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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미카 01


시즈미카 02

* 동급생 설정


전쟁샌드

* 소꿉친구 설정

* 미카도, 이자야, 시즈오 동갑 설정


시즈미카 03

* 미카도 여체화

* 나이역전

* 형제설정


시즈미카 04

* 형제설정

* 가족설정 날조


이자미카


평화샌드


키시타니 미카도ver.

키시타니가의 금지옥엽 미카도


이자미카 02

* 형제설정


평화샌드 02

* 헤이와지마 미카도


아오미카


웨건팀+미카도


전쟁샌드 + 신세르


평화샌드 03

* 형제설정


이자미카 03


키다미카


비일상을 사랑하는 정보상에 관하여


* 초등학교 1학년 이자야군과 시즈오군 & 고등학교 1학년의 미카도군.


이자미카 04

* 나이역전


>다라즈의 또다른 창시자가 있다는 설정. 야츠후사ver



처음 가보는 수학여행에 두근반 세근반 들떠버린 탓에 밤잠을 설친 미카도는, 잠을 못잔 것보다도 수학여행을 떠난다는 기쁨에 결국 아침 일찍 일어나 저녁에 싸뒀던 짐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뭔가 빠진 거 없을까나? 하며 이미 몇 번이고 확인했던 짐들을 헤집었다 정리하길 반복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정말 바보 같은 짓이다 싶은 맥없는 짓을 반복하던 미카도는 짐에서 손을 떼며 핸드폰을 들었다. 현재 시각은 8시. 집합시간은 9시까지. 여기에서는 걸어서 20분 좀 더 걸릴까. 그리 멀지 않다. ‘학교보다 조금 멀긴 하겠지만. 음… 짐도 있고, 조금 여유 있게 나가볼까?’ 하는 심정으로 집을 나섰다.


‘뭐, 어차피 임원들은 30분 일찍 오라고 했었고.’


일찍 도착했지만, 임원들이나 선생님들도 이미 와, 몇 명이나 있어서 그다지 ‘일찍’ 왔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게다가 임원들에게 무슨 시킬 것이 그리 많은 지, 상당히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갔다.


그 덕에 앙리와는

“-소노하라, 안녕!”

“류가미네군도 안녕하세요. 꽤 일찍 왔네요.”

“응, 나 수학여행은 처음이라서 너무 긴장돼서…….”

정도의 대화만 나눴다. 그나마도 선생님의 호출이 있어서 말도 잘린 채였다.


조금 우울해져버렸다…….


학생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하고 선생님들의 부탁도 없어 겨우 느긋해진 미카도가 앙리를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겨우 앙리를 발견하고 화색을 띄웠다. 그리곤 그 방향으로 몸을 돌리는 데, 미카도 위로 그림자 하나가 덮쳐들었다.


“미―카도!”


몸무게를 모두 실어 미카도에게 업히듯 매달린 키다가 허공에 손을 허우적거리고 있는 미카도의 볼을 쿡쿡 찔렀다.


“아침부터 앙리에게 시선집중~? 미카도는 지금 작업 시도 직전이었나여~?”

“키다군, 잠깐, 무, 무거웟-!!”


그런 키다의 말에 딴지를 걸 여유도 없는지, 미카도는 생존을 위한 간절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울먹였다.

하긴, 그 체력으로 사람 하나 무게를 지탱하고 있는 게 용하긴 하지. 키다가 미카도의 목을 감싸 안고 있던 손을 풀고 땅으로 가볍게 착지한다.


“읏챠― 미카도가 쓰러지면 그것도 곤란하니까.”

“-이미 충분히 곤란했다구.”


정말로 힘들었는지 그 잠깐 사이에 얼굴이 새빨개진 미카도가 키다의 몸무게를 지탱했던 목 주위를 손으로 문지르며 평소처럼 딴지를 걸어왔다. 그러나 그 딴지를 한 귀로 흘려들은 키다는 미카도의 어깨를 감싸며 어깨동무.


“흐응- 친구의 무게도 감당해주지 못하다니, 미카도 너는 특훈이 필요하다!”

