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보는 수학여행에 두근반 세근반 들떠버린 탓에 밤잠을 설친 미카도는, 잠을 못잔 것보다도 수학여행을 떠난다는 기쁨에 결국 아침 일찍 일어나 저녁에 싸뒀던 짐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뭔가 빠진 거 없을까나? 하며 이미 몇 번이고 확인했던 짐들을 헤집었다 정리하길 반복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정말 바보 같은 짓이다 싶은 맥없는 짓을 반복하던 미카도는 짐에서 손을 떼며 핸드폰을 들었다. 현재 시각은 8시. 집합시간은 9시까지. 여기에서는 걸어서 20분 좀 더 걸릴까. 그리 멀지 않다. ‘학교보다 조금 멀긴 하겠지만. 음… 짐도 있고, 조금 여유 있게 나가볼까?’ 하는 심정으로 집을 나섰다.


‘뭐, 어차피 임원들은 30분 일찍 오라고 했었고.’


일찍 도착했지만, 임원들이나 선생님들도 이미 와, 몇 명이나 있어서 그다지 ‘일찍’ 왔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게다가 임원들에게 무슨 시킬 것이 그리 많은 지, 상당히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갔다.


그 덕에 앙리와는

“-소노하라, 안녕!”

“류가미네군도 안녕하세요. 꽤 일찍 왔네요.”

“응, 나 수학여행은 처음이라서 너무 긴장돼서…….”

정도의 대화만 나눴다. 그나마도 선생님의 호출이 있어서 말도 잘린 채였다.


조금 우울해져버렸다…….


학생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하고 선생님들의 부탁도 없어 겨우 느긋해진 미카도가 앙리를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겨우 앙리를 발견하고 화색을 띄웠다. 그리곤 그 방향으로 몸을 돌리는 데, 미카도 위로 그림자 하나가 덮쳐들었다.


“미―카도!”


몸무게를 모두 실어 미카도에게 업히듯 매달린 키다가 허공에 손을 허우적거리고 있는 미카도의 볼을 쿡쿡 찔렀다.


“아침부터 앙리에게 시선집중~? 미카도는 지금 작업 시도 직전이었나여~?”

“키다군, 잠깐, 무, 무거웟-!!”


그런 키다의 말에 딴지를 걸 여유도 없는지, 미카도는 생존을 위한 간절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울먹였다.

하긴, 그 체력으로 사람 하나 무게를 지탱하고 있는 게 용하긴 하지. 키다가 미카도의 목을 감싸 안고 있던 손을 풀고 땅으로 가볍게 착지한다.


“읏챠― 미카도가 쓰러지면 그것도 곤란하니까.”

“-이미 충분히 곤란했다구.”


정말로 힘들었는지 그 잠깐 사이에 얼굴이 새빨개진 미카도가 키다의 몸무게를 지탱했던 목 주위를 손으로 문지르며 평소처럼 딴지를 걸어왔다. 그러나 그 딴지를 한 귀로 흘려들은 키다는 미카도의 어깨를 감싸며 어깨동무.


“흐응- 친구의 무게도 감당해주지 못하다니, 미카도 너는 특훈이 필요하다!”

‘필요하다!’ 운운 할 때에는 저 높은 하늘을 향해 검지를 볼끈 세우는 제스쳐까지 곁들이는 친우의 쓸데없는 센스에,

“난데없이 무슨 특훈이야? 애초에 왜 친구의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건데!?”

미카도의 딴지 센서가 제대로 발동 걸렸다, -아마도.


키다는 그런 미카도에게 혀를 쯧쯧 차는 소리에 맞춰 검지를 리드미컬하게 흔들었다.


“친구의 무게도 감당하지 못하면서, 후에 애/인/은 어떻게 감당하려고? 안 그러나여? 게다가 나는 너의 체력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무릇 여자랑 같이 다니려면 기초 체력이 중요하다구.”


키다가 의도적으로 애인이란 단어를 강조시켜서인지, 아니면 미카도의 약점인 저질체력을 꼭 집어 말해서인지는 몰라도 안 그래도 빨게 졌던 미카도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키, 키다군-”

“오우, 소노하라가 여기로 오는데? 소노하라 안녕~”


장난스럽게 미카도의 말을 자르며 손을 크게 흔들었다. 미카도가 키다의 시선이 닿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을 땐 앙리가 지척으로 다가와 있었다.

