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는 웃을때 반짝반짝 빛이 났다. 어린아이 특유의 커다란 눈방울이 감겨 곱게 휘어지고 입가에 가득한 장난기 있는 웃음은 전염성을 가지고 있어서 나에게 세상의 모든 것이 웃는 것같은 환상을 보여주곤 했다. 그 정반대로 그 아이가 침울해 하고 있을 때면 세상이 암전된 듯한 우울에 빠져들었다. 그렇다면 나의 세상에 영원한 웃음을 위해서 너는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루피가 사탕을 들고 있는 손에 내 손을 얹으며 말했다.
“고마워.”
아니 너의 영원한 웃음을 위해 세상은 행복해야했다.
루피의 웃음을 뇌리에 새긴 그날부터, 나는 노력했다. 루피의 형으로서 루피에게 걱정같은 건 끼치지 않아야지, 하는 생각에 우선은 루피보다 강해지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할아버지의 강요로 기본적인 체술을 배워오고 있긴 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루피는 악마의 열매를 먹은 능력자였다.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난 루피보다 강하고 싶어서 조금은 건성건성 했던 훈련에 박차를 가했다. 루피에게 내가 언제나 굳건해서 믿을 수 있는 존재이고 싶었다. 형의 작은 욕심이랄까.
“형은 대단해!”
사실은 늘 동경의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루피에게 근사한 모습만을 보여주고 싶어서 바다로 나가기로 결심했었다. 어처구니 없는 이유이고 어쩌면 평생 루피와 만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있었지만 곧 루피가 바다로 따라나설 것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항상 해적이 되겠다고 마을을 뛰어다니며 말하는 목소리는 희망이 아닌 예견을 하고 있었으니까 당연히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걱정없이 바다에 발을 내딛었다. 그런데 예상대로 나를 따라오기 시작한 너는 점점 강해지고 강해져서 그에 비해 나는 사형을 3시간 앞둔 사형수.
동생인 루피가 나를 구하러 온다는 소리를, 소문만 무성하던 칠무해인 해적 여제 보아 핸콕의 입을 통해 전해 들었다. -그는 당신에게 혼날 것을 걱정하고 있더군. 그 말과, 눈앞에 떠오르는 루피의 얼굴과 귓가에 아른거리는 루피의 목소리에 무너져내렸다. ‘루피, 여기에 와선 안 돼. 제발, 오지 말아 줘.’ “에이스를 구해야 해!”라고 외치며 이곳으로 향하고 있을 것이 뻔한 루피는, 많이 다칠 것이 분명했고, 어쩌면 죽을지도 몰랐다. 그 정도로, 이 감옥은 만만한 장소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루피가 나를 구하러 온다는 것은 기쁘기보단, 차라리 두려웠다. 세상에 하나뿐인 나의 동생, 나의 가족. 세상에 다시 없을 너를, 나때문에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널 잃고 싶지 않아.
그때, 이렇게 네가 나 때문에 죽게 된다면 세상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가족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고 바다로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고 후회하고 그때 너를 힘것 밀어내야 했다고 후회했다. 눈 앞에 닥친 먹먹함을 벗어나려 돌아가!! 루피-!! 라고 몇번을 외쳐도 너에게 닿지 않는 다는 것에 끝없는 절망으로 나동그라지는 기분이었다. 그런데도 너는 나를 쫒았다. 그리고 금새 나를 따라잡은 너는 “구하러 왔어! 에이스!!”라고 잔뜩 잔상처가 진 얼굴로 웃었다. 아, 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 너의 곧은 마음을 내가 또 다시 피해버렸구나, 내가 또 너를 배신한거구나.
이런 나를 모르는 루피는 그저 환하게 웃으며 내 앞에 서 있었다. 뒤로 묶여 있는 손을 풀어내며 루피는 조잘조잘 말을 이었다.
“에이스 잠깐만 기다려. 그 목걸이는 얼른 벗겨버릴 거니까. 지금 열쇠를 찾으러 갔으니까 조금만 기다리면-”
말이 뚝 끊기더니 루피의 팔이 나를 감싼 그대로 처형대에서 뛰어내렸다. 그 뒤로 탕- 하는 총성이 울리는 것을 들은 루피가 후우 하고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사방에는 해적과 해군이 뒤섞여 있었고, 그들 사이로 무기들이나 빗나갔거나 눈이 먼 공격들이 난무했다. 루피는 그 상황에 다시금 나를 몇 번이나 팔로 감싸안고 전장의 중심지인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 손을 뻗었다. 평소라면 총알따위에 다치지 않을텐데, 목에 채워진 해루석 때문에 나는 단순한 짐덩이에 불과했다.
그 순간에 나는 죄인이나 다름 없었다. 결국 너의 발목을 붙잡은 것은 나였구나. 한참을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가 오랬동안 목에 걸려있던 해루석이 풀리자 숨통이 트인듯 하다. 에이스를 무력하게 만들었던 해루석이 못내 미운 모양인지 만지작거리며 부수려 애쓰는 루피는 처음에 만난 모습 그대로였다. 아니, 바다의 돌에 힘을 빼앗긴 상태의 너로는 그 돌을 부숴버리지 못해. 에이스는 루피의 손에 들린 해루석을 멀리 던져버리려 손을 뻗었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열린 입술 사이로 한숨처럼 한마디를 내뱉었다.
“고마워.”
―줄곧 네가 오면 해주려고 생각했던 말을. 나의 말에, 상처투성이인 얼굴로 환하게 웃는 루피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주고, 손에 들린 해루석을 저 멀리에 던져버렸다. 손에서 해루석이 떨어진 순간, 물먹은 듯 무거웠던 몸이 가벼워지는 것이 확연하게 느껴졌다. 조금 의식을 모으자, 손가락에서 작은 불이 화악 일어난다.
나를 다시 일어나게 만드는 너의 직선궤도에 다시 각오를 다졌다.
“나 너보다 더 강해질꺼야.”
“응?”
루피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며 에이스를 올려다보았다. 그래 너무 앞뒤 안맞게 내던져진 말이었지. 어색하게 웃으며 손 끝을 튕기자 불기둥이 큰 소리를 내며 치솟았다.
“무슨 소리야, 에이스는 항상 나보다 강했잖아.”
에이스는 순간 숨을 멈추고 루피의 큰 눈망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쩔수 없다는 듯 웃음을 지으며-
“그래.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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