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이치고님 아니십니까."
"안녕하세요, 우라하라씨."
"오랜만에 뵙네요. 못 뵌 사이에 키가 좀 큰 것 같으신데요? 이야~ 나날히 훤칠해지시네요."
우라하라가 반가워하며 인사를 건내왔다. 영향가 없는 안부인사였기에 듣고 있던 이치고가 적당히 끊고 헤어지려는 찰나, 우라하라가 부채를 부지런히 파닥이며 단박에 화두를 바꾸었다.
"그러고보니 요즘 카린님이 저희 상점에 자주 들리시던데, 그 후로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나요? 영력이 조금씩 꾸준하게 강해지는 것 같아 이런저런 물품들을 챙겨드리고 있지만 걱정이 되서용."
장난스러운 말투가 담고 있는 이야기에 이치고는 자리를 뜰 생각을 접었다.
이치고가 영력을 잃은 반동처럼 카린의 영력이 점점 강해졌다. 영력이 강해 수많은 고생을 한 전적이 있는 이치고에게 카린의 문제는 여러 의미로 큰 일이었다.
이치고는 최근의 카린을 떠올리며 한숨을 쉬었다.
"카린이야 나랑 다르게 맺고 끊는게 확실한 애니까 알아서 잘 하겠지 싶어서... 우선 상처를 안 달고 오는 거에 안심하기로 했어. 뭣보다 카린 녀석, 당신한테 이것저것 받아가는게 있다며?"
"이야, 제가 이치고님께 도움 받은 게 많으니까 이치고님의 동생 분인 카린님께 도움을 되돌려주는 거랍니다."
아무리 우라하라가 자신의 행동으로 얻은 것이 있다고 해도, 동생에게 도움을 주는 것에는 감사를 표해야 할 일이다. 이치고는 여느 때처럼 웃고 있는 우라하라에게 허리 숙여 인사를 했다.
"카린에게 신경써줘서 감사합니다."
"이치고 님에게 도움받은만큼 돌려드리는 것이래도요."
이치고의 예의 바른 인사에 우라하라는 하하하 웃으며 우라하라상점이 있는 쪽을 부채로 가리켰다.
"기왕 오랜만에 만났는데 가게에 들러서 차라도 한 잔 들고 가시죠. 마침 맛있는 다과도 준비된 참이에요. 맛있는 초코 쿠키를 선물로 받았거든요."
"...그럼 알바 가기 전 잠깐만 실례하겠습니다."
토우야는 슬슬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요 며칠을 내내 숲에서 헤매느라, 오늘만은 꼭 제대로 된 숙소에서 잠을 잘 수
있기를 바랐는데 주위에는 도시나 마을, 작은 인가 마저도 없었다. 이대로라면 노숙이 확정인 상황이라, 파트너인 N에게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물어보려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없다. 걸어왔던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새 야생 포켓몬과 친해졌는지 포켓몬을
쓰다듬어주며 웃고있는 N이 보였다.
"N, 잠깐만 이리 와 봐."
토우야가 작게 손짓하며 부르자, 쓰다듬어 주던 포켓몬을 숲으로 돌려보내 준 N이 토우야의 곁으로 다가왔다.
"응? 무슨 일이야, 토우야?"
"오늘도 노숙해야 할 것 같아서. 이제 슬슬 마을 하나 정도는 보일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영 틀린 것 같아."
토우야가 지도를 보며 뒷통수만 긁적였다. 오늘 쯤이면 작은 마을에 도착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내 예상이 좀 빗나간 것 같아.
미안. 하루만 더 노숙해도, 괜찮지? 이 말을 벌써 수 번이나 한 뒤라, 토우야는 제 생각에도 민망해져서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
벌써 날도 어둑어둑해져서, 무리해서 가다가는 완전히 길을 잃어버릴 것 같아서 말야...
길은 자신에게 맡겨 달라며 큰 소리 땅땅 쳤던 토우야인지라, 이렇게 고된 길을 가게 된 것이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쑥쓰러움과 민망함에 살짝 붉어진 얼굴로 저 먼 산을 보고 있는 토우야의 모습이 N에게는 신기할 정도로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자신을 쓰러뜨릴 정도로 강한 트레이너이면서도 포켓몬을 신뢰하는 마음은 순수했고, 짧지 않은 여행동안 얻은 노련함은 있지만 동시에 어린아이다운 천진함이 공존하는 모습은 N에게는 언제나 새로웠다.
“엔, 이 상황, 어떻게 생각해?”
“음. 솔직히 말해도 돼?”
“……내가 생각하는 거랑 다를 것 같지 않으니까 말해도 괜찮아.”
