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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엔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기쁨의 웃음. 정말로 즐거워 죽겠다는 얼굴로 작게 중얼거린다. 그 목소리조차 흥에 겨워 잔잔하게 느껴지는 기쁜 마음.


 


  "언제나 아름다워요. 알아요? 당신이 믿어준다고 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그런 마음씨라니, 그런 사람이 저를 본다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요? 심장이 두근두근 뛰고, 눈앞에는 당신의 얼굴이 떠오르고, 귓가에는 당신의 목소리가 맴돌아."

 

  로엔은 연극을 하듯 제자리에서 빙글 돌곤 과장스러운 몸짓으로 손을 들어올려보였다. 내려다보는 얼굴에는 웃음과, 약간의 슬픔이 묻어났다.

 

  "하지만 당신은 언제나 어딘가를 향해 움직이는 사람이야. 멈춰있는 사람이 아닌걸. 하지만 그럼 저를 떠나버릴테니까. 그건 너무 슬프다구요. 저에겐, 당신이 이렇게나 필요한데, 당신이 떠나버린다니."

 

  로엔은 몸을 숙였다. 작게 미소지으며 자신의 손을 뻗었다. 바라보는 로엔의 눈동자는 상냥하게 웃고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광기마저 묻어났다.

 

  "그러니까 벤님의 팔과 다리같은건 부러져버렸으면 좋겠어. 그럼 저에게서 떠나갈 수 없을테죠. 벤님을 다른 사람이 보는 것도 싫으니까, 치료를 하더라도 밖으로 내보내지 않을거에요. 언제나 제 곁에 두고, 벤님의 상냥한 목소리도 벤님의 달콤한 체취도…, 당신의 모든 것은 제 것이에요. 오로지. 저만의 것."

 

  로엔이 손을 뻗은 곳엔 벤의 팔. 로엔이 손이 팔과 다리를 쓸고 지나갔다.

 

  벤의 온 몸에 봉인의 주문이 가득했다. 벤의 몸엔 힘이라곤 남아있지 않아 뒤로 돌려져 묶인 팔조차 풀어낼 수 없었다. 다리 역시 쇠구슬에 이어진 쇠사슬로 포박당해 있었다.

 

  로엔이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얼굴을 쓸자, 벤이 뭔가 말을 하려 했지만 재갈이 물려져 있어 "우으……." 하는 소리만 나올 뿐이었다. 로엔이 검지로 턱을 잡아올려 눈을 마주쳤다. 벤의 눈동자는 의문을 담고 있었다.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로브 자락으로 닦아내는 로엔의 얼굴은 잠시 보였던 광기도 잠잠해 온화한 얼굴이었다.

 

  "울지 말아요. 당신의 눈물을 땅에게, 공기에게 조차 빼앗기고 싶지 않아. 보이고 싶지 않아. 볼 수 있는 건 오직 저뿐이에요, 벤님."

 

  로엔이 손수건을 꺼내 벤의 눈을 가렸다. 손수건을 정성스럽게 묶은 로엔은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얼굴로 벤을 턱을 잡아 올려, 입을 맞추었다.

 

  ─아아, 사로잡힌 쪽은 과연 어느쪽일까요?

 

  로엔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공기 속으로 흩어졌다.

 

  "─사랑해요. 나만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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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들 치정싸움에 자꾸 마왕님을 얽혀 넣는 것은 다 저의 농간탓이에요ㅋㅋㅋㅋㅋㅋㅋ이런 미천한 인간이 마왕님을 이용하는 것은 매우 무례한 행위지만 넘 재미따ㅋㅋㅋㅋㅋㅋㅋㅋ악ㅋㅋㅋ



    "벤…님. …어서 안으로 들어오세요……."

    "-난 괜찮으니 어서 이 녀석을 데리고 피해라."


    금발이 살짝 흔들린다. 소년은 공주를 받아 안았다. 청년은 소년이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자 등을 떠밀었다.


    "어서 가. …헛수고가 되지 않도록."

    "──어째서! 어째서 당신이 가야하죠? 항상 가장 다치는 것도 당신이었어. 그런데 또 당신만, 당신만 사지死地로 가야하는 거죠? 어째서냐구요!"