‘필요하다!’ 운운 할 때에는 저 높은 하늘을 향해 검지를 볼끈 세우는 제스쳐까지 곁들이는 친우의 쓸데없는 센스에,

“난데없이 무슨 특훈이야? 애초에 왜 친구의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건데!?”

미카도의 딴지 센서가 제대로 발동 걸렸다, -아마도.


키다는 그런 미카도에게 혀를 쯧쯧 차는 소리에 맞춰 검지를 리드미컬하게 흔들었다.


“친구의 무게도 감당하지 못하면서, 후에 애/인/은 어떻게 감당하려고? 안 그러나여? 게다가 나는 너의 체력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무릇 여자랑 같이 다니려면 기초 체력이 중요하다구.”


키다가 의도적으로 애인이란 단어를 강조시켜서인지, 아니면 미카도의 약점인 저질체력을 꼭 집어 말해서인지는 몰라도 안 그래도 빨게 졌던 미카도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키, 키다군-”

“오우, 소노하라가 여기로 오는데? 소노하라 안녕~”


장난스럽게 미카도의 말을 자르며 손을 크게 흔들었다. 미카도가 키다의 시선이 닿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을 땐 앙리가 지척으로 다가와 있었다.

‘으아아- 잠깐 나 지금 얼굴 되게 빨갛게 됐을 텐데!!’ 미카도는 결국 달아오른 얼굴을 가려보고자 고개를 푹 수그렸다.


“키다군도 안녕하세요. 그리고, 류가미네군?”


앙리의 의문 섞인 목소리에 키다가 미카도의 등을 토닥였다.


“미카도는 지금 딸기화하는 중이라서~”

“이상한 소리 하지 마, 키다군!!”


내버려두면 (믿어줄 사람은 없겠지만)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가 줄줄이 쏟아질 것 같아 두 손으로 키다의 입을 성공적으로 틀어막은 미카도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앙리에게 다시 한 번 말을 건넸다.


“소노하라, 저기, 이건-”


미카도가 더듬더듬 말을 잇는 걸 보고 있던 앙리가 키다쪽을 가리키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키다군, 질식할 것 같은데요…….”

“우아아아앗!;;;”






“키다군 미안;;”

“정말로 죽는 줄 알았어. 코랑 입을 그렇게 틀어막으면 어떡해? 순간 돌아가신 할머니 목소리 들렸잖아~”


키다가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미카도를 놀렸다. 하지만 저렇게 이야기해도 확실히 힘이 과했던 것도 있어서 미카도는 굉장히 미안해하고 있었다.


――어이, 류가미네, 소노하라! 이리 와서 인원 체크 좀 도와줄래?


아이들이 북적거려 소란스러운 와중에도 선생님의 목소리가 미카도와 앙리를 호출했다. 키다는 좀 더 놀리고 싶었는데 벌써 가냐?는 표정으로 쩝쩝 입맛을 다셨다.


“―그렇게 대놓고 아쉬워하지 말아줘-”

“내가 뭘 아쉬워했다고 그래? 언능 가봐~”


미카도와 앙리가 선생님 쪽으로 가는 걸 보던 키다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여유롭게 둘의 뒤를 따랐다.






인원체크라는 임무를 할당받은 미카도와 앙리가 분주하게 학생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하나하나 체크하고 있는데,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 미카도의 눈에 띄었다.


“엥? 키다군이 왜-”


-우리반 차량에 자연스럽게 섞여든 거야? 라는 뒷말은 키다가 검지로 미카도의 입을 막으며 ‘쉿!’하고 조용히 하라는 눈치를 줘서 소리가 되어 나오지 못했다.


‘어떻게 여기에 타고 있는거야?;;;’

‘그게, 너네 반 애가 우리 반 여자 애랑 사귀고 있는데, 둘이 같이 타고 가고 싶다 그래서 바꿔줬지롱. 게다가 이 반은 소노하라랑 네가 임원이니까☆’

‘그렇게 막무가내로 나가지 말라구, 정말!’

‘덧붙이자면 너네 반 담임은 멀미가 굉장히 심해서 차를 타면 무조건 잔다? 그런 고로 이 몸이 들킬 일은 없단 말씀!’