토우야의 허락이 떨어졌다. N은 다시 한 번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살피더니 입을 열었다.
“아무리 봐도 아까 지도에 표시돼 있다던 숙소 같은 건 안 보이니까, 우리 길을 잃은 거네?”
“…응.”
“그럼 오늘도 노숙이구나?”
“……응.”
머뭇머뭇 돌아오는 토우야의 대답에 점점 풀이 죽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적당히 말할 법도 하건만, N은 정직하게 화제를 던지고 말았다.
“토우야가 오늘은 꼭 제대로 된 침대에서 편하게 잘 수 있을 거라고, 날 믿어! 라고 당당하게 말했었는데.”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N의 확인사살에, 토우야는 땅을 파고 숨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분명 아침에 이동 준비를 할 때 지도에서 근처에 있는 두 개의 포켓센 중 좀 더 가는 길이 편할 것으로 추정되는 쪽을 골랐기에 이 시간이면 이미 도착해서 편하게 쉬고 있어야 했다. 그 계획은 분명 잘못되지 않았다.
다만, 중간에 포켓몬과 조우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숲을 헤치며 전진하는 중이었기에, 배틀 도중에 쫓고 쫓고 상황이 발생하면서
방향을 잃어버린 것이 큰 실수였다. 그나마 어떻게든 제 방향을 찾았다고 생각하고 나름의 허세를 부리며 발걸음을 옮겼는데, 결국은
이런 결론에 달하고 만 것이다.
N은 ‘침대에서 잘 수 없다니 아쉽네….’ 정도의 생각을 하며 사실을 되짚은 것에 불과했을 것이다. 평소의 언동을 보면 딱히 이
실수를 책망할 생각은 없었을 것이라고, 그 동안의 경험으로 분석한 N의 성격 DB를 통해 추론해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없애지는 않았다. 게다가, 그 실수 전에 너무나도 호언장담을 했던 자신이 몹시 부끄러웠다.
그렇게까지 당당하게 침대에서 자게 해주겠노라 선언까지 했는데 노숙이라니, N이 나름대로 편안한 숙소를 기대하고 있었다는 걸 계속
느꼈기에 미안함에 묻혀 죽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교토에서 푸른 불꽃으로 부정왕을 죽이고 인간을 구제한 공을 세운 이후로도 굵직한 사건의 중심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악마를 죽인 린을 그들은 동족살인자라는 호칭으로 낮춰불렀다.
악마들의 아버지, 사탄. 푸른 불꽃을 몸에 두르고 허무계에 군림하는 강대한 힘. 마신이라고 불리는 압도적인 존재의 힘을 잇는
혈육인 린이 인간들의 편에 서서 싸워주는 것은 분명 인간들에게 이로웠지만, 악마라는 본질을 가진 린을 두려워하며 밀어냈다.
하지만 린은 주위의 시람들에게 사랑받았고 그들을 위해 싸웠다. 린은 그것만 있으면 얼마든지 싸울 수 있었다. 동족살인자의 이름도,
악마라며 자신을 죽이려 하고 경멸하는 태도에도 상관없이. 그저 자신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인간의 편에 서서 싸웠다. 린은 강했고
불안요소가 없진 않았지만 인간의 편이었다. 그가 지켜야 할 사람들이 있는 한, 푸른 불꽃을 두른 검이 그 불을 꺼뜨리는 일도,
인간을 향할 일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적어도 린의 의지가 그렇게 주장하는 한은 그랬을 터였다.
「캬하하하하 아들쨩은 내가 받아갈게?」
사탄이 린의 몸에 파고들었다. 린과 파장이 너무 잘 맞는 것이 되려 화가 되어 린의 몸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다. 린의 몸이 사탄의 힘에 간섭받지 않아 붕괴하지 않은 대신 린의 정신체를 밀어낼 힘도 약했다.
린은 사탄에게 아울려 폭주하려는 불꽃을 억누르고, 자신을 심층 깊은 곳에 밀어넣고 억지로 재우려는 사탄의 수작에 필사적으로 반항했다.
"영감을 죽이고, 이젠 다른 친구들도 죽이려고?"
「영감? 아아, 그 신부녀석? 그래도 린쨩의 아버지는 이몸인데~?」
"내 아버지는 후지모토 시로다..!"
「린쨩의 푸른 불꽃도 사실 내 걸 나눠봤은 건데 말야, 자꾸 그렇게 나오면 이몸도 화낼 거라고? 캬하하흐하하하하! 그 소중하다던 인간들이 없으면 얌전히 잠들어 주려나?」
솔직히 린은 최선을 다해 반항했지만 몸의 주도권을 완전히 넘기지 않는게 고작이었다. 조금만 방심해도 사탄에게 몸의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기고, 그의 손에서 타오른 불꽃은 린의 얼굴로 린의 작지만 행복한 세계를 모조리 태워버릴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린이 다음
행동 방향을 정하는 것은 간단했다.
