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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이치고님 아니십니까."
"안녕하세요, 우라하라씨."
"오랜만에 뵙네요. 못 뵌 사이에 키가 좀 큰 것 같으신데요? 이야~ 나날히 훤칠해지시네요."

우라하라가 반가워하며 인사를 건내왔다. 영향가 없는 안부인사였기에 듣고 있던 이치고가 적당히 끊고 헤어지려는 찰나, 우라하라가 부채를 부지런히 파닥이며 단박에 화두를 바꾸었다.

"그러고보니 요즘 카린님이 저희 상점에 자주 들리시던데, 그 후로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나요? 영력이 조금씩 꾸준하게 강해지는 것 같아 이런저런 물품들을 챙겨드리고 있지만 걱정이 되서용."

장난스러운 말투가 담고 있는 이야기에 이치고는 자리를 뜰 생각을 접었다.

이치고가 영력을 잃은 반동처럼 카린의 영력이 점점 강해졌다. 영력이 강해 수많은 고생을 한 전적이 있는 이치고에게 카린의 문제는 여러 의미로 큰 일이었다.

이치고는 최근의 카린을 떠올리며 한숨을 쉬었다.

"카린이야 나랑 다르게 맺고 끊는게 확실한 애니까 알아서 잘 하겠지 싶어서... 우선 상처를 안 달고 오는 거에 안심하기로 했어. 뭣보다 카린 녀석, 당신한테 이것저것 받아가는게 있다며?"
"이야, 제가 이치고님께 도움 받은 게 많으니까 이치고님의 동생 분인 카린님께 도움을 되돌려주는 거랍니다."

아무리 우라하라가 자신의 행동으로 얻은 것이 있다고 해도, 동생에게 도움을 주는 것에는 감사를 표해야 할 일이다. 이치고는 여느 때처럼 웃고 있는 우라하라에게 허리 숙여 인사를 했다.

"카린에게 신경써줘서 감사합니다."
"이치고 님에게 도움받은만큼 돌려드리는 것이래도요."

이치고의 예의 바른 인사에 우라하라는 하하하 웃으며 우라하라상점이 있는 쪽을 부채로 가리켰다.

"기왕 오랜만에 만났는데 가게에 들러서 차라도 한 잔 들고 가시죠. 마침 맛있는 다과도 준비된 참이에요. 맛있는 초코 쿠키를 선물로 받았거든요."
"...그럼 알바 가기 전 잠깐만 실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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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세군, 잠시만 만나서 이야기해도 괜찮나요?]

드물게 쿠로로부터 온 메일이었다. 쿠로코 전용으로 설정해둔 벨이 울려서 설레며 메일을 확인한 키세는 당장 오케이 답장을 보냈다.

[물론 괜찮죠! 제가 세이린 쪽으로 갈까요? 아니면 다른 데서 만날까요?]

메일을 보내고, 키세는 들떠서 계속 휴대폰 화면만 껐다 켜는 행동을 반복했다.

쿠로콧치가 메일을, 그것도 만나자는 말을 꺼내다니! 제 정성이 통한 건가? 아니면 쿠로콧치가 이런 행동을 할 정도로 문제가 생긴 건가요? 만약에 후자라면 카가밋치 용서 안 할거니까요! 쿠로콧치를 세이린에 둔 건 카가밋치가 호언장담하길래 믿어준 건데!

쿠로코의 답장이 늦어지자, 쿠로코의 선문에 들떴던 마음은 어느새 방향을 잘못 든 채로 신나게 달리고 있었다.

띠링!

울렸다.
키세의 사고가 순간 정지했다.
재기동과 함께 키세는 당장 도착한 메일부터 확인했다.

[지금 시내에 있는 더 마레라는 카페인데, 이쪽으로 와주실 수 있나요? 안 된다면 제가 그쪽으로 가겠습니다만.]

더 마레. 더 마레. 아는 가게다. 분명 얼마 전엔가 시내 카페 투어 특집으로 돌았던 곳 중 하나였다.