 

    로엔이 외친다. 적이 들을 수도 있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가슴이 인정하지를 않아. 격해진 감정을 담아서. 벤의 얼굴을 응시했다. 벤의 얼굴은 진지했다. 자신이 무엇이라고 말해도 그의 마음을 되돌릴 수 없음을 안다.

    하지만 아무 말 안 하고 그저 믿어 줄 수 없는 것은, ─적이 마왕이기 때문에.

 

    "괜찮아. 게다가, 마법사인 네가 이렇게 흥분하면 안 된다. 막둥이 너는 보다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해. 나의 속도를 따를 이는 없어. 그렇다면 치고 빠질 때에도 가장 유리한 것은 나다. 그건 네가 제일 잘 알거야. 그러니까, 그 녀석을 데리고 도망쳐. 알았지?"

    "…벤님…!"

    "날 실망시키지 마라, 로엔. 언제까지 바보처럼 굴테냐."

 

    자신이 죽을 것을 직감하고 있는 벤이었지만, 일단 최우선 순위는 공주와 최연소자인 로엔을 무사히 대피시키는 것. 벤은 애써 냉정하게 말했다. 로엔은 고개를 푹 수그렸다. 슬픈 눈동자가 흔들리는 채로, 로엔이 벤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벤은 이미 문을 닫기 위해 문 밖에 있었다.

 

    "…벤님!"

 

    벤은 웃었다.

    돌문이 '그그그그' 하는 소리와 함께 내려가기 시작했다.

 

    "─다시 볼 수 있길 빌어다오."

 

    로엔은 자신이 발동시킨 '텔레포트'의 마나가 자신을 휘감는 것을 느끼며 문이 닫힐 때까지 벤을 바라보았다.

    쿵.

    묵직한 소리와 함께 닫힌 문과, 건너편에서 빛과 함께 사라지던 일행과, 남은 자신과, 다가오는 적. 벤은 의연한 얼굴로 그 돌문에 단검으로 뭔가를 세기기 시작했다.

    까득, 까드득.

    돌이 깍이는 소리가 멈추었다. 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두 새겼는지 전투를 대비하며 단검을 고쳐 쥐었다.

 

    ─너 혼자인가? 믿을 수 없군. 어째서 혼자 남은거지?

 

 

    벤은, 웃었다. 그리고 외쳤다.

    "난 내가 지킬 것을 못지키는게 죽는 것보다 싫거든!"

 


 


 


 


 


  몇 합을 겨루었던가. 마왕의 공격은 매섭기 그지 없었다. 마왕이라는 타이틀을 괜히 달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정말로 강했다. 그의 순수한 마기는 그 자체로도 손색 없는 훌륭한 무기로 스치기만 해도 피부를 마기로 오염시켰다. 게다가 그는 그런 마기를 검의 형태로 쓰고 있었는데, 그 예기 또한 대단했다. 대륙의 어느 명검을 가져다 비교해보아도 더 훌륭하면 훌륭했지, 못하지는 않을 명검 중의 명검이었다.

  게다가 마왕의 검술을 뛰어나, 그의 맹공세에 벤은 만신창이의 몸으로 벽에 처박혔다.

 

  "…으윽……, 크흐……."

 

  죽은 피를 게워낸 벤이 목에 피가 엉겨붙어 숨쉬기가 곤란한 듯 미간을 찌푸리곤 힘들게 숨을 쉬었다.

 

  -괴로운가.

  "이, 쿨럭…, 미친 새끼야, 너 같으면, 크… 잘도 안 아프겠다……."

 

  벤이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어 벽에서 미끌어져 떨어진채로 겨우사리 입만을 열었다. 단검 두 자루를 빼면 별다른 무기도 소지하지 않는 습관 덕에─속도 유지를 위해서 몸을 가볍게 하는 것이 유리했기 때문에─, 이제 벤에게 남은 무기라곤 몸뚱아리 하나 뿐이었다. 그나마도 방금의 격돌로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늑골은 가볍게 서너 대는 나간 것 같은데 슬슬 열이 올라오는 것 같다. 마왕의 공격이 얼마나 매서웠는지 왼팔은 깔끔하게 동강났다. 내 몸에 당한 기술이지만 대단하단 말이 절로 나오는 깔끔한 공격이다.