─억지로 떼어낼 수 없다면, 붙어있을 수 없게 만들면 돼.
"얌전히, 죽어줘."
아름다운 푸른 검의 벼려진 날이 살갗을 찢고, 뼈를 부수고, 심장에 박혔다.
「신부놈이랑 같은 짓을 할 셈이냐!」
린은 고통에 일그러지려는 얼굴을 애써 피고 웃었다.
"네놈이 내 얼굴로, 내 손으로 녀석들을 죽이는 것보다, 내가 아프고 마는게 훨씬 낫지 않겠냐?"
처연히 웃으며 말한 린은 저 멀리서 달려오는 유키오를 발견했다. 저 녀석을 위해서 형이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 되나? 화낼텐데... 하하.
린은 칼이 몸을, 심장을 꿰뚫었는데도 끈질기게 숨을 잇는 몸을 완전히 멈추기 위해 칼 손잡이를 힘껏 끌어당겼다. 살을 비집고 칼이
빠져나오자, 기다렸다는듯 붉은 피가 주위를 물들였다. 유키오의 당황한 눈과 마주쳤고, 린은 아마도 웃어주었던 것 같았다.
몸이 무겁다는 생각을 겨우 떠올리며 빨갛게 젖은 땅이 가까워지고, 그리고 끝났다.
푸른 불꽃이 사그라들었다. 유키오가 몇 번이고 린을 블렀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쓰러진 린을 안아들고 그의 얼굴을 본 유키오는 차갑게 식은 그 몸을 꼭 껴안았다.
바보같을 정도로 착해 빠진 형은 웃고 있었다. 화를 내지도, 절망하지도 않고, 조용히 웃었다. 많지 않은 나이에 죽음을 스스로 택하면서도 초연하게 웃어버린 형을 대신하려는 듯이 유키오는 오열했다.
+트위터에서 풀었던 썰을 옮겨왔습니다.
개인적으로 클리셰 중 클리셰지만 죽는 쪽은 최선을 다했기에 웃고, 그걸 보는 쪽은 결국은
상대방을 구하지 못해서 절망하고 우는 대조적인 모습의 시츄에이션을 좋아합니다. 그 사람을 위해서 기꺼이 희생했지만, 그것이 그
사람의 행복이 되지 않고 오히려 슬픔이 된다는게 가슴에 찡하고 울리면서 조...좋아.. 근데 죽으면 슬퍼... 딜레마예요....
으으...
컴퓨터 앞에 앉아 새로운 요리 레시피를 읽어보고 있던 린이 등 뒤에 매달려있는 아마이몬의 손을 쿡쿡 찔렀다. 좀 저리 가 봐. 걸리적 거린단 말야.
"싫습니다. 린의 냄새가 좋으니, 저는 떨어지지 않을 겁니다." "...하아."
린이 작게 한숨 쉬더니 포기한듯 주의를 돌렸다. 다시 웹서핑을 시작한 린은 타닥타닥 키보드 치는 소리와 딸깍거리는 마우스 클릭 소리만을 내며 입을 다물었다. 굉장히 집중해서 요리 레시피를 읽는 린을 따라 레시피를 몇 줄 읽던 아마이몬은 곧 흥미를 잃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좋아지만, 만드는 법은 흥미 없다.
모니터에서 시선을 뗀 아마이몬은 린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흐음. 작게 숨을 들이쉬자 린의 체취가 딸려 올라와 코끝을 간질인다. 옅은 베이비로션의 향 사이로 느껴지는 달달한 과자 냄새. 한창 제빵과 제과에 빠진 린이 매일같이 빵과 과자를 구워서 그럴까, 린의 몸에서 포근한 빵냄새와 달달한 시럽 냄새가 난다.
"귀여운 냄새가 나요, 린은."
아마이몬의 중얼거림에 린이 툴툴거렸다.
"다 큰 남자한테 귀여운 냄새는 또 뭐야? 징그럽게." "그렇지만 정말로 린한테서는 맛있는 냄새가 나는 걸요." "뭐어? 자꾸 그런 소리하면 내쫓는다, 너." "흐응- 정말인데."