[아뇨, 제가 갈게요! 금방이니까요!]

키세는 방향을 틀었다.
이 근처 버스 정류장에 오는 버스들은 다들 시내를 통과하는 노선이었다.
키세는 버스 정류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버스에 올라탔다.

띠링!

[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틱틱틱틱 답장을 타이핑했다.

(쿠로콧치, 무슨 일이 있는 거예요? 뭔가 이상해요.)

..아니야, 이건 메일보단 직접 만나서 물어야지.

몇자 썼던 말을 지우고, 메일함을 닫고, 화면을 껐다.
까만 화면에 비친 여유없는 얼굴을 보자, 한숨이 픽 세어나왔다.

쿠로콧치, 너무해요.. 쿠로콧치는 항상 날 두근거리게 만들어서 진짜 곤란하다구요. 저는 정말로 쿠로콧치에 관해선 이렇게 여유가 없어지는데. 애인 사이가 됐다고 해도, 쿠로콧치를 노리는 사람들은 너무 많아서, 얼마나 초조한지... 쿠로콧치는 알까요?

잠시 다른 생각을 한 사이, 버스는 도착해 있었다. 키세는 닫히려는 문을 가까스로 멈추고 급하게 내렸다. 여기에서 그 카페까지는 뛰면 금방이다. 키세는 가볍게 쉼호흡하고, 땅을 박찼다.




조금 거칠게 문을 열고 들어온 키세에게 종업원들의 시선이 모였다가 떨어졌다. 키세는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쿠로코가 있을 방을 찾았다.

"아, 키세군. 여기에요."

쿠로코가 파티션 사이로 얼굴을 빼꼼이 내밀로 손짓했다.

"쿠로콧치!"
"쉿! 여기로 들어오세요."
"네, 넷!"

키세가 허겁지겁 쿠로코의 맞은 편에 앉았다. 쿠로코는 키세가 들어오자, 읽고 있던 페이지에 책갈피를 꽂고 책을 덮었다. 그것을 테이블 구석에 올려두고, 키세와 시선을 맞췄다.

"키세군,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
"네, 뭐든지요!"

쿠로콧치가 뭘 물어보려고 이렇게 진지하게 분위기를 잡지? 설마 헤어지자던가 헤어지자던가 헤어지자던가 그런 말은 아니겠지? 으앙, 쿠로콧치, 무슨 말을 물어보려는 건지 무서울 정도예요.

키세가 딱딱하게 굳어 쿠로코의 질문을 기다렸다. 쿠로코는 가방에서 꺼낸 책 한 권을 꺼내 키세에게 건냈다. 키세는 굳은 자세 그대로 눈만 굴려 그 제목을 쓱 훑어보았다. ...년... 대학... 목록...
...대학?

"키세군은 어느 대학에 가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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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무라 린이 죽었다.
짧은 보고 한 줄에 바티칸이 술렁였다.




교토에서 푸른 불꽃으로 부정왕을 죽이고 인간을 구제한 공을 세운 이후로도 굵직한 사건의 중심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악마를 죽인 린을 그들은 동족살인자라는 호칭으로 낮춰불렀다.

악마들의 아버지, 사탄. 푸른 불꽃을 몸에 두르고 허무계에 군림하는 강대한 힘. 마신이라고 불리는 압도적인 존재의 힘을 잇는 혈육인 린이 인간들의 편에 서서 싸워주는 것은 분명 인간들에게 이로웠지만, 악마라는 본질을 가진 린을 두려워하며 밀어냈다.

하지만 린은 주위의 시람들에게 사랑받았고 그들을 위해 싸웠다. 린은 그것만 있으면 얼마든지 싸울 수 있었다. 동족살인자의 이름도, 악마라며 자신을 죽이려 하고 경멸하는 태도에도 상관없이. 그저 자신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인간의 편에 서서 싸웠다. 린은 강했고 불안요소가 없진 않았지만 인간의 편이었다. 그가 지켜야 할 사람들이 있는 한, 푸른 불꽃을 두른 검이 그 불을 꺼뜨리는 일도, 인간을 향할 일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적어도 린의 의지가 그렇게 주장하는 한은 그랬을 터였다.