 

  게다가 이것이 봉인된 능력이라면, 마왕은 과연 얼마나 강하단 말인가. 지금은 변변한 육체조차 없음에도 불구하고.

  벤은 새삼스레 이 마왕을 봉인했다는 용사에게 존경심이 가득담긴 눈빛을 보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쿨럭…!"

 

  속에서 치솟는 핏덩이를 게워냈다. 목구멍을 타고 혈향이 올라온다. 이미 상당한 피를 흘려버려 눈앞이 어지럽다.

  마왕이란 작자는 공격도 멈춘채 이 쪽을 주시하고 있다.

  벤은 통증과 함께, 자존심이 구겨지는 것을 느끼며 미간을 찌푸렸다.

 

  "…우습게 보는거냐."

  -그렇게 느껴지는가.

  "크……쿨럭…, 그럼… 뭐라고, 하지…? 쓰러트릴거면…, 어서 와라. 난 더, 싸울 수 있다고……."

 

  벤이 입가로 흘러내린 피를 소매로 훔쳐내며 비틀비틀 일어섰다. 곧이라도 쓰러질 것 같이 위태로웠지만 눈빛만큼은 투지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힘이 안 들어가는 손에 애써 힘을 주었다. 과연 이 상태로 때린다고 해서 상대에게─그것도 최강의 실력을 가진 자에게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이대로 쓰러져서 당하기를 기다리는 것도 성미에 안 맞는다.

 

  "자, 덤벼."

  -좋다, 인간. 그렇다면!

 

  호쾌하게 외친 마왕과 벤이 또다시 격돌했다.

 


 


 


 



  벽부터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듯, 벽에는 처참할 정도로 피가 난자해 있었다. 피는 뭔가에 쓸린듯 아래쪽으로 흘러내렸는데, 그 아래는 벤이 피투성이인채로 늘어져 있었다.

 

  온 몸의 뼈는 부러졌고, 피는 이미 치사량 이상으로 흘린 것 같다. 이미 고통따위를 느낄 수 없게 된지 오래다. 신경이 산산조각 나버린 것 같다.

 

  힘 한 줌 없이 늘어져 있었다.

 

  죽기 전에 주마등이 스쳐지난다고 하던가.

  벤의 눈 앞으로 파노라마처럼, 모든 일들이 스쳐간다.

  얼굴도 기억나지 않지만, 단란했던 가족. 납치. 암살자로서의 혹독한 훈련들. 사부와의 만남. 카슬러의 성을 물려받은 일. 배신을 당해 성에 잡혀가 연극의 일행이 된 일. 공주에게 호의를 품게 된 일. 어느 순간부턴가 모험을 즐겁다고 여기게 된 자신. 그리고, 공주를 위해, 모두를 위해 희생하고 있는 자신.

 

  "…죽는…건가……."

  -살고 싶나?

  "이……크……."

 

  뭔가 말하려는듯 발끈했지만 갑자기 몰려드는 고통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그런 벤을 보던 마왕이 손─이라기보단 그저 마기의 덩어리 쪽에 가깝겠지만─을 뻗더니 이마를 쿡 찔렀다. 벤은 자신의 몸과 영혼이 분리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공중에 부유하는 느낌을 받으며 통증이 사라졌다는 것을 신기하게 생각하던 차에 목소리, 아니 울림이 느껴졌다.

 

  -내 말이 들리나.

  -이건 또 뭐지. 이제 죽을 놈한테 말을 거는 의도를 모르겠군.

  -말은 정말 잘 하는군?

  -이 몸은 이래뵈도 말빨로 져본 적이 없다.

  -호오, 그런가? 그런 의미에서 내 부하를 해볼 생각은 없나?

 

  마왕이 물었다. 벤은 순간 어이가 없어서 진지하게 이 놈이 마왕이 아니라 그냥 싸이코가 아닐까, 하고 고민했다.

 

  -……미쳤냐? 죽기살기로 싸워서-아니 이건 내 쪽 한정이지만, 사람을 다 죽여놓고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릴 하는거지?

  -아아, 말 그대로다. 스카웃 제의라고 해두지.

  -기각. 그냥 난 죽으련다.

 

  잠시 침묵하던 마왕이 한 마디 흘렸다.

 

  -그들이 도망갔다고 안심하고 있는 건가?

  -!!!!