아마이몬은 뒷머리 사이로 드러난 린의 목덜미에 입술을 대고, 촉 소리가 날 정로 세게 빨라올렸다. 이런 종류의 자극에 꽤 예민하고 약한 편인 린이 의자에서 펄쩍 뛰듯 일어섰다. 히익!!! 뒷덜미를 두 손으로 가린 린이 아마이몬을 흘겼다. 뭐하는 거야! 린이 놀라며 일어날 때 린의 목에 감고 있던 두 손을 풀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섰던 아마이몬은 작게 어깨를 으쓱했다.
"아까부터 말했었잖아요, 린한테서 맛있는 냄새가 난다고." "그거랑 이게 무슨 상관인데!" "그러니까 맛본 거라고요. 너무 맛있는 냄새가 나서, 못참고 그만." "내가 먹을거냐, 맛보게? 맛있는 거는 내가 다 만들어줄테니까 맛있는 냄새가 난다느니, 맛보겠다느니하는 말은 꺼내지 마!" "네네, 알았습니다-" "...뭐 먹고 싶은 거 따로 있어?" "그럼, 저는 퐁당 쇼콜라를 부탁합니다. 린이 만든 퐁당 쇼콜라는 정말 맛있거든요."
+
아마이몬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일단 캐붕깔고 들어갑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아마이몬이 은근
스킨쉽쩔거 같아서 난 참을 수 없었다...ㅋ..... 아무렇지도 않게 뽀쪽도 막 할 거 같고 내키는 대로 린을 부둥부둥하고 있을 거
같고! 내 안의 아마이몬은 이미 이런 이미지임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막을 수
없닷!!!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튼 이렇게 린 뒷목에 자국 남았는데, 그걸 모르는 린은 아마이몬한테 퐁당
쇼콜라를 만들어 대접하고 또 맛있다는 말에 기분이 짱 좋아져서 룰루랄라 숙소로 돌아와서 침대에 뒹굴거리는데 유키오는 발견하고
맙니다!! 린의 뒷목에 있는 저것은...!!! 어떤 놈이 감히 우리 형한테 저런 짓을 한거야!!!! 하면서 질투심 폭발하는데,
평소랑 다른 거 없이 헤헤 웃으며 자길 부르는 린을 보니까 엄청 답답해지지. 린한테 관심있는 사람+악마들이 사방에 널려있어서
유키오가 열심히 가드하고 있는데, 정작 린 본인은 너무 무방비해서 저런 거나 달고 온거야. 그러면 차라리 애지중지하면서 품에
보듬어놓기만 할게 아니라 이름표를 달아놔야할 거 같은 기분이 막 들어. 린이야 둔해터져서 뭐야? 하고 넘어가겠지만 주변에서 촉을
세우고 있는 남정네들은 다 알거라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형 목에 상처났다고 봐준다고 살살 꼬셔서 다가간 다음 목덜미 쪽에
키스마크를 새겨놓을 거 같다. 린은 흐히이익!!! 하면서 간질간질하고 이상한 기분에 팔짝 뛰려고 그러는데 자기가 날뛰다가 유키오가
맞기라도 하면 크게 다칠게 뻔해서 애써 참는거야. 그리고 유키오가 떨어져나가자 너 왜 그러냐고 뭐하는 거냐고 물어보겠지. 암것도
아냐. 벌레한테 물린 거 같길래. 엥? 벌래에 물렸는데 왜 빨아! 벌래가 문 데가 빨갛게 붓는건 걔네가 우리 몸에 걔네 침을
흘려넣기.... 아씨, 알았어! 머리아프니까 그만해! 본격적으로 뭔가를 설명할 거 같으니까 공부따위 눈에 들어올리 없는 린은 경기
일으키기 일보직전인 모습으로 유키오의 말을 자르곤 다시 침대에 뒹굴뒹굴하겠지ㅋㅋㅋㅋㅋㅋㅋㅋ 유키오는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린이
답답한데 그래도 그런 형이라 귀엽고 너무 좋은 거야. 이 브라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튼 여차저차 잘 둘러대고
영역표시도 마친 유키오는 나름 만족하고 잠에 듭니다. 그리고 다음 날, 그 표시를 아마이몬이 발견하고 이놈도 빡ㅋㅋㅋ치는
거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삼각관계가 형성되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마이몬, 오늘 뭐 먹고싶은 거 있어? 말해봐, 이몸이 만들어 주지!"
가슴을 탕탕 치며 말하는 모습이 영락없이 애같아서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간다. 오늘따라 린이 평소보다 텐션이 높다. 원래도 방방거리는 성격이긴 하지만, 오늘은 그 정도가 더하다.
"기분 좋아보이네요, 린.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어? 그냥~ 오랜만에 유키오가 치료해줬거든. 엄청 오랜만이라서, 기분 좋았어."
