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즈마, 선생님, 안 돼요…. 사이코는 눈을 꼭 감은채 고개를 저으며 자신을 내려다보는 니즈마를 제지했다. 아니, 노력했다. 니즈마는 그런 사이코의 닫힌 눈꺼풀 위에 몇 번이고 키스를 떨어뜨렸다. 좋아해요. 정말로 좋아해요. 좋아합니다. 좋아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쭉 좋아할거예요. 니즈마의 목소리가 울 것같이 떨리고 있었다. 눈을 살짝 뜬 사이코는 니즈마의 표정에 흠칫 굳었다.
니즈마의 얼굴이 닮아있었다. 그의 만화에서 주인공이 사랑에 괴로워할 때의 그 표정과 똑같아서.

“…마시로 선생님의 팬이에요. 선생님은 정말로 멋져요. 그림 솜씨만 말하는 게 아녜요. 처음 편집부에서 만났을 때부터 쭉 느껴온 거예요. 선생님의 그림은 살아있어요. 선생님이 모든 것을 불태워 그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저는 그 불꽃이 정말 멋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마시로 선생님이 저를 라이벌이며 의식해주시는 게 얼마나 기뻤는지 선생님은 모르실 거예요.”

니즈마가 자신의 속마음을 하나씩 털어놨다. 그 말을 들으며 사이코는 입을 다물었다. 차마 그만하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니즈마의 감정이, 그 무게가 절절하게 느껴졌다. 거짓이라기엔 너무나도 감정적이고, 진실이라기엔 받아들이기 어려운 고백을, 사이코는 니즈마의 밑에서 그저 듣고 있었다.
니즈마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사이코를 짓누르는 것 같았다. 무겁다…….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가벼히 여긴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이렇게 무거운 것이었나? 니즈마의 마음은 말에 담겨 사이코의 심장을 두드렸다.

솔직히 말해서 사이코도 니즈마를 싫어하지 않기 때문에 이 상황이 더욱 곤란했다. 니즈마의 작품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재미있게 읽으며 즐거워하는 팬이기도 했고, 같은 만화가로서 니즈마를 존경하기도 했다. 싫지 않다는 말보다는 좋아한다는 말이 더 어울릴 감정일지 몰랐다.

모순적이게도 사이코는 니즈마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의 고백에 이렇게나 괴로웠다. 이제껏 자신을 달리게 해주었던 장본인은 아즈키였다. 그래야만 했다. 타카기도, 니즈마도 도움을 주지만 사이코의 1순위이자 골은 아즈키였다. 자신이 달려온 길의 대전제와도 같은 것이 이제 와 뒤집히는 것을 사이코는 용납하고 싶지 않았다.

밀도 높은 니즈마의 말들에 폐가 찌부러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사이코는 격해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는 니즈마를 다시 한 번 보았다. 아이처럼 울고 있는 그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이렇게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사람을 밀어내야 한다. 자신이 아즈키에게 주고, 아즈키가 자신에게 주는 사랑만큼 큰 마음을 그저 자기자신을 위해서 떨쳐내야 한다.

사이코는 애써 입을 열었다.

“니즈마 선생님, 너무 마시셨어요.”

그 마음을 그저 술 탓에 잘못 나온 말로 치부해야하는 상황에 또 다시 짓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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