 

  벤의 감정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혼부터 흔들리는 충격. 벤이 흔들리는 것을 느낀 마왕이 말을 이었다.

 

  -네가 내 부하가 된다고 한다면, 인간계 침공 때 세날 왕국만은 멸망시키지 않도록 하지. 그들의 안전을 보장하겠다.

  -──마왕의 말인데 믿으란 건가.

 

   벤은 끝까지 의심했다. 영혼의 축부터 흔들리고 있으면서도, 끝까지 계산해보고 의심한다. 신중한 모습.

  마왕은 실소했다.

 

  -이래뵈도 왕이다. 아무리 마족이라 한들 약속이라는 것은 있는 법이지. 굳이 따지자면, 인간들의 약속과는 다르겠지만, 피의 맹세에 가깝다고 해둘까? 그 정도의 신의도 없다면 부하를 거느릴 수 없겠지않나.

  -…….

  -자, 어때?

 

  벤은, 눈을 감았다. 정확히는, 영혼의 상태니, 시각을 닫았다고 해야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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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왕님 또라이로 만드러서 미안..



  "야. 너 신기한 능력 가졌네? 내 부하 해라. 응, 내가 이렇게 스카웃 하는 일도 적거든? 맘 변하기 전에 얼른 받아들이는게 좋을거다."



  그러니까, 첫인상을 한 마디로 일축하자면 그에 대한 첫인상은 '대단히 이상한 놈이다.' 였다. 아무리 괴짜로 득실거리고, 미친 놈이 넘쳐나는 마계에 적응한 내가 보기에도 인간들이 '또라이'라고 칭하는 존재라고 생각했다.(물론 지금 말하라면, 터무니없었던 것은 바로 나였었다.)

 

  그렇긴 해도 느껴지는 마기의 질이 워낙 순수해서 강하다, 그리고 귀족이다, 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확실히 나보다야 강한 것은 확실하지만, 저렇게까지 대책없는 자존심을 가질 정도로 강해 보이지는 않았다.

 

  일단 그가 마족치고는 꽤나 섬세하고 호리호리한, 인간적인 체형과 외모였다는 거다. 워낙 제멋대로 생긴 놈들이 많은 마족들인데, 대채로 마족들은 힘을 쓰기에 적합한 덩치들이었다. 실제로도 덩치값은 했기에 아무래도 인간형이면서 비쩍 말라버리기까지한 그는 그렇게 강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없었다.

 

  둘째는 느껴지는 기운의 크기였다. 마기 자체는 순수한 암흑 그 자체라서, 고결하기는 했으나, 느껴지는 기운의 양이 그리 많지 않았었다. 마족이란 놈들은 자신의 힘을 과시하려는 괴상한 버릇이 있어, 설마 자신의 기운을 숨기는 마족이 있을리가 없지, 하고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그러니 나는 그에게서 풍기는 기운만으로 그를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두 가지의 이유로 나는 그의 제안에 거절했다. 일단 입고 있는 옷도 고급인게 어디 귀한 집 자식인 것 같아서 대우는 해주기로 했다.

 

 

  "죄송합니다만, 제 능력은 그렇게 쓸만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재고해 주십시오."

 

  "아-, 아냐. 나는 너 같은 능력을 찾고 있었거든. 오히려 무식하게 힘만 센 것 보다 낫다고 평가해주지. 그러니까 재고고 뭐고 넌 내 부하를 하면 돼."

 

 

  얼씨구. 이 도련님은 내가 한 번 튕겨보는 것으로 여긴 모양인지, 아니면 절대로 거절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건지, 내가 그의 부하가 되는 것을 거의 가정사실로 여기는 모양이었다.

 

  나는 나의 심정을 그대로 드러내,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뇨, 저는 특이 체질 외엔 소환 마법을 익히고 있지만, 그것도 그리 높지 못한 수준이라서 무력으로든, 무엇으로든 도움이 안 될 것을 알아서 거절하는 겁니다만."

 

  "뭐야? 지금 내 눈을 의심하는 거야? 흠, 이상하다? 너 머리 좋지? 마족 중에서 머리 좋은 놈 찾기도 엄청 어렵거든, 그건 넌 알테고. 그 특이 체질? 하여튼 그 능력도 필요하지만, 네 머리만으로도 꽤 도움이 될텐데. 하여튼 마족이란 놈들은 다들 뇌가 근육으로 이루어진 것도 아니면서 맨날 싸움 타령이나 한단말이야."