「캬하하하하 아들쨩은 내가 받아갈게?」

사탄이 린의 몸에 파고들었다. 린과 파장이 너무 잘 맞는 것이 되려 화가 되어 린의 몸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다. 린의 몸이 사탄의 힘에 간섭받지 않아 붕괴하지 않은 대신 린의 정신체를 밀어낼 힘도 약했다.

린은 사탄에게 아울려 폭주하려는 불꽃을 억누르고, 자신을 심층 깊은 곳에 밀어넣고 억지로 재우려는 사탄의 수작에 필사적으로 반항했다.

"영감을 죽이고, 이젠 다른 친구들도 죽이려고?"
「영감? 아아, 그 신부녀석? 그래도 린쨩의 아버지는 이몸인데~?」
"내 아버지는 후지모토 시로다..!"
「린쨩의 푸른 불꽃도 사실 내 걸 나눠봤은 건데 말야, 자꾸 그렇게 나오면 이몸도 화낼 거라고? 캬하하흐하하하하! 그 소중하다던 인간들이 없으면 얌전히 잠들어 주려나?」

솔직히 린은 최선을 다해 반항했지만 몸의 주도권을 완전히 넘기지 않는게 고작이었다. 조금만 방심해도 사탄에게 몸의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기고, 그의 손에서 타오른 불꽃은 린의 얼굴로 린의 작지만 행복한 세계를 모조리 태워버릴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린이 다음 행동 방향을 정하는 것은 간단했다.

─억지로 떼어낼 수 없다면, 붙어있을 수 없게 만들면 돼.

"얌전히, 죽어줘."

아름다운 푸른 검의 벼려진 날이 살갗을 찢고, 뼈를 부수고, 심장에 박혔다.

「신부놈이랑 같은 짓을 할 셈이냐!」

린은 고통에 일그러지려는 얼굴을 애써 피고 웃었다.

"네놈이 내 얼굴로, 내 손으로 녀석들을 죽이는 것보다, 내가 아프고 마는게 훨씬 낫지 않겠냐?"

처연히 웃으며 말한 린은 저 멀리서 달려오는 유키오를 발견했다. 저 녀석을 위해서 형이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 되나? 화낼텐데... 하하.

린은 칼이 몸을, 심장을 꿰뚫었는데도 끈질기게 숨을 잇는 몸을 완전히 멈추기 위해 칼 손잡이를 힘껏 끌어당겼다. 살을 비집고 칼이 빠져나오자, 기다렸다는듯 붉은 피가 주위를 물들였다. 유키오의 당황한 눈과 마주쳤고, 린은 아마도 웃어주었던 것 같았다.

몸이 무겁다는 생각을 겨우 떠올리며 빨갛게 젖은 땅이 가까워지고, 그리고 끝났다.




푸른 불꽃이 사그라들었다. 유키오가 몇 번이고 린을 블렀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쓰러진 린을 안아들고 그의 얼굴을 본 유키오는 차갑게 식은 그 몸을 꼭 껴안았다.

바보같을 정도로 착해 빠진 형은 웃고 있었다. 화를 내지도, 절망하지도 않고, 조용히 웃었다. 많지 않은 나이에 죽음을 스스로 택하면서도 초연하게 웃어버린 형을 대신하려는 듯이 유키오는 오열했다.


+트위터에서 풀었던 썰을 옮겨왔습니다.
개인적으로 클리셰 중 클리셰지만 죽는 쪽은 최선을 다했기에 웃고, 그걸 보는 쪽은 결국은 상대방을 구하지 못해서 절망하고 우는 대조적인 모습의 시츄에이션을 좋아합니다. 그 사람을 위해서 기꺼이 희생했지만, 그것이 그 사람의 행복이 되지 않고 오히려 슬픔이 된다는게 가슴에 찡하고 울리면서 조...좋아.. 근데 죽으면 슬퍼... 딜레마예요.... 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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