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 피곤해…이러다 죽는 거 아닐까…"


뻐근한 온 몸을 이끌고 집에 가던 길, 때마침 시야에 걸린 음료수 자판기라는 녀석은 꽤나 참기 힘든 유혹이었다. 지쳐서 쓰러지기 일보직전인 몸이었지만,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음료수를 뽑는 데 쓰일 칼로리가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캔을 쥔 손바닥이 차갑게 식는다. 그 기분이 꽤나 좋아서 잠시 그 상태로 들고 집으로 향했다. 뭐, 어차피 산 이유가 목이 말라서 였으니, 그 상태가 그리 길지는 않았다.


캔을 따자, 퐁! 하는 소리가 경쾌하다. 캔 속에 찰랑이는 그것을 한 모금 마시자, 가뭄 때의 논밭처럼 가물었던 목구멍에 한바탕 쏟아지는 소나기 마냥 활력을 줘 생기가 돈다.


"…살 것 같아…"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행복감을 누린다. 음, 음료캔 하나에 뭐하나 싶기도 하고, 소시민 같긴 하지만, 아니, 소시민이 맞긴 하고. 어쨌든! 그래도 솔직히 기분이 좋으니까!


한참 음료수 캔 하나의 행복을 만끽하던 중에 등 뒤로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응?"


뒤를 돌자, 런닝 중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신씨가 잠시 멈춰서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코바야카와, 지쳐보이는데."

"아…오늘 훈련이 있었던 날이라서요…. 신씨야말로 항상 이 시간이면 이 부근을 돌고 계시죠? 멀리서 한 번씩 봤었는데."


여전히 눈썰미가 좋네, 이 사람은. 처음에도 그냥 슥 훑어보나 싶더니, 내 정체를 단 번에 맞췄었고. …응? 신씨가 왜 다시 안 가지? 슬슬 다시 움직일 때가 된 것 같은데?


"저어, 조깅 그만하실 건가요?"


의아함에 작게 묻자, 신씨가 고개를 작게 젓는다. 그리고 말 대신, 시선을 무엇에게로 돌리는 것으로 그 이유도 설명했다.


신씨의 시선이 머무른 곳은, 다름아닌 내 손─그러니까 예의 행복감을 선사했던 그 음료수에.


"목…마르세요? 이거라도 괜찮으시다면, 드실래요…?" 하고 물으며 조심스럽게 캔을 내밀자, 신씨가 선뜻 캔을 받아갔다. 얼마나 목이 탔으면…싶어 캔을 들고 시원하게 마시는 신씨의 모습을 계속 보고 있으니 문득 드는 생각이.


저 캔은 내가 마셨던 캔이고

→ 그 말인 즉슨 저 건 내 입이 닿았었다

→ 그걸 신씨가 마셨다


그러니까, 이건, 그, 그, 그………간접키스란 거…….


순식간에 열이 확 오른다.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부끄러움으로 가득차서, 지금이라도 뻥! 하고 터질 것 같은 느낌. 부끄러움에 수반되는 행동은 당연하게도 고개를 푹 수그리는 것이었다.


그 리액션이 꽤 커서, 캔을 깨끗하게 비운 신씨가 시선을 돌린다.


"코바야카와?"

"으, 아, 그게, 저는 피곤해서, 슬슬 가볼게요…!"


신씨가 뭔가 눈치챘나?! 제발 그냥 간접키스라던가 모르고 넘어가주세요, 신씨!


내가 말을 더듬으며 설명하고 급히 자리를 뜨려고 하자, 신씨의 손에 팔을 잡혔다. 그의 악력에 대해서는 몸이 충분히 알고 있어서 굳이 뿌리쳐야 겠다는 생각도 안 들고, 이로써 도망갈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는 사실만이 안타깝다.


"얼굴이 빨간데, 열이라도 있는 것 아닌가?"

"아, 아뇨! 이건 그냥 좀 더워서-"

"-현재 온도는 대략 24도씨. 가만히 서있었던 코바야카와가 더울 이유가 없는 날씨니, 분명 열이 나는 걸텐데."


신씨의 목소리가 귓구멍을 후려치는 동안, 나의 뇌 구석에서는 나름대로 현 상황을 벗어날 방법을 궁리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신씨가 잡았던 내 팔을 놔주자, 궁색하게라도 둘러댈 말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시, 신씨, 그럼 집에 가서 잠이라도 자둘게요, 그, 그럼 전 이만…!"


그리고 그야말로 신속의 속도로 집을 향해 질주했다. 그 동안 머릿 속에 가득한 걱정은 단 하나. 신씨가 부디 간접키스라거나 하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게 해주세요. 신씨야 별 감정없이 넘어갈지도 모르지만, 내가 민망해서, 다음에 얼굴을 어떻게 봐….


코바야카와 세나는, 그렇게 고민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