‘…그런 정보는 도대체 어디서 입수한 거야……’


한숨을 내쉰 미카도가 “일단 대신으로 체크는 해둘게.”마저 체크를 하러 떠나갔다.


떠들썩하고 왁자지껄해 무질서해 보이지만, 그 와중에도 각자의 자리는 정해진 상태라서 키다는 금방 비어있는 두 자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떻게 저 자리로 이동을 할 것인가, 가 제일 큰 문제인데 말이지…….’ 키다가 머리를 감싸쥐고 이리저리 잔머리를 굴려 우선은 두 사람의 뒷자리의 아이와 자리를 바꾸는 것을 막 결정하고 그쪽으로 이동하려던 차에, 이쪽으로 인원을 다시 한 번 체크하는 듯 앙리가 다가왔다.

그리고, 키다와 눈이 마주친 뒤 미카도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키다군? 왜 여기에-”

“쉿!”


그리고 미카도에게 설명했던 ‘너네 반 애가 우리 반 여자 애랑…(중략)…그런 고로 이 몸이 들킬 일은 없단 말씀!’의 내용을 앙리에게도 그대로 읊어 주었다. 앙리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하곤 자리를 뜨려고 하는 것을, 키다가 옷소매를 붙잡았다.


‘소노하라, 있지, 나랑 자리 좀 바꿔주지 않을래?’

‘자리…라면, 여기 이 자리 말인가요?’

‘아냐아냐, 자리는 너네 뒷자리야. 그 자리 애랑 바꾸기로 이야기해서, 지금 막 이동하려던 참이었거든.’

‘뒷자리라면 굳이 바꿀 이유가 있나요? 충분히 가깝다고 생각하는데요…….’


앙리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사실, 소노하라의 말대로 뒷자리만 되도 이야기하고 노는 것에 별 무리가 없긴 하지만……, 조금은 욕심이 난달까.’ 키다가 빙긋 웃으며 대답한다. ‘미카도 녀석, 이게 처음 수학여행이라는 거, 알아?’

‘네에, 아침에 류가미네군이.’

‘그래서, 나도 미카도랑은 처음으로 수학여행을 같이 가는 게 되는데, 그런 수학여행의 옆자리 정도는 내가 해주고 싶달까나. 그런 느낌~?’


키다가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앙리는 그 모습에 잠시 고민하더니 자신이 머릿속에서 내린 결론을 조용히 발표한다.


‘알았어요. 자리는 바꿔줄게요.’

‘정말? 고마워, 소노하라!’

‘대신, 조건이 있어요.’

‘조-건-?’


키다가 길게 늘이며 되묻자, 앙리가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선생님에게 들키면 안 돼요. 임원 자리라서 선생님 바로 뒷자리잖아요. 그러니까, 선생님의 상태를 살피면서――알았죠?’


그다지 어려운 조건도 아니네~ 라고 생각한 키다는 단숨에 승낙했다.


‘오케오케! 맡겨만두라구!’


평소 키다의 행동은 상당히 오버하는 경향이 있다는 걸 충분히 봐온 앙리는 그 모습에 상당히 걱정됐지만, 일단은 뒷자리고 하니 어느정도 제한을 할 수 있겠지 싶어 그 걱정은 잠시 뒤로 미루어 두었다.






“요우, 미―카도!”

“? 키다군? 언제 여기로 왔어? 아깐 분명히 저어기에-”


어리둥절하게 키다가 있었던 자리와 눈 앞에 있는 키다를 번갈아 바라보던 미카도는 앙리가 그 뒷 좌석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곤 화들짝 놀랐다. 그리곤 다시 키다에게 시선을 주었는데, 같이 앉은 것이 기쁜건지 앙리가 자리를 떠나서 아쉬운건지 구별할 수 없는 미묘한 표정을 지은 채로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어쭈, 이 녀석 봐라?하는 표정의 키다가 그런 미카도의 양쪽 볼을 잡고 쭈욱 늘렸다.