 

 

  설득을 목적으로 말하던 것 같던 그는 끝에서는 마족들은 도대체 생각을 하고 사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툴툴 거리는 것으로 말을 마쳤다.

 

  그야 내가 마족 중에선 머리가 좀 좋긴하다. 저 사람의 말을 빌리자면 '뇌가 근육으로 이루어진 것'같은 마족들이 대부분이라 오히려 나 같은 지능파는 찾기 힘들다. 게다가 지능파들은 힘도 그리 센 쪽이 아니라서 대부분 조용히 숨어 살기 때문에 찾는 것도 어렵다. 물론 나는 마력무효화, 라는 효과때문에 떵떵거리고 사는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저 인간의 말은 어딘가 위험한 구석이 있다. 뭐랄까, 주위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달까? 아까의 뇌가 근육으로 이루어졌다는 말이라는 말만 해도, 여기가 주위에 마족들이 전부 내 부하인데다 물려두어서 조용한 것이지, 밖에서 했다간 다구리 맞아 죽어도 할 말 없는 말이었다.

 

 

  "그렇게 말을 함부로 하시면 위험할텐데요."

 

  "어? 뭐야, 부하, 지금 나 걱정해주는거야?"

 

  "아니, 그런게 아니라…잠깐, 부하…?"

 

  "그래, 부하. …뭐야 그 표정은? 내 부하되기 싫어? 이상하네, 아버지는 내 신분이면 못 꼬실 부하가 없다 그랬는데?"

 

 

  진지하게 고민하려는 그에게 한숨을 푹 내쉬며 물었다. 도대체 어떤 놈이 아들 교육을 그따위로 시킨거냐. 것보다 무슨 신분이기에 그런 교육까지 해? 나는 어이가 없다 못해 웃기기까지 하는 이 상황에서 당연한 것을 물었다.

 

 

  "─이제와서 이런 말 하긴 그렇습니다만, 저와 이야기 하면서 자신의 신분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으셨습니다. 신분을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 그랬구나, 어쩐지 뭔가 찝찝하더라니."

 


 



  그는 "난 바본가봐! 왜 그걸 말 안 했지?" 라고 투덜거리며 오른손으로 머리카락을 헤집었다. 그리곤 나를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나, 마왕 아들이야. 그러니까─왕태자? 하여튼 그런 신분이야. 그러니까 내 부하지? 너."

 

 

  웃으면서 말하는 그의 태도에 나는 벙찐 얼굴로 응수했다. 빽이 너무 높은 사람, 아니 마족인데다(그 마족에게 욕도 했다. 음….) 눈 앞에 서있는 이 마족의 신분도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그러고보니 이번 마왕 후계자가 좀 많이 마기도 순수한데다 강하고, 똘똘하기까지 해서 마왕의 총애를 받는다고 했었지. 그런 사람이니 아까의 무례하다기보단 거의 대책없이 들이대는 그 모습들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왜 기운을 숨긴건진 몰라도 일단 차기 마왕이라면 권력이 있는데다, 이 태도로 보면 부하들에게는 꽤 잘해주는 타입이다. 강하고 권력까지 쥐고 있는데다 부하에게 잘해주는 상관이라고?

 

  ─최고다. 절대로 놓쳐선 안 되는 기회라고 생각했기에 벙쪄있던 얼굴을 수습하고 대답했다.

 

 

  "네."

 

  "아, 그리고 내가 부하들한테 붙여주려고 지어논게 있거든? 따지자면 뭐 작위 비슷한 건데. 너한테는─"

 

 

  그가 잠시 고민해보더니 입을 열었다.

 

 

  "-명왕. 그래 명왕이 좋겠다. 너 명왕이라도 상관 없지?"

 

  "그런데 부하에게 왕王의 칭호를 줘도 괜찮은 겁니까?"

 

  "어차피 내가 마왕될텐데, 누가 뭐라 그런데? 게다가 내 부하가 약하게 취급받는건 싫다고. 어차피 제일 강한건 나일텐데, 상관없는거잖아?"

