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세군, 잠시만 만나서 이야기해도 괜찮나요?]
드물게 쿠로로부터 온 메일이었다. 쿠로코 전용으로 설정해둔 벨이 울려서 설레며 메일을 확인한 키세는 당장 오케이 답장을 보냈다.
[물론 괜찮죠! 제가 세이린 쪽으로 갈까요? 아니면 다른 데서 만날까요?]
메일을 보내고, 키세는 들떠서 계속 휴대폰 화면만 껐다 켜는 행동을 반복했다.
쿠로콧치가 메일을, 그것도 만나자는 말을 꺼내다니! 제 정성이 통한 건가? 아니면 쿠로콧치가 이런 행동을 할 정도로 문제가 생긴
건가요? 만약에 후자라면 카가밋치 용서 안 할거니까요! 쿠로콧치를 세이린에 둔 건 카가밋치가 호언장담하길래 믿어준 건데!
쿠로코의 답장이 늦어지자, 쿠로코의 선문에 들떴던 마음은 어느새 방향을 잘못 든 채로 신나게 달리고 있었다.
띠링!
울렸다.
키세의 사고가 순간 정지했다.
재기동과 함께 키세는 당장 도착한 메일부터 확인했다.
[지금 시내에 있는 더 마레라는 카페인데, 이쪽으로 와주실 수 있나요? 안 된다면 제가 그쪽으로 가겠습니다만.]
더 마레. 더 마레. 아는 가게다. 분명 얼마 전엔가 시내 카페 투어 특집으로 돌았던 곳 중 하나였다.
[아뇨, 제가 갈게요! 금방이니까요!]
키세는 방향을 틀었다.
이 근처 버스 정류장에 오는 버스들은 다들 시내를 통과하는 노선이었다.
키세는 버스 정류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버스에 올라탔다.
띠링!
[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틱틱틱틱 답장을 타이핑했다.
(쿠로콧치, 무슨 일이 있는 거예요? 뭔가 이상해요.)
..아니야, 이건 메일보단 직접 만나서 물어야지.
몇자 썼던 말을 지우고, 메일함을 닫고, 화면을 껐다.
까만 화면에 비친 여유없는 얼굴을 보자, 한숨이 픽 세어나왔다.
쿠로콧치, 너무해요.. 쿠로콧치는 항상 날 두근거리게 만들어서 진짜 곤란하다구요. 저는 정말로 쿠로콧치에 관해선 이렇게 여유가
없어지는데. 애인 사이가 됐다고 해도, 쿠로콧치를 노리는 사람들은 너무 많아서, 얼마나 초조한지... 쿠로콧치는 알까요?
잠시 다른 생각을 한 사이, 버스는 도착해 있었다. 키세는 닫히려는 문을 가까스로 멈추고 급하게 내렸다. 여기에서 그 카페까지는 뛰면 금방이다. 키세는 가볍게 쉼호흡하고, 땅을 박찼다.
조금 거칠게 문을 열고 들어온 키세에게 종업원들의 시선이 모였다가 떨어졌다. 키세는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쿠로코가 있을 방을 찾았다.
"아, 키세군. 여기에요."
쿠로코가 파티션 사이로 얼굴을 빼꼼이 내밀로 손짓했다.
"쿠로콧치!"
"쉿! 여기로 들어오세요."
"네, 넷!"
키세가 허겁지겁 쿠로코의 맞은 편에 앉았다. 쿠로코는 키세가 들어오자, 읽고 있던 페이지에 책갈피를 꽂고 책을 덮었다. 그것을 테이블 구석에 올려두고, 키세와 시선을 맞췄다.
"키세군,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
"네, 뭐든지요!"
쿠로콧치가 뭘 물어보려고 이렇게 진지하게 분위기를 잡지? 설마 헤어지자던가 헤어지자던가 헤어지자던가 그런 말은 아니겠지? 으앙, 쿠로콧치, 무슨 말을 물어보려는 건지 무서울 정도예요.
키세가 딱딱하게 굳어 쿠로코의 질문을 기다렸다. 쿠로코는 가방에서 꺼낸 책 한 권을 꺼내 키세에게 건냈다. 키세는 굳은 자세 그대로 눈만 굴려 그 제목을 쓱 훑어보았다. ...년... 대학... 목록...
...대학?
"키세군은 어느 대학에 가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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