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이야기에서 이어집니다.
─Rrrrrr
"마사오미, 전화야."
"아, 잠깐만- 누군데?"
"-이자야씨."
마사오미의 얼굴이 확 굳었다. 그렇게 싫은 표정 하고만 있지 말고 빨리 받아. 아아, 일거린가? 그거 말곤 이자야씨가 전화할 일은 없지 않을까? 젠장, 목소리 듣기 싫은데- 마사오미의 투정아닌 투정에 사키가 쿡쿡 웃으며 핸드폰을 마사오미 앞에 내밀었다. 얼른 받아야지, 우리 돈줄이잖아.
마사오미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사키에게 가늘게 떨며 벨소리를 토해내는 핸드폰을 건내받았다. 마사오미는 발신인에 찍힌 [이자야]라는 이름을 보며 3초간 쉼호흡을 하고,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 키다 마사오미군, 사키랑은 잘 지내는 것 같더라?"
"안부만 물을거면 빨리 끊어주세요. 당신 목소리 듣는 거, 힘드니까."
"이야이야, 그런 말 말아줄래? 나도 네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한 게 아니니까. 정말이지, 미카도군 때문만 아니었음 나도 연락 안 했어."
이자야의 말에 순간 마사오미의 몸이 흠칫 굳었다. 마사오미? 왜 그래? 이자야씨가 무슨 말을 했는데 그래? 사키가 의아한듯 물어왔지만, 마사오미는 이자야의 입에서 거론된 한 이름에 온 신경이 집중되어 있어 듣지 못했다.
"……미카도…라고요?"
수화기 너머에서 작게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젠장. 나도 네놈한테 이 용건으로 전화할 줄은 몰랐다고.
"뭐예요? 미카도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데? 무슨 일인데 당신 입에서 그 이름이 나오는 건데!!!"
"워워- 진정하시지? 내가 손 댄거 아니거든?"
"-이자야씨가 예전부터 미카도 녀석에게 신경쓰고 있단 건 아니까, 그런 말 해도 못 믿습니다만?"
"너무하네─. 이번 일은 정말로 내 예상 밖이야. 나도 지금 엄청 놀랐거든?"
"그, 러, 니, 까! 그 미카도가 어떻게 된거냐고 묻고 있잖아요, 지금!"
대답을 피하는 이자야의 화술에 겨우 억눌렀던 짜증이 다시 폭발했다. 핸드폰에 소리를 꽥 지르자, 질렸다는듯 혀차는 소리가 작게 넘어왔다. 여친이랑 같이 도망간 주제에 어디에 대고 큰소리야, 큰소리는? 그게 미카도랑 무슨 상관인데요!
그 말에, 이자야답지 않게 작은 한숨과 함께 수화기로 넘어온 대답.
"만약 상관이 있다면 어쩔 건데?"
"──네?"
제멋대로 떠들었던 말에, 예상외의 답이 돌아온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 마사오미가 무심코 목소리 톤을 올리며 대답했다. 자신의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단 걸, 이 반응으로 알아챈 이자야가 다시 한 번 전달한다.
"네가 사라진 거랑 미카도군의 문제. 상관이 있단 말이야. 그것도 엄청."
-
"……기억, 상실? 그 말을 지금 제가 믿으라고요?"
"안 믿을거라면 이만 끊는다. 나도 지금 바쁘니까."
"잠깐만요! ……정말입니까."
전화를 끊을듯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일단 일시정지를 걸고, 잠깐의 침묵이 지난 후에, 마사오미는 진중한 목소리로 다시 한 번 확인절차를 밟았다.
"아무리 나라도, 이런 걸로 거짓말은 안 해."
"그 당신이 HELP 요청을 할 정도니까, 믿겠습니다."
"어련하시겠어."
마사오미의 태도에 콧방귀를 흥, 하고 뀐 이자야가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빨리 이케부쿠로에 와서 미카도군을 만나도록 해."
"제가 만난다고 해서 기억이 돌아오리란 보장은 있어요?"
"보장? 그런 건 없지."
"그런데 왜-"
"이케부쿠로에서 기억을 잃은 미카도군이 알고 있는 사람은 너 정도야. 알겠어? 이 사실을 미카도군의 부모님께 알리고 싶어? 네가 안 된다면 사이타마로 되돌려 보낼 생각이었으니까. 뭐, 기억이 안 돌아와도 보낼 생각이지만."