 

 

  그렇게, 고집쟁이 왕태자의 수하가 된 나는 명왕이란 호칭으로 언제나 그와 함께 했다. 부하에게 왕이라는 호칭을 주는 것은 안 되는 일이라며 극구 반대하던 마족을 골려줄 방법을 생각하며 몰래 계획을 짤 때에도, 인간들을 발 아래 둘 궁극의 계획이자, 우리 마왕님의 청사진인 공포의 대마왕이 되기 위한 연출을 고민하며 대륙침공작전을 세울 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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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을 거칠게 다듬은 제단 위에 너풀거리며 늘어져있는 금발이 보였다. 윌리엄의 눈동자가 눈에 띄게 흔들렸다. 바람에 흔들리는 머리카락을 빼고는 미동조차 하지 않아서인지, 윌리엄의 얼굴에 불안이 떠올랐다.


 


벤은 먼저 나섰다. 윌리엄의 옆을 지나면서 자신이 손짓하면 바로 달려나가 공주를 구하라고 말했다. 윌리엄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벤은 작게 쉼호흡을 하고, 방 안으로 들어섰다. 윌리엄과 로엔, 사제는 뒤에서 대기중이다. 치고 빠지는 것에는 자신이 적격이니.

 

"공주를 내놓으시지!"

 

스으으-.

 

공기가 흔들리는 소리? 아니면 마나가 진동하는 소리? 하여튼 뭔가가 움직였다. 벤이 본능적으로 그 위치를 느끼고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그것이 존재하고 있었다. 마왕이다. 순수한 마기의 집합체는 마치 끝없는 심연같은 어둠이었다. 그 자체로 공포를 불러 일으키는 그런 어둠을 주위에 두른 마왕은, 우스워보일만한 그 생김새조차도 잊을 정도로 엄청난 존재감을 뿜어냈다. 그 무시무시한 마기와 기운에 벤은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이 자는 위험하다!

 

자신의 동물적 본능이 위험을 호소하는 것을 애써 무시하고 시선을 마주쳤다. 제길, 부디 떨고 있지 않길…!

 

마왕이 말했다. 아니, 정확히는 소리가 머릿속에 울렸다. 하긴, 성대도 없는데 목소리가 나오긴 힘들겠군.

 

-너, 재밌는 녀석이군?

 

벤은 마왕의 말에 긴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풀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실소했다. 지금이 무슨 상황인데 풀린단 말인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없어서 모든 것을 포기한 자의 여유인가? 벤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아니다. 자신은 그 여유조차도 거부할테니까!

 

순식간에 마왕을 향해 뛰쳐나갔다. 윌리엄을 향해 손짓했고, 윌리엄은 그 신호를 보자마자 바로 뛰쳐나갔다. 벤은 자신의 애병기인, 두 자루의 단도를 휘둘렀다. 날카로운 날을 타고 마기가 흐르자 은색으로 은은하게 빛나던 단검이 새까만 어둠에 물들었다. 벤은 순식간에 단검에서 손을 뗐다. 단검은 어둠에 물든채로 바닥에 떨어졌다.

 

챙그랑. 챙그랑.

 

두 자루의 단검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벤은 자신의 목숨의 위협을 느꼈다. 어릴적 이후 느끼지 못했던 생명의 위협을, 지금 느끼고 있었다. 상대가 얼마나 강한 상대인지를 알면서도 시간을 끌기 위해 몸을 바친다니, 사부가 보면 자신이 미쳤다고 비오는 날 먼지나도록 두둘겨줄지도 모르겠다. 물론 구태여 다 맞아줄 자신도 아니지만.

 

벤은 1초라는 시간이 이렇게 긴 시간이었는가 하는 고민을 하며 마왕과 대치했다. 마왕은 주변의 넘실거리는 농밀한 어둠으로 벤을 포위했으나, 그 이상의 공격은 없었다. 벤 역시 목적이 시간끌기였기 때문에 마주보고 있을뿐, 다른 행동은 없었다.

 

깡통 녀석은 공주를 잘 구했을까? 이미 어둠에 막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마왕의 시선만은 몸이 느끼고 있어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시선에서 벤은 단정했다. 공주는 구해졌다! 그 사실에는 의심조차 들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위험하는 것이 문제지만.

