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무라 린이 죽었다.
짧은 보고 한 줄에 바티칸이 술렁였다.




교토에서 푸른 불꽃으로 부정왕을 죽이고 인간을 구제한 공을 세운 이후로도 굵직한 사건의 중심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악마를 죽인 린을 그들은 동족살인자라는 호칭으로 낮춰불렀다.

악마들의 아버지, 사탄. 푸른 불꽃을 몸에 두르고 허무계에 군림하는 강대한 힘. 마신이라고 불리는 압도적인 존재의 힘을 잇는 혈육인 린이 인간들의 편에 서서 싸워주는 것은 분명 인간들에게 이로웠지만, 악마라는 본질을 가진 린을 두려워하며 밀어냈다.

하지만 린은 주위의 시람들에게 사랑받았고 그들을 위해 싸웠다. 린은 그것만 있으면 얼마든지 싸울 수 있었다. 동족살인자의 이름도, 악마라며 자신을 죽이려 하고 경멸하는 태도에도 상관없이. 그저 자신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인간의 편에 서서 싸웠다. 린은 강했고 불안요소가 없진 않았지만 인간의 편이었다. 그가 지켜야 할 사람들이 있는 한, 푸른 불꽃을 두른 검이 그 불을 꺼뜨리는 일도, 인간을 향할 일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적어도 린의 의지가 그렇게 주장하는 한은 그랬을 터였다.

「캬하하하하 아들쨩은 내가 받아갈게?」

사탄이 린의 몸에 파고들었다. 린과 파장이 너무 잘 맞는 것이 되려 화가 되어 린의 몸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다. 린의 몸이 사탄의 힘에 간섭받지 않아 붕괴하지 않은 대신 린의 정신체를 밀어낼 힘도 약했다.

린은 사탄에게 아울려 폭주하려는 불꽃을 억누르고, 자신을 심층 깊은 곳에 밀어넣고 억지로 재우려는 사탄의 수작에 필사적으로 반항했다.

"영감을 죽이고, 이젠 다른 친구들도 죽이려고?"
「영감? 아아, 그 신부녀석? 그래도 린쨩의 아버지는 이몸인데~?」
"내 아버지는 후지모토 시로다..!"
「린쨩의 푸른 불꽃도 사실 내 걸 나눠봤은 건데 말야, 자꾸 그렇게 나오면 이몸도 화낼 거라고? 캬하하흐하하하하! 그 소중하다던 인간들이 없으면 얌전히 잠들어 주려나?」

솔직히 린은 최선을 다해 반항했지만 몸의 주도권을 완전히 넘기지 않는게 고작이었다. 조금만 방심해도 사탄에게 몸의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기고, 그의 손에서 타오른 불꽃은 린의 얼굴로 린의 작지만 행복한 세계를 모조리 태워버릴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린이 다음 행동 방향을 정하는 것은 간단했다.

─억지로 떼어낼 수 없다면, 붙어있을 수 없게 만들면 돼.

"얌전히, 죽어줘."

아름다운 푸른 검의 벼려진 날이 살갗을 찢고, 뼈를 부수고, 심장에 박혔다.

「신부놈이랑 같은 짓을 할 셈이냐!」

린은 고통에 일그러지려는 얼굴을 애써 피고 웃었다.

"네놈이 내 얼굴로, 내 손으로 녀석들을 죽이는 것보다, 내가 아프고 마는게 훨씬 낫지 않겠냐?"

처연히 웃으며 말한 린은 저 멀리서 달려오는 유키오를 발견했다. 저 녀석을 위해서 형이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 되나? 화낼텐데... 하하.

린은 칼이 몸을, 심장을 꿰뚫었는데도 끈질기게 숨을 잇는 몸을 완전히 멈추기 위해 칼 손잡이를 힘껏 끌어당겼다. 살을 비집고 칼이 빠져나오자, 기다렸다는듯 붉은 피가 주위를 물들였다. 유키오의 당황한 눈과 마주쳤고, 린은 아마도 웃어주었던 것 같았다.

몸이 무겁다는 생각을 겨우 떠올리며 빨갛게 젖은 땅이 가까워지고, 그리고 끝났다.




푸른 불꽃이 사그라들었다. 유키오가 몇 번이고 린을 블렀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쓰러진 린을 안아들고 그의 얼굴을 본 유키오는 차갑게 식은 그 몸을 꼭 껴안았다.

바보같을 정도로 착해 빠진 형은 웃고 있었다. 화를 내지도, 절망하지도 않고, 조용히 웃었다. 많지 않은 나이에 죽음을 스스로 택하면서도 초연하게 웃어버린 형을 대신하려는 듯이 유키오는 오열했다.


+트위터에서 풀었던 썰을 옮겨왔습니다.
개인적으로 클리셰 중 클리셰지만 죽는 쪽은 최선을 다했기에 웃고, 그걸 보는 쪽은 결국은 상대방을 구하지 못해서 절망하고 우는 대조적인 모습의 시츄에이션을 좋아합니다. 그 사람을 위해서 기꺼이 희생했지만, 그것이 그 사람의 행복이 되지 않고 오히려 슬픔이 된다는게 가슴에 찡하고 울리면서 조...좋아.. 근데 죽으면 슬퍼... 딜레마예요.... 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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