“나랑 같이 앉는 게 서운하다고 해도 그렇게 대놓고 그러면 못쓰지~”

“아하, 카하훈, 아하!! 나구세여ㅠㅠ”


미카도가 파닥거리면서 반항하자 “네가 반성하기 전까진 안 돼! 친구가 위험을 무릅쓰고 잠입했더니, 그 표정은 도대체 용서할 수가 없어~” 라면서 더욱 집요하게 볼에 달라붙어 있었다.


“나쥬명 마하께ㅠ 마하테이하 나쥬헤여ㅠㅠ”

"흐응~ 일단은 이정도만 해둘까아.“


키다가 볼을 놓아주자, 미카도가 양쪽 볼을 감싸 안으며 눈물 그렁한 눈을 하고,


“키다군 미안. 너무 예상 외라서 그랬어…나…라서………거든…….”


뒤로 갈수록 목소리가 기어들어가서 옹알이 수준이 되는 것과 동시에 미카도의 얼굴이 서서히 달아올랐다.


정말로 옹알이 수준이라 제대로 듣진 못했지만, 저 반응으로 추측해보건데, ‘소노하라랑 짝궁이라 기대했었다’ 정도의 내용이었을테지. 그리고 바로 뒤에 소노하라가 있으니 이렇게 부끄러워 하는 걸테고. 뭐, 이것도 이거 나름대로 귀엽고? 조금 더 놀려볼까나아.


'그러니까, 소꿉친구보다 작업중인 여자애쪽이 더 좋다는 거구나아, 슬프네~'

'작업중이라니-'

'미카도가 이렇게 매정한 녀석이었다니!'

'키다구운!!'


키다와 미카도가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지만, 장난으로 투닥거린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어서, 앙리는 그 두 사람에 대해 평가를 내렸다.


“역시 두 사람은 사이가 좋네요.”


뭐,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내용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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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녀석들은 어떻게 튀었는데, 나는 재수가 없으려니, 튀려던 현장에서 이 망할 회장에게 잡히고 말았다. 부회장님, 어딜 그렇게 도둑처럼 살금살금 기어나가십니까? 하는 대사와, 분노가 듬뿍 함유된 미소와 함께. 아, 이마 구석에 사거리 마크도 있었어.


그렇게 잡혀와서 학생회실 책상 위에 늘어져 있으니, 뺨에는 책상의 면과 닿아서 땀이 찼는지 찐득함이 느껴진다. 손바닥으로 파닥파닥, 열심히 부채질을 해보지만, 내리쬐는 햇볕에 한껏 달아오른 열기를 몰아내기에는 역부족. 되려 아까운 칼로리만 소비되고 있다.


“야, 망할 회장아. 에어컨 틀자, 좀.”


“닥쳐. 누구는 안 틀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알아?”


짜증을 가득 담은 대답만 돌아왔다. 그 역시 이 더위에 지쳐가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천장에 달려서 하얀 몸체를 자랑하는 에어컨에는 시선을 두지도 않았다. 아아, 이러자고 저 녀석을 단게 아닌데! 에어컨을 향해 힘껏 눈을 야린다.


“에어컨을 믿고 선풍기를 안 사는게 아니었는데! 하나를 몰래 사서 꿍쳐뒀어야 했어!”


“좀 닥치라고! 얼른 손이나 움직여. 그리고 꿍치고 말고가 어딨어? 지금 에어컨을 못 트는게 예산 부족이라서라는 거 모르냐?”


“작년이랑 별반 다를 것도 없는데 왜 예산 부족인 거냐고! 작년 선배 놈들은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고 살더만!”


내가 투덜거리며 학생회 회의록을 뒤적거리다가, 문득 든 생각에 강력하게 항의하자, 윌리엄 녀석이 어이없단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정녕 네놈이 할 말이냐, 그게?”


“엉?”


“다 네놈 탓이잖아, 이 멍청한 놈아! 나도 모르게 네놈이 학교 행사란 행사에 쓸데없이 돈을 쳐들였잖아! 작년 선배님들은 정말 적당한 선에서 진행했기 때문에 에어컨을 틀 여유가 있었던 거다! 네 진행에 학생들이야 좋아했지, 그게 다 학생회 예산에서 빠져나가는 걸 몰라? 지금 남은 돈으로는 올 겨울 축제 진행비도 빠듯하다고. 그래서 지금 이렇게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구만, 너란 녀석은…!”