 

"공주의 몸에 강림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벤이 으르렁거리면서도 물었다. 어차피 이 상황에서 입을 열든 안 열든 어차피 죽을테니, 궁금증이라도 풀고 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둠에 포위당한 순간, 벤은 정말로 자신이 이길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몸으로 깨달았다. 자신은 이미 어둠에 삼켜지지 않는 것 만으로도 한계인, 그의 앞에서는 한없이 나약한 인간 중 하나일뿐이었다.

 

-그러려고 했지만, 마음이 바뀌었다. 더, 적당한 대상을 찾은 것 같구나.

 

벤은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볼 수 없던 시야에 붉은 빛이 비춰드는 것을 깨닫기도 전에, 쓰러졌다.

 

"크아아아악─!"

 

심장이 터져나갈듯 한 고통. 온 몸의 뼈 마디마디가 분리되는듯 한 고통. 모든 신경이 끊어지는듯 한 고통! 격렬한 고통 속에서도 귓가에 속삭이는 마왕의 목소리는 또렷하게 들렸다.

 

-그 고통을 이겨낸다면, 너는 엄청난 힘을 얻을지니라.

 

벤은 그 말뜻을 이해했다. 몸이 없는 마왕. 그리고 나름대로 인간 중에서는 강인한 축에 드는 자신. 그리고 자신이 구하게 만든 마왕이 찍어두었던 공주! 자신에게 힘을 준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몸 속에 들어오겠단 소리가 아닌가! 벤은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죽을 힘을 다해 표현했다.

 

"난 그런 힘따위 필요 없단 말이다─!"

 

그리고 또다시 엄습한 통승에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채, 고통, 고통, 고통……, 이어지는 고통 속에서 벤은 자신을 배신하는 몸을 원망하며, 정신을 잃었다.

 


 


 



핏기가 가신 하얀 얼굴, 파랗게 질린 입술, 푸석한 머리카락. 윌리엄은 공주를 품에 안을 채로 사제의 치료를 받게 했다. 자신의 품에서 떼어놀 수가 없었다. 눈을 떼면, 공주는 언제나 위험할 것 같아서.

 

"윌, 리엄…?"

"공주님, 무사하십니까? 어디 아프신 곳은 없으십니까?"

 

윌리엄은 겨우 눈을 뜬 공주에게 질문을 퍼부었다. 공주는 살며시 웃었다. 그러나 이전처럼 밝은 웃음은 아니었다. 아무리 철없던 그녀라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만큼은 파악할 수밖에 없었다. 마왕의 몸이 되기 위해 납치되었고, 윌리엄과 일행들은 그런 자신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이곳에 왔다는 걸.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다, 한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한 사람은 언제나 자신들 중에서 가장 많은 상처를 입던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니, 설마?

 

그 표정을 읽은 윌리엄이 안심한 얼굴을 굳히며 긴장했다. 그리곤 입을 열었다.

 

"녀석은 무사합니다. 단지, 적이 되었을뿐이죠."

 

그녀를 자신의 등 뒤에 숨긴채 윌리엄이 칼을 뽑아 들었다. 살라나는 일행들의 긴장에 덩달아 긴장하며 중얼거렸다.

 

"…적……?"

"예. 적입니다. 그것도 사상 최강최악의 적이라고 해야겠군요."

 

그녀의 중얼거림을 들은 사제가 단호히 대답했다. 그리고, 그 역시 긴장하며 그녀의 앞으로 나섰다. 로엔 역시 굳은 얼굴로 입술을 달싹이고 있었다. 무슨 마법을 준비하는지 몰라도 손으로는 수인까지 맺으며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검은 어둠이 밀려들었다. 뭉클거리며 퍼져나가는 그것들을 두른 그는 익숙한 얼굴이었다. 벤 카슬러. 사라졌던 일행. 그리고, 지금은 적인 사람. 언제나 불만스러운 얼굴이었지만 그 이면에 감추어진 자상함은 눈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의 눈에서 어떤 감정도 느낄 수가 없었다. 무채색같다. 그리고 그의 얼굴에서는 표정이 사라졌다. 언제나 다양한 표정을 지었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지자, 그는 놀라울 정도로 날카로운 분위기를 풍겼다. 살라나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벤의 암살자로서의 모습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벤이 한 걸음 옮겼다. 그 한 걸음에서 풍기는 마기는 어둠과 함께 주위를 잠식했고, 강한 자의 여유가 느껴졌으며, 거만한 황제의 권위가 풍겨왔다. 자신들의 앞에 서 있는 이 벤 카슬러는, 자신들이 알던 벤 카슬러가 아니었다.

