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 저랑 계약해주세요."
아마이몬이 냅다 얼굴을 들이밀었다. 요리책에 집중하고 있던 린은 눈 앞을 가득 채운 아마이몬의 얼굴에 놀라며 꼬리를 빳빳하게 세웠다.
"내가 그렇게 막 들이대지 말랬지! 놀랐잖아!"
"그러는 린은 꼬리부터 숨겨요. 명색이 왕이라는 악마가 칠칠맞게."
"치, 칠칠!? 야!"
아마이몬이 귀를 막으며 슬쩍 고개를 돌렸다. 안 들려요~ 안 들려~ 듣지 않겠단 의지가 확고한 태도에 린이 화 내려던 것을 애써 참았다.
"됐어됐어. 나 요리 연구중이니까 나가."
"싫-어요."
"왜?"
"저랑 계약해달라니까요."
"계약은 무슨 계약이야? 진짜 뜬금없네."
"린의 부탁을 들어주는 대신에, 린도 제 부탁을 들어주면 돼요."
"부탁? 뭐야, 뭐 먹고 싶은거 생겼어? 아니면 네 취향의 옷 입는거?"
린이 아마이몬의 부탁이란 걸 이것저것 추리했지만, 아마이몬은 린이 꼽는 것마다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부정했다.
"계약이란 수단까지 동원해서 해야할 부탁이 뭔데 그래?"
"린이 저를 '형님'이라고 불러주면 좋겠어요."
"형님?"
"네. 형님을 바라지만, 뭐, 형도 괜찮고요. 하지만 역시 형님 쪽이 더 좋은데."
린은 아마이몬의 요구사항이 실현 가능한지 먼저 머릿속으로 상상해봤지만, 아마이몬에게 형이라고 부르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할 거
같았다. 아마이몬이 메피스토에게 형님형님 하고 부르니, 못 부를 것도 아니라는 걸 안다. 하지만 메피스토에게도 존대는 커녕 호칭도
이름 그대로인 이 상황에, 아마이몬을 형이라고 부르는 것은 생각해본적도 없었고, 여태껏 아마이몬 본인도 린의 호칭에 대해 단 한
번도 말을 꺼낸 적이 없었다.
"메피스토한테도 형이라고 안 하는데 너한테 형이라고 하겠냐. 게다가 너한테 형님이라니, 이상하잖아!"
상상했더니 닭살 돋았잖아. 으윽! 린이 닭살이 돋았다고, 징그러운 말 하지 말라며 아우성치는 것을 가만히 듣고 있던 아마이몬은 고개를 갸웃했다.
"애초에 뭐가 이상하단 겁니까? 형님이라는 호칭은 연장자에게 예를 나타내기 위한 표현이고, 저는 린보다 연장자가 맞으니 형님이란 호칭을 듣는게 이상하지 않을 텐데요?"
논리정연한 아마이몬의 말을 한 번 곱씹은 린이 지적해낸 곳은 다름 아닌 '예를 나타내기 위한 표현'이란 부분이었다.
"내가 너한테 왜 예를 차려야 하는데?"
"연장자니까요."
"그럼 처음부터 예의를 차리라고 하던지, 지금까지 내가 반말을 해도, 이름으로 불러도, 예의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짓을 해도 별말 없었던 주제에 이제 와서 예의를 차리라고 해도 그게 되겠냐고!"
정말로 형님이랑 호칭이 싫었는지, 맹렬하게 싫다는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 반응을 예상했던 아마이몬은 다시 한 번, 자신의 카드를 꺼냈다.
"그러니까 계약하자고요."
"안 해."
"왜요?"
"네가 나한테 얻을 건 확실한데, 난 너한테 바라는게 없으니까, 계약할 이유도 필요도 없단 말야, 난."
"만약에 저한테 바랄만한게 생기면 저랑 계약하겠네요?"
"어...아마도? 근데 내가 네 힘을 빌릴 일이 일어나겠냐? 그냥 왕답게 깔끔하게 포기하셔."
아마이몬이 입을 다물자, 그것을 자신의 말에 대한 납득의 의미로 받아들인 린이 다시 요리책을 펴들었다.
"그럼 나가봐~ 난 하던 일 마저 할 거니까."
얌전히 방을 나온 아마이몬은 잠깐 고민하는듯 흐응-하고 신음하더니,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 듯 땅을 박차고 단박에 모습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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