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를 구하고 상황이 대충 정리되었을 무렵, 핸콕은 뭔가 큰 각오를 다진 듯한 표정으로 루피에게 다가섰다. 흰수염 해적단의 선의의 손을 빌려 치료를 받아 여기저기에 붕대며 반찬고 투성이인채로 입에 고기를 쑤셔넣고 있던 루피가 고기로 가득찬 입을 우물거리며 핸콕을 돌아보았다.
그 빵빵한 볼에 에이스를 구했다는 기쁨에 들떠서인지 웃음기가 가시지 않은 표정에 핸콕이 잠시 비틀거렸다. ‘하앙…, 귀여워…!’ 그러나 자신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할 말이 있기 때문이다. 각오를 되새긴 핸콕이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노력하며 루피의 눈을 똑바로 봤다.
꿀꺽. 꼭꼭 씹은 고기를 삼킨 루피가 핸콕의 비장한 표정에 고개를 갸웃한다. 핸콕 어디 아파? 선의 불러줄까? 핸콕은 필요없다는 의사표현을 위해 작게 고개를 저었다.
루피와 눈을 맞추고 있는 것이 너무나도 행복해서 쓰러질 것 같아, 핸콕은 자신의 목적을 단숨에 쏟아냈다.
“루피, 나와 결혼하거라!”
라고. 그리고는 부끄러운지 답지 않게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살짝 돌렸다.
이 상황을 흥미로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던 에이스와 흰수염을 포함한 사람들이 소리없는 비명을 질렀다. 저, 저 해적 여제 핸콕이 프로포즈를!? 게다가 부끄러워하고 있다! 정말로 좋아하는 거야? 거기에 상대는 몽키.D.루피라고!?
루피는 그런 주위의 반응에 아랑곳없이 고기에 손을 뻗으며
“결혼은 좋아하는 사람끼리 하는 거잖아?”
어딜봐도 긍정으로는 보이지 않는 반응이건만 핸콕은 붉어진 두 뺨을 섬섬옥수로 감싸며 수줍게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나랑―.”
“그렇게 따지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에이스니까, 나는 에이스랑 결혼해야하는 거 아닌가?”
말을 마치곤 들고있던 고기를 입에 한가득 베어물고 우물우물 씹는다. 이 고기 짱 맛있당^3^!
저런 멍청한 얼굴로 고기나 씹고 있는 루피지만, 그 ‘발언’이 가져온 파급 효과를 매우 컸다. 순식간에 배를 정적으로 감쌌다. 그리 큰 목소리도 아니었건만, 다들 워낙 귀가 밝아 루피의 충격발언을 본의아니게 듣고 굳어버린 것이다.
그들은 한 마음으로 생각했다.
‘너와 에이스는 같은 남자인데, 무슨 결혼을 한단 말이야!? 게다가 저 핸콕을 차다니? 이해할 수 없어!’
에이스는 생각했다.
‘루피가 날 좋아한다고 해줘서 기쁘지만, 결혼이라니…설마 ‘결혼 = 좋아하는 사람이 같이 사는 것’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핸콕 역시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진였던 듯 싶었다. 굳었던 그녀가 가까스로 움직여 루피에게 다가가기에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려나 했건만, 그것은 명백한 오판이었다.
“이 몸이 루피를 위해 사랑으로 헌신했거늘, 날 좋아하지 않는거냐!” 라고 루피에게 눈물을 머금고 묻고 있었다.
“아니, 핸콕은 좋아해. (이 말을 해줬을 때 핸콕은 잠깐 녹아내렸다.) 도와준 건 고마워. 그치만 결혼은 좋아하는 사람끼리 하는 거라며? 그러니까 에이스야. 난 에이스가 제일 좋으니까!”
루피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핸콕은 그 미소에 녹아내리면서도 루피가 가장 좋아한다고 공언한 에이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루피의 의형제이자 흰수염 해적단의 2번대 대장, 이번 사건의 주역인 포트거스.D.에이스. 찬찬히 얼굴을 뜯어보았지만, 별달리 튀는 것도 없다. 사람이 인상은 좋아 보이는데 콧잔등의 주근깨며 특별히 잘생긴 얼굴도 아니다. 게다가 그다지 세 보이지도 않고. 루피는 저런 남자의 어디가 좋다고!
“그럼 내가 에이스보다 더 좋아지게 되면 그때는 나와 결혼해 줄거냐?”
“응?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핸콕이 더 좋아진다면 핸콕이랑 결혼해야겠지?”
루피가 천연덕스럽게 대답했고, 핸콕은 “알았다, 루피. 그리고 이 고기도 모두 먹거라.” 하며 얼굴을 붉히며 주위에 있던 고기 접시를 루피 앞에 우아한 동작으로 밀어주었다. “고마워!” 루피의 말과 웃는 얼굴에 행복한 기분을 느끼던 핸콕이 풀린 표정을 다잡고 에이스에게로 향했다.
또각또각또각. 굽소리가 에이스의 앞에 멈춘다.
핸콕은 자신이 할 수 있는한 가장 자신만만한 표정과 자태로
“루피는 나와 결혼할 것이니, 지금 네가 루피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너무 좋아하진 말아라!”
라이벌 선언을 한 뒤, 흥! 하고 콧방귀를 한 번 뀌어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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