 

윌리엄과 로엔, 그리고 사제는 애써 긴장하고 공격을 준비했지만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공격을 할 수 없었다.

벤의 것이었던 목소리가 말했다.

 

"그런 얼굴로 나를 쓰러트리겠단 건가? 우습구나. 아까도 누누히 말했잖나, 그렇게 망설이는 공격따위론 이 몸에 상처 하나도 낼 수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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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님, 뭐하세요?"

  "아, 나야 보다시피."


  벤이 천조각으로 정성스럽게 닦고 있던 단검을 들어보였다. 셀 수도 없을 만큼의 격전지에서 함께 했을 단검의 날카로운 칼날은 이가 빠진 곳 없이 완벽하게 관리되어 있어, 주인의 정성을 대변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둥이 너는 공부한다고 들어가지 않았나?"


  분명 식사 후, 불침번으로 지목된 벤이 "내가 왜 불침번인데!"라면서 길길이 날뛰며 윌리엄과 한바탕 하고 있을 적에, 로엔은 공부를 하겠다고 일찍 들어갔었던 것을 기억해낸 벤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너무 안 풀려서 잠시 바람이라도 쐴까 하구요."

  "그래? 그래도 바람이 꽤 차니까, 감기 걸리기 전에 들어가."


  벤이 그렇게 크게 지펴놓지 않았던 모닥불에 장작을 좀 더 던져넣어 불길을 키웠다.


  "이 정도면, 그렇게 춥지는 않겠지."


  로엔이 그다지 추워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이자 벤은 다시 단검을 정성스럽게 닦기 시작했다. 벤은 로엔이 곁에 앉아 있는 것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듯했다. 얌전하게 앉아서 불길을 쪼이고 있던 로엔이 입을 열었다.


  "벤님, 전부터 궁금한게 있는데요…."

  "궁금한거? 뭔데?"


  벤이 단검을 다 닦았는지 불빛에 비춰보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검집에 집어넣었다. 로엔의 물음에 단검을 허리춤에 꽃아 두곤 고개를 돌렸다.


  "음…, 그러니까…"

  "뭔데 그래? 편하게 말해봐."

  "벤님이 좋아하는 사림이 있나요?"


  로엔의 얼굴에는 그 어디에서도 진지함 이외의 표정을 찾아볼 수 없었다. 벤은 흐음…, 하고 고민하는듯 하더니 입을 열었다.


  "좋아하는 사람이라면야…, 좀 이상한 사람이긴 했지만 사부님도 좋아했었고, 지금도 길드 사람들은 좋아하고. 음, 미묘하지만 공주도 그렇게 밉진 않아. 깡통이나 오크녀는…, 그 녀석들은 좀 예외다. 도저히 좋다고 할 수가 없다. 그래도 싫다고 하기에도 애매하긴 하지만…. 사제 녀석도 +HP1만 아니면 참 괜찮은 녀석인데. 막둥이 너도 좋고. 근데 왜?"


  로엔이 뒤통수를 긁적이며 웃어보였다. "그냥, 궁금해서요." 간단하게 대답한 로엔은 가볍게 기침하는 것을 본 벤이 필사적으로 들어가라고 모닥불가에서 쫓아내, 텐트로 쫓기듯이 들어갔다.


  장난스럽게 웃고 있던 로엔은 없다.

  이곳에는, 단지 질투를 하고 있는 남자 한 사람 뿐이었다.


  미궁.


  그래요, 당신이란 존재는 저의 마음이 헤메이는,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을 무한한 미로. 그렇기에 당신은 다른 누구보다도 위험합니다. 여지껏 누구에게도 준 적이 없고, 허락한 적이 없는 나의 심장을 단숨에 빼았아간 당신을, 이제와서 다른 이에게 빼았기는 것은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어요. 그것은 제 자존심이 허락하지 못해.


  ─그러니까, 저는 당신을 가지겠습니다.

  당신을 저의 것으로 할 때까지, 그 어떤 피가 흐른다고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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