‘으아아- 잠깐 나 지금 얼굴 되게 빨갛게 됐을 텐데!!’ 미카도는 결국 달아오른 얼굴을 가려보고자 고개를 푹 수그렸다.


“키다군도 안녕하세요. 그리고, 류가미네군?”


앙리의 의문 섞인 목소리에 키다가 미카도의 등을 토닥였다.


“미카도는 지금 딸기화하는 중이라서~”

“이상한 소리 하지 마, 키다군!!”


내버려두면 (믿어줄 사람은 없겠지만)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가 줄줄이 쏟아질 것 같아 두 손으로 키다의 입을 성공적으로 틀어막은 미카도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앙리에게 다시 한 번 말을 건넸다.


“소노하라, 저기, 이건-”


미카도가 더듬더듬 말을 잇는 걸 보고 있던 앙리가 키다쪽을 가리키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키다군, 질식할 것 같은데요…….”

“우아아아앗!;;;”






“키다군 미안;;”

“정말로 죽는 줄 알았어. 코랑 입을 그렇게 틀어막으면 어떡해? 순간 돌아가신 할머니 목소리 들렸잖아~”


키다가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미카도를 놀렸다. 하지만 저렇게 이야기해도 확실히 힘이 과했던 것도 있어서 미카도는 굉장히 미안해하고 있었다.


――어이, 류가미네, 소노하라! 이리 와서 인원 체크 좀 도와줄래?


아이들이 북적거려 소란스러운 와중에도 선생님의 목소리가 미카도와 앙리를 호출했다. 키다는 좀 더 놀리고 싶었는데 벌써 가냐?는 표정으로 쩝쩝 입맛을 다셨다.


“―그렇게 대놓고 아쉬워하지 말아줘-”

“내가 뭘 아쉬워했다고 그래? 언능 가봐~”


미카도와 앙리가 선생님 쪽으로 가는 걸 보던 키다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여유롭게 둘의 뒤를 따랐다.






인원체크라는 임무를 할당받은 미카도와 앙리가 분주하게 학생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하나하나 체크하고 있는데,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 미카도의 눈에 띄었다.


“엥? 키다군이 왜-”


-우리반 차량에 자연스럽게 섞여든 거야? 라는 뒷말은 키다가 검지로 미카도의 입을 막으며 ‘쉿!’하고 조용히 하라는 눈치를 줘서 소리가 되어 나오지 못했다.


‘어떻게 여기에 타고 있는거야?;;;’

‘그게, 너네 반 애가 우리 반 여자 애랑 사귀고 있는데, 둘이 같이 타고 가고 싶다 그래서 바꿔줬지롱. 게다가 이 반은 소노하라랑 네가 임원이니까☆’

‘그렇게 막무가내로 나가지 말라구, 정말!’

‘덧붙이자면 너네 반 담임은 멀미가 굉장히 심해서 차를 타면 무조건 잔다? 그런 고로 이 몸이 들킬 일은 없단 말씀!’

‘…그런 정보는 도대체 어디서 입수한 거야……’


한숨을 내쉰 미카도가 “일단 대신으로 체크는 해둘게.”마저 체크를 하러 떠나갔다.


떠들썩하고 왁자지껄해 무질서해 보이지만, 그 와중에도 각자의 자리는 정해진 상태라서 키다는 금방 비어있는 두 자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떻게 저 자리로 이동을 할 것인가, 가 제일 큰 문제인데 말이지…….’ 키다가 머리를 감싸쥐고 이리저리 잔머리를 굴려 우선은 두 사람의 뒷자리의 아이와 자리를 바꾸는 것을 막 결정하고 그쪽으로 이동하려던 차에, 이쪽으로 인원을 다시 한 번 체크하는 듯 앙리가 다가왔다.

그리고, 키다와 눈이 마주친 뒤 미카도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키다군? 왜 여기에-”

“쉿!”


그리고 미카도에게 설명했던 ‘너네 반 애가 우리 반 여자 애랑…(중략)…그런 고로 이 몸이 들킬 일은 없단 말씀!’의 내용을 앙리에게도 그대로 읊어 주었다. 앙리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하곤 자리를 뜨려고 하는 것을, 키다가 옷소매를 붙잡았다.


‘소노하라, 있지, 나랑 자리 좀 바꿔주지 않을래?’

‘자리…라면, 여기 이 자리 말인가요?’

