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이 어울리지도 않게 커다란 밀짚모자를 눌러쓴 꼬마를 “네 동생 루피다.”라는 말과 함께 소개했을 때, 나도 루피도 둘 다 놀랐다는 표정이었다. 아마 루피는 ‘나한테 형이 있었어? 근데 왜 지금까지 따로 지낸거야?’라는 정도의 놀람이었던 모양이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말도 안 돼.’라는 의미로 놀랐던 것이다.


“…동생? 이 꼬마가 내 동생이예요? 말도 안 돼. 전 형제따윈 없어요.”


라고 단호히 말 할 수 있을 정도로 ‘나한테 가족따윈 없다.’고 생각했다. 


사실, 나는 그 후로도 생각보다 긴 시간을 ‘루피는 내 동생이 아냐.’라는 생각을 하고 지냈었다. 그 때의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이지만, 내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그 아버지란 작자가 어떤 존재인지도 알고 있었다. 아버지에 대해서는 딱히 알려고 하지 않아도, 여기저기서 이야기가 들려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거기에, 주변에서 부모없는 애네 뭐네 하는 소리를 계속 듣던 것도, 나한텐 가족은 없어! 라고 외치게 한 원인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그런 나여서, 내게 동생이 없을 것이란 것도 그렇게 단호하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건 우습기 짝이 없었던 일이고, 쓸데없는 고집이었다-라고 반성하고 있긴 하지만.


“에이스는 내 형이라고 다단이 말했는데, 왜 난 에이스한테는 동생이 아닌거야?”


하는 물음을 던지는 루피의 눈은, 이미 ‘에이스는 내 형이야!’라는 믿음이 가득했다. 단순하다고 해야할지, 순진하다고 해야할지, 어느 쪽인지 모르겠어. 라는 평을 내린 나는, 형형 하며 따르는 루피에게 꽤 차가웠다.


그런 내 태도에도 루피는, 내가 형이니까, 하는 이유로 졸졸 따라다녔다.


그래도 나는 그런 루피를 동생이라고, 가족이라도 생각하질 않아, 루피에게 향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가시가 듬뿍 담겨있었다는 것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어느 날은 루피가 그렇게나 좋아하는 먹을 것도 나눠주며 “혹시 내가 에이스한테 잘못한거라도 있는거야? 나, 사고 많이 친다고 혼나니까, 에이스한테 뭔가 실수했을지도 모르지만….” 우물쭈물하다가, “내가 잘못한게 있다면 정말 미안!” 하고 사과한 일이 있었다. ‘내가 뭘 잘못해버린걸까?;;’ 하며 안절부절 못하고 내 앞에 서있는 루피의 모습에, 아마도 그때 루피에 대한 태도가 한껏 누그러 들었고, 그 직후에 마을에서 일어났던 그 일이, 내가 루피를 정말로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들었다.






마을에서 힘 좀 쓴다는 녀석이 거들먹거리며 시비를 걸기에, 가볍게 날려보내주었던 일이 있었는데, 그것에 원한을 품은 녀석이 패거리를 잔뜩 끌고 왔었다.


몇 명이고 쓰러뜨렸지만, 머릿수에는 당할 수가 없었다. 몇 대인가 맞고 비틀거리는 나에게, 흠씬 두들겨졌던 녀석이 못생긴 얼굴을 구기며 비웃었다.


「―네놈은 부모님도 없댔던가? 나라도 너같은 놈은 키우기 싫었을거다. 버려진 놈아.」


「버린 거 아냐, 이 자식아!」


하고 악으로 덤벼들었지만, 되려 얻어 맞아 쓰러졌다.


제기랄, 내가 힘만 더 있었어도, 저딴 얄미운 면상따위 날려버렸을텐데!


「에이스한테 손대지 마, 이 뚱땡아!!!」


「뚜, 뚱땡이!? 이 쪼마난 게-컥!」


날 비웃고 있던 놈에게 루피가 펀치를 날렸다. 어리긴 하지만, 루피는 악매의 열매 능력자였다. 그 작은 주먹에, 덩치는 한 방에 나가떨어졌다. 게다가 루피의 팔이 늘어나는 것을 본 주변의 녀석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봤어? 팔이 늘어났어! 저 꼬마 괴물이야!


「에이스는 내 형이야! 때린 녀석들은 용서 못해!」


「이 꼬맹이가..!」


루피가 자신에게 덤벼든 두어명을 더 날려버리자, 떼를 지어있던 녀석들이 흠칫 떤다. 눈 앞의 작은 꼬마가 자신보다 덩치가 큰 놈을 가볍게 날려버릴 정도로 세다는 사실에 얼굴이 헤쓱해진 녀석들은 쓰러진 놈들을 챙겨 두고보자! 하는 대사를 외치며 우루루 도망갔다.


「……루피?」


「에이스, 구하러 왔어! 우악, 괜찮아? 상처랑 피가..! 얼른 가서 다단한테 치료해달라고 하자!」


「내가 그렇게 못되게 굴었는데도 도와주는거야?」


나를 부축해주던 루피가 나에게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이상한 소리를 하네, 에이스는.」


끙차, 하고 나를 일으켜 세운다.


「에이스는 내 형이잖아?」


―얼굴 가득 웃고 있는 루피의 모습에 문득 깨닫는다. 그러고보면, 날 보는 루피는 항상 이렇게 웃어주고 있었는데, 그걸 외면한 건 나였었지. ―바보같으니.


이 아이는 정말로 날 가족으로,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형으로 받아들여주고 있었는데. 만났던 그 날부터.



^*^

개인적으로 제가 생각하는 D형제의 시작은 이쪽에 좀 더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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