"치료요? 어디 다쳤었나요?"
"응? 아니, 상처는 아니구, 벌레 물렸다고 그러던데? 유키오 녀석이 그렇게 말했으니까 그런거겠지, 뭐. 목덜미 같은 이상한데를 무는 벌레는 처음이었다니깐."
린이 말하면서 뒷목을 만지기에 어디 한 번 봐요- 하고 슬쩍 등 뒤로 가서 뒷목을 확인했다. 어제 남겼던 내 흔적 옆 목덜미에
자리잡은 붉은 키스마크. 눈앞에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는 꼬리를 쓰다듬자 린이 기분좋은듯 의자에 늘어졌다. 꼭 고양이가 맑은 날
햇볕을 쬐며 늘어져 있는 것 같은 나른한 표정의 린의 옆자리에 앉았다.
아마이몬의 중얼거림에 고개를 돌린 린이 재잘재잘 말을 꺼낸다. 참, 그냥 약을 발라도 되는데, 굳이 빨더라고. 느낌 되게 이상하고
말야. 그래도 유키오가 치료해준거니까 난 상관없지만~ 유키오 녀석이 그렇게 한건, 분명 그게 약보다 더 좋으니까 그런 걸테고
말야. ─응? 아마이몬 표정이 안 좋다. 왜 그래? 갸웃거리며 물어오는 푸른 눈동자는 너무나도 순수해서, 가끔 린이 정말로 사탄의
아이가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본디 악마란 순수한 악이라고 표현되긴 하지만, 그 바탕이 쾌락을 추구하기 때문인지 이런
순진무구한 눈동자를 가진 악마를 본적이 없다.
"린."
"응. 왜?"
"잠깐만 실례하겠습니다."
"뭘? 어?"
살짝 벌려진 입술에 입술을 겹쳤다. 놀란듯 동그랗게 뜬 눈이며 표정이 귀엽기만하다. 입안으로 혀가 밀려들어오자 그제야 이게 뭔지
대충 감을 잡았는지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 혀로 린의 치열을 훑다가 입천장이며 혀를 건드리자, 그것이 생각보다
자극적이고 기분이 좋았는지 어색하게나마 혀가 얽혀왔다. 사실 린은 뽀뽀나 키스나 그게 그거 아냐? 라고 물어볼만한 위인이라고 내심
생각했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았었나보다. 역시 악마의 본능이란게 무의식중에 더 기분좋은 것을 추구하려고 하기때문에 주어지는
자극에도 민감한 편이고 거기에 반응하는 것도 예민하다. 머릿속이야 순진하다못해 유치할듯한 린이지만 각성을 시작한 현재는 본성을
자연스럽게 몸이 받아들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린이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해 다리의 힘이 풀릴 때까지 그의 입안을 휘저었다.
사실 이렇게까지 하려던 것은 아니었는데, 조금 더 조금 더 하는 재촉을 담은 린의 혀놀림에 자극받아서 그만 주체가 안 되버렸다.
형님, 아직 신사의 길은 멀고도 험한듯 합니다.
[너에게 정말로, 계속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
'너에게'라고 적힌 편지 봉투에 들어있던 편지는 그렇게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 잘 썼다고는 할 수 없는 글씨였다. 삐뚤빼뚤한 모양이었지만, 글씨를 어떻게든 깔끔하고 예쁘게 쓰려고 했다는 것은
느껴졌다. 그 모양새가 어디선가 본듯했지만, 그의 주변에는 이렇게 악필에 가까운 사람은 없었기에 고개를 한 번 갸웃하고 다시
편지에 시선을 주었다.
[나는 너를 좋아해. 정말로, 세상 그 누구보다 좋아해.]
[그래서 나는 네가 행복하게 살기를 바랐었어.]
[원래도 머리가 좋고, 심성이 고운 너였으니까 분명 좋은 의사 선생님이 될 수 있을 거야. 지금도 충분히 의사의 길을 걷고 있단 건
알아. 하지만 너는 좀 더 평범하게, 무엇이든 그 손으로 죽이는 일 없이 살리는 일에 매진했으면 했어. 그렇게 의사 선생님이
되면, 너는 분명 많은 사람들을 구해주게 될거야. 그 손으로 구해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며 감사의 인사를 하고, 너는 그들을
구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며 살아가겠지?]
[하루하루 열심히 지내는 너의 모습에 반한 여자아이가 수줍게 너에게 고백을 하고, 예쁜 연애를 하고, 모두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을
하길 바라. 너에게 어울리는 상냥하고 예쁘고 귀여운 사람이 배우자가 될 거야. 정말로 잘 어울리는 한 쌍이 될거야. 왜 그렇게
확신하냐고? 하하, 내가 보기에도 너는 정말로 괜찮은 남자인 걸.]
