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냄새."

  "예?"

  "잠시만 여기서 기다리고 있게. 재밌는 걸 찾은 것 같군."

  흥미로움을 담은 얼굴로 휘적휘적 걸어가는 그를 만류하려고 하는 동료에게, 그녀가 어깨를 잡으며 말렸다. 그녀도 한숨을 푹 내쉬고 있긴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가 무단이탈을 하기 때문이었지 걱정이 되어서는 아니었다.

  "걱정마. 저 사람이 누군데, 네가 걱정할 필요는 없어."

  "그거야 그렇지만……."

  "게다가 우리가 저 사람을 막을 수 있을리도 없잖아? 그냥 마음 편하게 먹고 기다려. 돌아올 때는 아는 사람이니까."

  '하긴, 저 사람한테는 무단 이탈이라는 말을 쓸 수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피냄새를 따라가던 그는 미세하게 느껴지는 인기척에 "호오-"하고 작게 감탄을 발했다. 이정도로 인기척을 줄일 수 있는 인물은 드물었다. 인기척 없이 다가가던 그는 인기척의 주인을 볼 수 있었다. 일부러 인기척을 내며 다가가자, 조그마하게 웅크리고 있던 소년이 벌떡 일어나더니 곁에 두었던 칼을 주워들며 주위를 살핀다.

  "─당신, 누구야."

  인기척이 느껴진 곳을 바로 찾아내곤 곧바로 경계하는 눈빛을 보내며 온몸으로 긴장한다. 보통 왠만큼 민감한 이가 아니라면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인기척임에도 반응하는 것을 보면 이 소년은 전문적으로 훈련을 받는 것임에 틀림없다. 나이는 이제 열 살 남짓한 아이인데도, 전장에, 피에, 살육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는 모습.

  "이름은?"

  작은 손에 칼을 굳게 쥐고는 날카로운 눈빛을 보낸다. 불신의 눈빛이 어른거린다. 하긴, 이 정도로 혈향이 짙은 아이가 경계심이 없다는 건 말도 안 되지.

  "내 이름은…, 카슬러다. 네 이름은 뭐지?"

  "……."

  소년이 입을 꾸욱 다문채로 노려보기만 하자, 그는 키득, 하고 작게 웃었다. 고집부리는건가, 이건?

  그의 기세가 은연중에 흘러나오자, 소년은 움찔하더니 잠시 뜸을 들이다 결국 "벤." 하고 작은 목소리로 간단하게 끝낸다. 벤이라. 그는 기세를 갈무리하고는 다시 소년을 자세히 훑어봤다.

  갈색 머리카락에 빛을 만나지 못한듯한 하얀 피부엔 군데군데 붙어 있는 피딱지와 크고 작은 베인 상처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꼬마 녀석의 긴장한 눈빛은 마치 고양이 같았다. 상처입은 고양이. 이상하게 고양이를 좋아하는 그는─물론 고양이들은 그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지만─ 고양이를 닮은 꼬마의 머리를 쓰다듬고 싶어서 무의식중에 손을 뻗자, 소년은 손이 닿기 직전에,

  사라졌다.

  "호오, 빠른데?"

  그는 엄청난 속도로 피한 소년을 향해 시선을 던지며 중얼거렸다. 그로부터 10m 이상을 떨어진 소년은 그런 그의 시선에 놀람을 담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지?"

  "다 보였으니까 알지. 하지만 좀 의외였어. 이런 스피드를 이런 대단한 꼬마가 가지고 있다니."

  "꼬마라고 하지마…."

  소년이 기분이 상한듯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흠, 잠시지만 살펴본바론, 이 소년, 그렇게 얌전한 성격이 아니라─오히려 자존심이 강한 타입인 듯 해서─ 크게 소리내도 이상할건 없었을텐데, …참았나? 제법 눈치도 있고. 실력도 있고. 무엇보다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군. 엄청 강해지겠어, 이 꼬마.

  "같이 가자."

  "어?"

  소년은 자신의 앞으로 다가온 그가 자신의 목덜미를 잡아채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사실을 잡히고 나서야 깨달았다. 자신의 '그' 속도에 익숙해진 동체시력으로도 따라잡지 못하는─

  ─이길 수 없어. 이 사람은.

  망연자실한 것으로 보이는 소년은 도망가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은채로 들어올려졌다. 그는 소년을 고양이를 안는 폼으로 품에 안았다.

  "당신, 뭐하는 사람…?"

  소년이 허탈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 나는 말이지…,"

  그가 웃었다.

  "너를 양자로 들일까 하는 사람이지." 

  그 대답에, 소년의 얼굴에 미묘한 표정이 어른거렸다 사라졌다.


  ─그 날부터 소년의 이름은,

  벤 카슬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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