이자야의 말에 마사오미가 조금 놀란투로 되물었다. 이자야씨가 미카도를 돌려보내요? 그 말에 이자야가 빈정상한듯 대답해왔다. 마음같아선 미카도군을 내가 돌봐주고 싶은데…, 그래도 난 기억이 있는 미카도군이 더 좋거든.
"이자야씨가 그런 말을 하다니, 세상 종말이 곧 다가오려나봐요."
"닥쳐줄래, 키다 마사오미군?"
"오글거리니까 풀네임으로 부르는 거 그만둬주시죠."
"어떻게 부르든 내 맘이야. 그래서 결정은?"
"──가겠습니다. 미카도한테."
*
마사오미의 대답을 듣고는 빨리 오라는 말을 간단히 하고 그대로 끊었다. 뭐, 내가 끊지 않았더라도 키다 마사오미의 성격에 내가 선수치지 않았더라면 먼저 끊고도 남았겠지만.
미카도군이 기억을 잃은 것에 '키다 마사오미'가 관계가 있는 이유는 결국 말해주지 않았는데 말이야. 눈치 챘을까, 못챘을까? 그렇게 동요할 거면서 버리고 도망가다니. 바보같은 장군이란 말이야."
하하하하 웃으며 이자야는 마스코트가 된 퍼코트를 걸쳐입고 집을 나섰다. 등뒤로 '미친 놈.'하는 표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나미에의 시선이 잠깐 달라붙었지만. 이자야는 언제나와 같은 일이나 오늘 저녁은 미카도군이랑 먹고 올테니 일 끝나면 일찍 퇴근해도 좋아, 라고 등뒤로 작게 손을 흔들어주며 말했다. 보이진 않지만, 분명 기뻐하고 있을 게 눈에 선하다. 세이지를 더 볼 수 있어! 라면서.
이자야는 지하철에 타고 이케부쿠로로 향하면서 다시금 미카도를 떠올렸고, 기억상실이란 병명과 현재 미카도의 상태를 떠올렸고, 키다 마사오미와의 통화내용이 떠올랐다.
정말이지 비겁하고도 멍청한 남자야.
──그렇게 곁을 비우는 사이에 누가 어떻게 손을 쓸지, 하나도 생각해보지 못할만큼 바보지. 지켜줄 수 있는 힘이 있는 주제에 겁쟁이, 거기에 바보라서 결국 일을 망쳤어. 그러면서도 결국 이렇게 돌아올거면서.
기대해도 좋아. 이제부턴 후회 가득한 쇼타임의 시작이라구.
-
"이자야씨, 오셨어요?"
"응, 와버렸어! 라고나 할까. 자 여기."
이자야가 들고왔던 비닐봉투를 내밀었다. 반사적으로 그것을 받아든 미카도는 그 안을 들여다보곤 미안하단 표정이 역력한 채로 고맙단 인사를 전했다.
"이야, 그렇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니까?"
"그치만 오실 때마다 항상 이렇게 먹거리를 사오시잖아요…."
게다가 죄다 가격들이 절대 싼게 아니고……. 우물우물 미카도가 말을 이었다. 이자야는 싱글싱글 웃으며 방안으로 들어와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난 미카도군이랑 더 친해지고 싶으니까 나름대로 최선의 방법으로 노력하는거야."
"이자야씨같은 분이 왜 저같은 애랑 친해지려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구요."
"응? 그야- 내가- 미카도군을- 좋아하니까!"
"그런 장난은 그만 두세욧!"
"어? 장난 아닌데?"
"이자야씨……게이에요?"
"아니?"
"근데 전 남자라구요."
"아는데?"
"그리고 이자야씨도, 남, 자, 라구요!"
"그게 왜?"
모르는 척 하는게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그 태도 자체에는 어떻게 딴지를 걸만한 부분이 하나도 안 보인다.
"이자야씨는 게이가 아닌데 절 좋아한다고요?"
"나는 말이야, 남녀노소를 통 틀어서 [인간]을 좋아해. 그리고 미카도군은 그 인간들 중에서 제일 좋아하고,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야. 단지,"
"제가 우연히 남자였을 뿐이다─라고 말하시게요?"
미카도가 이자야의 말허리를 자르며 뒷말을 이었다. 와우. 역시 미카도군! 감탄하며 더 반했어!를 연발하는 이자야의 모습에 미카도는 작게 한숨지었다.