[그리고 너와 부인을 쏙 빼닮은 예쁜 아이들에게 상냥하고 멋진 아버지가 될 거야. 그런 너를 아이들은 사랑해 주겠지?]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유치원에 들어가고,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니고, 대학교에 들어가는 거야. 그리고
"아버지, 애인이 생겼어요!"하고 애인을 데리고 오면 너는 아이들이 벌써 이렇게 컸구나, 하고 느끼면서도 축하해 주는 아버지가
되어 있을 거야. 너의 아이들이라면, 분명 사람 보는 눈도 훌륭할테니까 말야.]
[그렇게 아이들이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손자들을 데리고 오는 거야. 정말로 귀여워 해주며 아껴주겠지? 손자들이 또 자라는 걸
보면서, 너는 너의 부인과 함께 산책도 하고, 정원도 가꾸고, 함께 책도 읽고 음악도 들으며 하루하루를 평온하고 행복하게
살아갈거야.]
[그리고 어디 하나 아픈 곳 없이, 정말로 자연스럽게 부인과 함께 이 세상을 뜨는 거야. 그러면 주위의 수많은 사람들이 너희 부부를 위해 울어주겠지? 정말 좋은 분이셨어요. 하면서.]
[나는 말야, 네가 이런 평온하고 행복하고 따뜻한 삶을 살아가기를 바랐어.]
[그래서 네가 그 손에 총을 들고 임무에 나가는 걸 볼 때마다 정말로 슬펐어.]
[나만 없었으면, 너는 좀 더 따뜻한 세상에서 살 수 있었을 텐데. 하고 말이야.]
겉
으로야 아무것도 아닌 척하거나, 아예 형이 그런 말을 할 계제냐며 타박을 주며 린의 챙김을 내켜하지 않아 했다. 그런 자신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린은 꾸준히 형으로서 자신은 유키오를 지켜주어야 한다고 말하며 행동했다. 린의 행동은 어디까지나 선의에서 나온
것이고, 무엇보다 유키오를 위해서 한 것들이었지만 대체로 린의 행동은 상황을 꼬아놓는 역할을 했다. 그런 린에게 유키오는 계획과
달라져버려 골머리를 아프게 되었다며 생각 좀 하고 움직이라고 화를 내거나 잔소리를 했지만, 사실은 기뻤다.
린이 보여주는 바보같을 정도로 올곧은 모습이 좋았다. 어릴 적부터 한결같은 형이라서 좋았다. 자신이 어떤 말을 하던, 무슨 태도를
보이건 언제나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형이 마음 든든했다. 그리고 유키오는 자신의 거부에도 린이 챙겨주려고
하는 행동들 하나하나에 가벼운 쾌감을 느꼈다.
유키오가 형에게 무엇을 하던 형은 내 편이라는 것을 실감하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고, 더 나아가 쾌감 비슷한 것을 얻었다.
그랬던 형이, 나에게 말한 것이다.
"냅 둬. 저 녀석은 엑소시스트니까."
형?
지금 뭐라고 한거야? 날 포기한 거야? 엑소시스트인 나보다 동생인 나를 더 챙겨주던 형이었잖아.
형, 이러면 안 돼.
세상이 나한테서 등을 돌려도 형은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내 편을 들어줘야지.
여기에선 "유키오 녀석도 같이 놀자고 하자!"라고 엑스와이어 일동을 선동해야지. 나한테 같이 놀자고 권해줘야지. 난 그걸 거절해야되겠지만, 형의 마음을 확인했으니까 기뻐할 거란 말이야.
형. 왜 이러는 거야?
형. 형. 형. 형. 형.
"유키오 제발 가지마."
린이 유키오의 손을 잡았다.
"형 나 가야 돼. 놔 줘."
유키오가 린의 손을 뿌리쳤다. 이제 곧 회의 있어.
린이 그런 유키오를 껴안다시피 하며 매달렸다.
"가지마.. 나 외로워...."
린의 말에 유키오는
"사람들이 안 돌아다니는 것도 아니고 그 사람들이랑 친해지면 되잖아."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키오가 아는 린은 언제나 밝고 쾌활해서 결국엔 사람들과 친해지고 마는 그런 모습이었으니까. 하지만 린은 닭똥같은 눈물만 뚝뚝 흘렸다. 린이 잡고 있는 유키오의 소매기 축축히 젖어들어갔다.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도 징그럽고 싫은 걸 보는 눈빛으로 한번 쳐다보고 가버려. 아예 없는 사람 취급하는 사람도 있어. 이곳에서 나랑 만나주는 건 유키오뿐이란 말야..."