‘아냐아냐, 자리는 너네 뒷자리야. 그 자리 애랑 바꾸기로 이야기해서, 지금 막 이동하려던 참이었거든.’

‘뒷자리라면 굳이 바꿀 이유가 있나요? 충분히 가깝다고 생각하는데요…….’


앙리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사실, 소노하라의 말대로 뒷자리만 되도 이야기하고 노는 것에 별 무리가 없긴 하지만……, 조금은 욕심이 난달까.’ 키다가 빙긋 웃으며 대답한다. ‘미카도 녀석, 이게 처음 수학여행이라는 거, 알아?’

‘네에, 아침에 류가미네군이.’

‘그래서, 나도 미카도랑은 처음으로 수학여행을 같이 가는 게 되는데, 그런 수학여행의 옆자리 정도는 내가 해주고 싶달까나. 그런 느낌~?’


키다가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앙리는 그 모습에 잠시 고민하더니 자신이 머릿속에서 내린 결론을 조용히 발표한다.


‘알았어요. 자리는 바꿔줄게요.’

‘정말? 고마워, 소노하라!’

‘대신, 조건이 있어요.’

‘조-건-?’


키다가 길게 늘이며 되묻자, 앙리가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선생님에게 들키면 안 돼요. 임원 자리라서 선생님 바로 뒷자리잖아요. 그러니까, 선생님의 상태를 살피면서――알았죠?’


그다지 어려운 조건도 아니네~ 라고 생각한 키다는 단숨에 승낙했다.


‘오케오케! 맡겨만두라구!’


평소 키다의 행동은 상당히 오버하는 경향이 있다는 걸 충분히 봐온 앙리는 그 모습에 상당히 걱정됐지만, 일단은 뒷자리고 하니 어느정도 제한을 할 수 있겠지 싶어 그 걱정은 잠시 뒤로 미루어 두었다.






“요우, 미―카도!”

“? 키다군? 언제 여기로 왔어? 아깐 분명히 저어기에-”


어리둥절하게 키다가 있었던 자리와 눈 앞에 있는 키다를 번갈아 바라보던 미카도는 앙리가 그 뒷 좌석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곤 화들짝 놀랐다. 그리곤 다시 키다에게 시선을 주었는데, 같이 앉은 것이 기쁜건지 앙리가 자리를 떠나서 아쉬운건지 구별할 수 없는 미묘한 표정을 지은 채로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어쭈, 이 녀석 봐라?하는 표정의 키다가 그런 미카도의 양쪽 볼을 잡고 쭈욱 늘렸다.


“나랑 같이 앉는 게 서운하다고 해도 그렇게 대놓고 그러면 못쓰지~”

“아하, 카하훈, 아하!! 나구세여ㅠㅠ”


미카도가 파닥거리면서 반항하자 “네가 반성하기 전까진 안 돼! 친구가 위험을 무릅쓰고 잠입했더니, 그 표정은 도대체 용서할 수가 없어~” 라면서 더욱 집요하게 볼에 달라붙어 있었다.


“나쥬명 마하께ㅠ 마하테이하 나쥬헤여ㅠㅠ”

"흐응~ 일단은 이정도만 해둘까아.“


키다가 볼을 놓아주자, 미카도가 양쪽 볼을 감싸 안으며 눈물 그렁한 눈을 하고,


“키다군 미안. 너무 예상 외라서 그랬어…나…라서………거든…….”


뒤로 갈수록 목소리가 기어들어가서 옹알이 수준이 되는 것과 동시에 미카도의 얼굴이 서서히 달아올랐다.


정말로 옹알이 수준이라 제대로 듣진 못했지만, 저 반응으로 추측해보건데, ‘소노하라랑 짝궁이라 기대했었다’ 정도의 내용이었을테지. 그리고 바로 뒤에 소노하라가 있으니 이렇게 부끄러워 하는 걸테고. 뭐, 이것도 이거 나름대로 귀엽고? 조금 더 놀려볼까나아.


'그러니까, 소꿉친구보다 작업중인 여자애쪽이 더 좋다는 거구나아, 슬프네~'

'작업중이라니-'

'미카도가 이렇게 매정한 녀석이었다니!'

'키다구운!!'


키다와 미카도가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지만, 장난으로 투닥거린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어서, 앙리는 그 두 사람에 대해 평가를 내렸다.


“역시 두 사람은 사이가 좋네요.”


뭐,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내용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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