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우야는 슬슬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요 며칠을 내내 숲에서 헤매느라, 오늘만은 꼭 제대로 된 숙소에서 잠을 잘 수
있기를 바랐는데 주위에는 도시나 마을, 작은 인가 마저도 없었다. 이대로라면 노숙이 확정인 상황이라, 파트너인 N에게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물어보려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없다. 걸어왔던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새 야생 포켓몬과 친해졌는지 포켓몬을
쓰다듬어주며 웃고있는 N이 보였다.
"N, 잠깐만 이리 와 봐."
토우야가 작게 손짓하며 부르자, 쓰다듬어 주던 포켓몬을 숲으로 돌려보내 준 N이 토우야의 곁으로 다가왔다.
"응? 무슨 일이야, 토우야?"
"오늘도 노숙해야 할 것 같아서. 이제 슬슬 마을 하나 정도는 보일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영 틀린 것 같아."
토우야가 지도를 보며 뒷통수만 긁적였다. 오늘 쯤이면 작은 마을에 도착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내 예상이 좀 빗나간 것 같아.
미안. 하루만 더 노숙해도, 괜찮지? 이 말을 벌써 수 번이나 한 뒤라, 토우야는 제 생각에도 민망해져서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
벌써 날도 어둑어둑해져서, 무리해서 가다가는 완전히 길을 잃어버릴 것 같아서 말야...
길은 자신에게 맡겨 달라며 큰 소리 땅땅 쳤던 토우야인지라, 이렇게 고된 길을 가게 된 것이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쑥쓰러움과 민망함에 살짝 붉어진 얼굴로 저 먼 산을 보고 있는 토우야의 모습이 N에게는 신기할 정도로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자신을 쓰러뜨릴 정도로 강한 트레이너이면서도 포켓몬을 신뢰하는 마음은 순수했고, 짧지 않은 여행동안 얻은 노련함은 있지만 동시에 어린아이다운 천진함이 공존하는 모습은 N에게는 언제나 새로웠다.
“엔, 이 상황, 어떻게 생각해?”
“음. 솔직히 말해도 돼?”
“……내가 생각하는 거랑 다를 것 같지 않으니까 말해도 괜찮아.”
토우야의 허락이 떨어졌다. N은 다시 한 번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살피더니 입을 열었다.
“아무리 봐도 아까 지도에 표시돼 있다던 숙소 같은 건 안 보이니까, 우리 길을 잃은 거네?”
“…응.”
“그럼 오늘도 노숙이구나?”
“……응.”
머뭇머뭇 돌아오는 토우야의 대답에 점점 풀이 죽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적당히 말할 법도 하건만, N은 정직하게 화제를 던지고 말았다.
“토우야가 오늘은 꼭 제대로 된 침대에서 편하게 잘 수 있을 거라고, 날 믿어! 라고 당당하게 말했었는데.”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N의 확인사살에, 토우야는 땅을 파고 숨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분명 아침에 이동 준비를 할 때 지도에서 근처에 있는 두 개의 포켓센 중 좀 더 가는 길이 편할 것으로 추정되는 쪽을 골랐기에 이 시간이면 이미 도착해서 편하게 쉬고 있어야 했다. 그 계획은 분명 잘못되지 않았다.
다만, 중간에 포켓몬과 조우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숲을 헤치며 전진하는 중이었기에, 배틀 도중에 쫓고 쫓고 상황이 발생하면서
방향을 잃어버린 것이 큰 실수였다. 그나마 어떻게든 제 방향을 찾았다고 생각하고 나름의 허세를 부리며 발걸음을 옮겼는데, 결국은
이런 결론에 달하고 만 것이다.
N은 ‘침대에서 잘 수 없다니 아쉽네….’ 정도의 생각을 하며 사실을 되짚은 것에 불과했을 것이다. 평소의 언동을 보면 딱히 이
실수를 책망할 생각은 없었을 것이라고, 그 동안의 경험으로 분석한 N의 성격 DB를 통해 추론해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없애지는 않았다. 게다가, 그 실수 전에 너무나도 호언장담을 했던 자신이 몹시 부끄러웠다.
그렇게까지 당당하게 침대에서 자게 해주겠노라 선언까지 했는데 노숙이라니, N이 나름대로 편안한 숙소를 기대하고 있었다는 걸 계속
느꼈기에 미안함에 묻혀 죽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