린은 무너지고 있었다. 어떻게든 린을.감싸주던 아버지마저 죽고 유키오가 공부하고 훈련하느라 바쁘다며 린을 애써 잊고 살던 동안,
린은 뭐든지 있는 넓은 저택에 모두에게 잊혀진채 갖혀 외로움에 지쳐, 조금씩 하지만 확실하게 죽어가고 있었다.
형이 사라졌다.
유키오는 냉정하게 상황을 되짚어 보았다. 형에게 가출의 기미가 있었나? 형은 언제나처럼 마트에 가서 장을 봐왔다. 그 재료들을
종류별로 나누어 손질 고 남은 것들은 정리해 냉장고에 보관, 완성된 도시락은 자신의 자신작이라며 큰소리를 땅땅 쳤다. 그리고는
숙제 하고 자라는 잔소리에 이불 속으로 순식간에 기어들어가 잠들어버린 린의 모습 어디에서도 그런 낌새는 없었다.
도대체 어디로? 왜? 말도없이? 무엇을 위해? 어떻게? 냉정하게 생각해보려해도, 유일한 혈육이자 가족, 떨어져본 적 없는 쌍둥이인
린의 부재는 유키오에게 수많은 의문의 폭풍을 몰아쳤다. 자의로 사라진 것이 아닐 가능성을 염두에 두자면, 린은 지금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이 유키오에게 크게 다가왔다. 본래라면 이 가능성을 가장 먼저 떠올리고 그에 맞추어 찾기 위한 노력을 했을테지만
지금의 유키오에게는 무리였다. 본인이 아무리 냉정히 생각하려해도 무의식 중에 가장 나쁜 가능성을 피하고 싶다는 마음이 우선순위를
제멋대로 섞어버려, 사고의 속도가 느려졌다.유키오는 찰싹 소리가 나도록 자신의 양뺨을 제 손바닥으로 쳤다.
"정신차리자, 유키오. 형은 무사할 거야."
"유키오!"
교문 앞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린이 화색이 되어 외친다.
"형? 언제 온거야?"
"어셔에 도착하자마자 너한테 온거라구! 형이 최고지?"
유키오가 반갑게 맞아주자, 린은 가슴을 탕탕 두드리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 말에 유키오도 실없이 웃으며 반가움을 숨기지 않았다.
교문 앞에서 시시덕거리는 두 사람에게 주위의 시선이 쏠렸다. 교내에서 유명한 오쿠무라 유키오가 저렇게 친근하게 사람을 대하는 것은
처음 보기때문이었다. 학생들의 시선에 유키오가 일단 자신의 기숙사에 가지 않겠냔 말을 꺼내려던 찰나, 분홍의 벤츠가 교문 앞에
섰다.
메피스토 펠레스의 차였다. 그 차를 본 린이 으엑, 하고 질린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창문이 내려가며, 심기 불편해 보이는 이사장의 얼굴이 나타났다.
"린, 누가 멋대로 나가라고 했죠?"
"당연히 내 맘이지!"
"제가 오늘 급하게 가야할 곳이 있으니 얌전히 기다려 달라고 했을 텐데요?"
"잠깐 동생 얼굴 좀 보겠단게 뭐가 나빠?"
메피스토가 한숨 쉬었다.
"일단 타요, 린."
메피스토의 제안에, 린은 마지못해 유키오에게 인사하고 차에 올랐다.
린과 메피스토가 떠나자 혼자 남은 유키오에게 수많은 시선이 몰렸다. 유키오는 급하게 자리를 피했지만, 저 사람은 누구길래
오쿠무라와 친하게 지내는가, 이사장과도 가까운 것 같은데 뭐하는 사람인가, 형이란 말이 들리던데 형제인가? 수많은 추측이
난무했다.
여태껏 입어본 적은 없지만, 유키오가 입은 것도 봤고, 한번씩 유키오에게 대량으로 받아보는 점프SQ를 통해서도 교복이 뭔지는 알고 있었다. 다만 그것이 자신과 관련될 여지가 전혀 없으니까 고개를 갸우뚱하며 되물었다.
"오쿠무라군과 같이 지낼 준비입니다. 린을 정십자 학원에 입학시키려고요."
"학교에? 내가? 어떻게?"
"다 방법이 있지요."
"학교에 가면 유키오랑 같이 있을 수 있어?"
"오쿠무라군은 특별진학반, 린은 일반반에 배정될테니 클래스는 다르겠지만요. 기숙사는 같이 쓸테니까 이해하도록 하고, 아, 그리고 린은 엑소시스트가 되어야합니다."