이런, 이 녀석도 쌓인게 많았나 보다. 그래도 이건 정말 아니다! 축제고 뭐고 우리가 먼저 쪄죽게 생겼는데!


"아씨, 그럼 수영장이라도 가는 건 어때? 그 정도 돈이면 에어컨 트는 것보단 쌀 것 아냐? 어차피 학교 수영장은 여름에는 학생들에게 개방하고, 다른 데 가는 것보다 더 싸기도 하고. 열도 식히고! 얼마나 좋아!“


내가 열심히 역설했다. 마음 한 구석에는 이 쪼잔한 앞머리 탈모남이 안 들어주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있었지만, 지금 승기를 잡고 있는 건 나였다. 어차피 더운 건 피차일반일테고, 하루쯤 일이 밀린다고 별 지장이 있을리도 없었다. 그게 다 평소에 저 녀석이 부지런히 정리해 놓은 덕이지만. 하여튼 윌리엄이 거절할만한 명분도 없었다.


그리고, 윌리엄은 더위에는 항복을 선언하며 펜이며 뭐며 잔뜩 어질러져 있는 책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

수영장 벽의 일부가 유리라, 밖에서 안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다. 학교 건물에서 수영장을 가기 위해서는 그 유리구간 옆을 지나야 해서, 오늘의 수영장은 어떤 상태인가, 하고 살펴보니, 사람 물 물 사람 물. 휘유-. 가볍게 휘파람을 불었다. 대단해, 대단해.


“우오, 사람이 바글바글한데?”


“…징그럽게 많군.”


윌리엄이 미간을 찌푸리며 저렇게 말하지만, 사실 우리 학교 시설이 좀 많이 좋기도 하고, 뭣보다 이 수영장은 시장과 이사장과 교장 셋이서 무슨 합의를 봐서 만든 거라서 시민들도 개방시에는 자유롭게 사용 가능한 대신, 부지를 엄청 넓게 잡았다. 그러니까, 왠만한 숫자로는 북적인다는 느낌은 있어도 가득찼다 라는 느낌은 받기 힘들었고, 오늘도 많긴 하지만, 그래봤자 좀 북적인단 정도?


“회장이라는 놈이 그런 말을 하냐? 진짜 웃긴 놈이야.”


“그냥 더워 죽겠는데 사람이 바글대는 꼴을 보니까 괜히 기분이 나빠져서 그렇지.”


“킥, 니가 그렇다는 데 뭐라고 하겠냐. 우리도 빨리 옷 갈아입고 들어가자. 더워 죽겠어.”


+

“왔노라, 수영장이여!”


벤이 탈의실에서 나와 수영장의 타일을 밟으며 기쁘게 말했다. 그리 큰 목소리도 아니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안 들릴 정도도 아니라서 사람들의 시선이 몰린다.


“이게 미쳤나. 더위 먹었어? 뭐해, 쪽팔리게.”


“안 미쳤어, 더위도 안 먹었어. 난 정상이야!”


벤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부정했다. 쯧,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던데……. 뭐, 보다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지금의 생각은 묻어두기로 결정했다.


“알았어, 그러니까 얼른 물에나 들어가자고. 공기도 후덥지근하고.”


벤도 이 말에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곤 물을 향해 다시 시선을 돌리더니 빙긋 웃는다. 어쭈, 그렇게 좋냐. 완전 애다, 애.


눈초리가 치켜올라가서 날카로운 인상인데도, 자기 감정에 충실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아, 벤의 표정은 다채로웠다. 아마, 심심할 때 저 녀석 표정 변하는 것만 봐도 그 심심함을 털어버릴 수 있지 않을까? 그 정도로 표정이 풍부한 녀석이라, 화도 잘 냈지만 웃기도 잘 웃었다. 지금처럼.


“윌리엄, 내가 먼저 들어간다.”


