 키우기 싫었을거다. 버려진 놈아.」


「버린 거 아냐, 이 자식아!」


하고 악으로 덤벼들었지만, 되려 얻어 맞아 쓰러졌다.


제기랄, 내가 힘만 더 있었어도, 저딴 얄미운 면상따위 날려버렸을텐데!


「에이스한테 손대지 마, 이 뚱땡아!!!」


「뚜, 뚱땡이!? 이 쪼마난 게-컥!」


날 비웃고 있던 놈에게 루피가 펀치를 날렸다. 어리긴 하지만, 루피는 악매의 열매 능력자였다. 그 작은 주먹에, 덩치는 한 방에 나가떨어졌다. 게다가 루피의 팔이 늘어나는 것을 본 주변의 녀석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봤어? 팔이 늘어났어! 저 꼬마 괴물이야!


「에이스는 내 형이야! 때린 녀석들은 용서 못해!」


「이 꼬맹이가..!」


루피가 자신에게 덤벼든 두어명을 더 날려버리자, 떼를 지어있던 녀석들이 흠칫 떤다. 눈 앞의 작은 꼬마가 자신보다 덩치가 큰 놈을 가볍게 날려버릴 정도로 세다는 사실에 얼굴이 헤쓱해진 녀석들은 쓰러진 놈들을 챙겨 두고보자! 하는 대사를 외치며 우루루 도망갔다.


「……루피?」


「에이스, 구하러 왔어! 우악, 괜찮아? 상처랑 피가..! 얼른 가서 다단한테 치료해달라고 하자!」


「내가 그렇게 못되게 굴었는데도 도와주는거야?」


나를 부축해주던 루피가 나에게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이상한 소리를 하네, 에이스는.」


끙차, 하고 나를 일으켜 세운다.


「에이스는 내 형이잖아?」


―얼굴 가득 웃고 있는 루피의 모습에 문득 깨닫는다. 그러고보면, 날 보는 루피는 항상 이렇게 웃어주고 있었는데, 그걸 외면한 건 나였었지. ―바보같으니.


이 아이는 정말로 날 가족으로,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형으로 받아들여주고 있었는데. 만났던 그 날부터.



^*^

개인적으로 제가 생각하는 D형제의 시작은 이쪽에 좀 더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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