"엑? 왜?"
악마답게 반사적으로 싫다는 표정을 지었다. 눈앞에 있는 메피스토가 엑소시스트 중에서도 제법 높은 지위에 있다는 건 알지만,
메피스토는 어디까지나 악마이며 자신에게 호의적이었다. 악마와 대적하는 엑소시스트라는 건 린에겐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꺼림직한
존재였기에, 즉각적으로 거부 반응을 나타낸 것이다.
"오쿠무라군과 계약했잖아요? 오쿠무라군, 엑소시스트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서요. 엑소시스트 학원에 린이 가려면 그의 사역마로서 가는게 제일 간단한 방법이거든요."
메피스토의 설명에도 린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던 탓이다.
"나 사탄의 아들인데 그래도 되는거야?"
"적당히 둘러대요. 저도 적당히 둘러대놓을테니, 사탄을 무찌르겠단 얘기 정도면 괜찮겠네요. 그래도 귀찮을테니까 사탄의 아들이란 건 한동안 숨기도록 하죠. 일단 악마와 인간의 혼혈이라고만 해두기로 합시다."
메피스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귀찮은 일은 피해가는게 좋을테니까.
"안녕! 오쿠무라 린이야."
전학생의 등장에 한 번 놀라고, 소문의 그 애라는 것에 두번 놀라고, 이름에 세번 놀란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린의 자리가 정해지고 린이 앉자 그곳에 시선이 몰렸다. 홈룸시간이 끝나자 아이들은 전학생의 주위에 몰려들었다.
린의 주위를 둘러싼 아이들은 자기 이름을 소개하고 잘 부탁한단 인사를 건내면서도, 서로의 눈치를 보며 질문할 타이밍을 쟀다.
그리고 그중 한 아이가 궁금함을 참지못하고 질문을 쏟아냈다. 그 아이의 질문을 필두로 아이들의 질문보가 터졌는데, 그중 가장
많았던 질문은 유키오와의 관계를 캐묻는 말이었다.
"너 특진반의 오쿠무라랑 무슨 사이야? 친척?"
린은 한참 질문을 듣다가 입을 열었다.
"친척 아냐, 형제."
"형제인데 같은 학년?"
"나랑 유키오, 쌍둥이야."
린의 말에 아이들은 쌍둥이인데 참 안 닮았다며 신기해했다. 두 사람이 쌍둥이라는 것을 믿기 힘들 정도로 닮지 않았지만, 그것은 이란성 쌍둥이니까, 라는 이유로 그럭저럭 납득하고 넘어갔다.
수업시작을 알리는 챠임이 울렸다. 아이들은 아쉬운듯 자기 자리로 흩어졌고, 린은 가방을 뒤적여 책을 꺼냈다. 처음 듣는 수업이라는 것에 조금 들뜬 상태로 연필을 쥐었다.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린은 어느새 아이들과 제법 친해져 있었다. 질문세례를 적당적당히 받아주면서 웃고 떠드는데, 불쑥 질문 하나가 튀어나왔다.
"그럼 오쿠무라는 동생? 특진반쪽이 형이지?"
그 질문에 린이 손을 내저으며 키득키득 웃었다.
"아냐아냐, 틀렸어. 내가 형이야."
린의 말에 주위의 아이들이 모두 경악했다. 유키오가 어른스러운 외견인 반면 린은 아직 어린티가 남아있어 척 보기에 유키오 쪽이
형으로 보였다. 딱히 유키오가 노안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유키오 특유의 분위기가 차분하고 점잖은 편이고, 누군가에게 의지하기보단
남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해주는 일에 능숙해보여서 동생보다는 형의 이미지였다. 형제가 있다면 유키오 쪽이 형일 거라고, 다들
은연중에 생각했었다.
"그 특진반 쪽이 동생...?"
클래스메이트 하나가 중얼거리는 걸 들은 린이 흐응, 하고 장난스럽게 웃으며 응수했다.
"뭐야, 못 믿는거야? 너무하네~ 나 진짜 형인데? 믿어 보라구?"
린의 태도에서 장난기를 읽어낸 학생들이 피식 웃으며 되받아쳤다.
"그런 태도가 더 동생같아 보이는 거 알아, 오쿠무라?"
"맞아, 아무리 봐도 애잖아."
린이 동생같다는 말을 골자로,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아이들이 한 마디씩 말하는 걸 듣고 있던 린의 눈썹이 점점 하늘로 치켜올라갔다.
"다들 너무해! 진짠데!"
"으하핫, 오쿠무라 동생씨!"
"이익, 동생이라고 하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