아까부터 풀들을 슥슥 살펴본다 싶더니, 자기가 놀 풀장을 찍어뒀던 모양인지 사람들이 거의 없는, 다이빙을 위한, 수심이 깊은 풀로 서슴없이 걸어간다. 짐작컨대 「사람이 없다→물이 시원하다→기분좋다→저기로 결정!」라는 사고과정을 거쳤을 것이라고 80% 정도는 확신할 수 있다.


나도 천처히 그 뒤를 따라서 걸어가는데, 벤 녀석이 잠시 부산을 떨며 준비운동을 하는가 싶더니 다이빙대를 쭉 훑어보더니 거침없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저 녀석이 운동신경이 좋은 것은 알지만, 다이빙은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위험한 운동이라는 것을 알기에, 주의라도 주려고 이름을 불렀다.


“야, 벤!”


“어? 아아, 걱정 마. 이 몸이 못할 걸 하러 올라온 줄 알아? 제대로 배웠으니까 걱정 마.”


말하는 틈에도 열심히 손과 발을 놀려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간 녀석이 자리를 잡더니, 가볍게 발을 퉁기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물을 향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웃는 표정으로.


마치, 한 마리의 새처럼.


그것이 부회장이라는 가볍지 않은 타이틀에도 항상 자유로웠던 녀석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나는 녀석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떨어지는 것에 까지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언제나 주위 사람들이 나에게 원하는 모습을 유지하는 것에 집착하는 나와는 너무나도 달랐던 녀석의 모습이 뇌리에 새겨졌던 그 때와 같이.


물 속에서 고개를 내민 녀석이 손을 흔든다.


“빨리 들어와. 여기 짱 시원해!”


“그래!”


그 웃는 얼굴에 이끌리고 마는 것은, 내가 벤에게 반해버렸기 때문인걸까?


나는 푸른 타일이 비치는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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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풀네임이 너무 길길래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왕네


아마도 남라나벤을 쓰고싶었던 것 같다: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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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한 두 사람은 동거 중이라는 설정.

...사실은 집주인과 하숙생의 관계 정도일겁니다.



"벤님, 일어나요. 벌써 아침인데."

"……난 야행성이야."


로엔이 다시 한 번 흔들자, 일어나기 싫다는 무언의 시위로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썼다.


"-그러실거에요!?"

"…그러니까 야행성이라고……"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잠에 잠겨 사그라들었다.

로엔이 이불을 잡아당겨 보아도, 버티는 벤의 악력에는 이길 수가 없어서, 일단 힘으로 이불을 벗겨내는 것은 포기했다.

그 후, 로엔은 직업이 직업인만큼,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마법사 특유의 고성능 뇌세포는, 그 진가를 발휘하며 여러 가지 방법들을 생각해냈다.

그 방법들 중에서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자신의 패로 고른 로엔은,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작게 쉼호흡 한 번 하고,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 벤의 귓가에 훅, 하고 바람을 불어넣고 떨어졌다.

벤이 흠칫, 하고 떨자, 로엔은 '아, 깼다.' 하는 생각에 기쁜 맘으로 오늘 아침 메뉴를 불러주며 이불 밖으로 꼬셔내려고 다시 귓가로 다가가려는데 벤이 몸을 크게 돌려버리는 바람에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벤도, 로엔도, 서로 민망해서 후다닥 이불 밖으로 나와 각자 벽을 바라보며 등을 마주댔다.

한참을 조용히 벽을 바라보던 두 사람 중, 먼저 입을 연 것은 로엔이었다.


"─일어나셨으니, 아침밥 드세요. 오늘은 벤님이 좋아하는 반찬을 만들어뒀는데……."

"-알았어. 세수 좀 하고 갈테니까."

"그럼 기다릴게요!"


로엔이 벤의 대답을 듣기가 무섭게 방을 뛰쳐나갔다.

문턱을 지나 식탁 앞에 도착한 로엔은 한 손으로 얼굴을 짚었다.

따끈따끈한 온도에, 얼굴에 피가 몰린 듯한 느낌이 그리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얼굴을 짚었던 손을 살짝 내려, 손가락으로 입술을 만지작거린다.


그 짦은 순간,

닿았던 부드러운 감촉은,

마치 마시멜로같아서.


"…좋은 느낌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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