도대체 미래의 나는 어떻게 이런 사람이랑 안면을 튼거지? 어쩌다 이런 사람한테 좋아해를 연호당하게 된거야? 이 사람은 이렇게 멀쩡하게 생겨서, 어지간한 미인도 얼굴로 다 녹여버릴 수 있을 외모인 주제에 왜 나같이 평범한 애한테 이러는거야? 장난인 것 같은데 계속 이러는 걸 보면 어쩌면 진심일지도 모른다 쳐. 그런데 좋아한다고 나한테 고백해대면서 그러면서 게이가 아니라니, 그거이상하지 않아? 아니 그 이전에 인간을 사랑한단 말은 도대체 뭐야? 이사람 변태? 변태야? 이런 예쁜 얼굴로 변태인거냐고???
커지는 의문 속에 미카도가 빠져들 무렵, 미카도의 이런 상태를 눈치챈 이자야가 은근슬쩍 말을 흘렸다.
"있지 미카도군, 키다 마사오미는 기억하고 있댔지?"
"네? 아, 네. 잊는다거나 할리 없잖아요."
미카도의 대답에 뭔가 불만스러운듯 흐응 하는 콧소릴 내더니 별안간 싱긋 웃었다.
"만나보지 않을래? 키다 마사오미."
-
"마사오미한테 제 이야기를 다 해버렸다니……너무 독단적이에요."
"으음 그치만, 이렇게 안 하면 미카도군은 어차피 키다에게 전화도 못했을 것 같고?"
틀린 말은 아니잖아? 이자야가 작게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해왔다. 확실히, 마사오미에게 전화도 메일도 못하고 있었던 내가 무슨 수로 마사오미와 만난단 말인가. 안 그래도 집에서도 거의 못나가고 있는데.
-
"키다군이야?"
"요, 미카도! 만나자마자 의문형이냐! 자, 선택지는 세개가 있다, 골라보라구! 1번 키다 마사오미, 2번 키다 마사오미, 3번 키다 마사오미!"
"키다군, 키다군이네! 오랜만이야! 엄청 자랐구나! 근데 머리가 까매졌네?"
오버액션을 취하며 미카도에게 이케부쿠로에서 처음 만났을 때의 개그를 어필해봤지만, 돌아오는 반응도 그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정말로 기억상실이란 말야? 미카도 뒤에 서있는 이자야에게 그런 시선을 주어도 자긴 모르겠다는 어깨으쓱만 돌아왔다. 젠장할이군, 정말로.
"아아, 한창 노랑머리로 다니다 질려서 이번엔 정반대로 검은색으로 염색해봤지!"
"노랑? 흐음- 키다군한테는 노랑이 더 어울릴텐데. 검은색도 나쁘진 않지만, 키다군, 조금 가벼운 느낌이니까 말야. 검은색은 너무 무거운 것 같아."
"너무 사정없이 찌르는 거 아니냐 너!? 내 순수한 마음을 얼마나 브로큰하트할 셈이냣!"
"그치만 이사가기 전의 키다군은 좀더 멋있었던 것 같은데 어째 더 무식발랄해진듯한-"
"우옷, 느닷없이 독설로 크리티컬 히트냐!? 무식발랄이라니 뭐얏, 이래뵈도 이몸의 국어성적은 '수'였다고!"
"─거짓말. 그런 뻥을 누가 믿는다고 그래. 허세도 적당히 해. 지나친 허세는 꼴보기 사나워."
"미카도 네 이놈! 누가 이런걸로 허세를 부린단 게냣! 정말이라고!"
기억이 정말로 있었다면 딴지를 거는 곳도 이유도 이것과는 달라졌을 터였다. 내심 "다 거짓말이야!" 라면서 방긋 웃어주길 바라고 미카도를 떠봤기에, 자신을 보고 신나있는 미카도에게 연신 웃어주면서도 씁쓸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왜 기억을 잃어버린 거냐, 너…….
-
키다 마사오미와 열심히 떠드는 미카도의 모습이 의외라 이자야는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이 미카도는 아직 애. 키다 마사오미가 이사를 가고 그리 오래되지 않았을 무렵의 아이다. 그 때는 키다 마사오미도 굉장히 어렸을 터. 그 어렸던 모습이 너무나도 익숙할 미카도가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레 각오되었을 키다 마사오미의 변화, 라는 과정을 겪지 못하고 키다 마사오미와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어색함없이 떠드는 것에서 위화감을 느꼈다.
분명 뭔가 이상해.
이게 정말로───단순한 기억상실일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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