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이야기에서 이어집니다.
"미카도를 돌려받겠다!"
"저희 총장을 돌려받는다니 어폐가 있지 않나요? 당신이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강탈입니다!"
노랑과 파랑이 뒤섞인 혼란 속에서도 태풍의 눈마냥 비어있다. 그곳에서 서로를 노려보는 두 소년과 전혀 다른 곳에 있는듯 배경과 붕 떠있는 소년---휴대폰 키패드 위를 익숙하게 노닐던 소년의 손이 멈췄다. 그리고 장소를 채우기 시작하는 알림음들.
"청소는 끝났어. 두 사람이 싸울 이유도 이젠 없어…."
-
이자야는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해 제쳐두었던 과거의 일들을 하나씩 조사해갔다.
블루스퀘어와 황건적의 항쟁.
후에 부활한 횡건적을 반대로 이용해 설욕전을 벌이려던 블루스퀘어의 잔당.
다라즈가 블루스퀘어를 합병한 뒤 벌인 이케부쿠로 청소 프로젝트.
그리고 두 번이나 세력이 바닥까지 떨어졌던 황건적이 급속도로 힘을 키워 다라즈와 블루스퀘에 대항.
수차례 부딪친 끝에 다라즈, 황건적, 블루스퀘어의 보스들 선에서 사태가 정리됨과 함께 다라즈에서 청소의 끝을 고하는 글이 올라옴.
다라즈의 보스는 예전처럼 다시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다라즈를 다시 풀어놓았고,
황건적의 장군은 단시간에 모은 그 세력을 뒷세계로 돌려 신생조직으로는 이례적으로 이케부쿠로 일대를 주름잡게 됐고,
블루스퀘어는 다라즈와의 결합으로 힘을 찾은 듯 했으나 다라즈가 예전으로 되돌아가며 그들도 다시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이런 사건들 사이에 가장 큰 포인트였던 이가 [류가미네 미카도]라는 것까지 알았을 때, 이자야는 통렬할 정도로 유쾌했다.
분명 약하고 착하긴 하지만, 그에겐 어딘가 사람들을 휘어잡는--카리스마가 존재했고, 게다가 강심장에 포커페이스.
꽤 거리가 있어 보이는 두 성품의 공존. 그것때문에 그가 중심이었을 수도, 중심이 되어서 그런 성격이 형성된 것인지는 몰라도.
하나만은 확실했다.
그가, 류가미네 미카도가 그 어떤 인간보다도 자신의 흥미를 끌 것만은.
오늘도 열심히 발품을 팔아서 얻은 정보들을 휴대폰에 정리하면서 이자야는 여유로운 걸음걸이로 집으로 향했다.
"어----이."
가로등에 등을 기대고 삐딱하게 서있던 그가 부르지만 않았더라면 순조롭게 집에 갔을테지만.
이자야가 그의 부름에 멈춰서자 그는 가벼운 걸음걸이로 그에게 다가왔다.
가로등 불빛 아래로 나온 그는 불량한 태도와는 어울리지 않는 곱상한 외모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위화감이 들지 않는 것은 그의 깊은 눈동자가 그의 광기를 비춰내고 있었기때문에.
"네가 오리하라 이자야?"
"그렇습니다만, 초면인 사람을 불러세우곤 대뜸 이름을 확인하다니 굉장히 무례하시군요. 심지어 자신은 밝히지 않고……기분나쁘군요."
이자야가 띠꺼워하며 한 말에 그는 살벌한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무례하니 기분나쁘니 하는 소리까지 들었으니 자기소개 정도는 하지. 쿠로누마 아오바다."
그는 곱상한 외모에 어울리는 미소를 지어올렸다.
"너 정말이지 발이 넓더라. 고등학생인 녀석이 정보상으로 유명하다는 말부터 생각한거지만 진짜 터무니없는 녀석이야. 그런데."
그가 웃는 얼굴을 굳힌다. 어조도 확 가라앉았다.
"왜 네가 선배의 뒤를 캐고 다니는 건지 신경쓰인단 말이지. 선배와 만나자마자 조사에 들어갔던 것도 아니고 이제와서 뒷조사라니, 시기적으로 꽤 이상하거든? 거기다 나는-
---------선배의 뒤를 캐고 다니는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을 가만 못놔두겠거든."
아오바가 곁에 세워두었던 쇠파이프를 집어들었다. 그것을 본 이자야는 눈앞의 청년의 태도가 진심이라는 것에 시즈오와 부딪치며 상비하게 된 나이프를 꺼내 그를 향해 겨누었다.
"당신이 그 쿠로누마 아오바였군. 블루스퀘어의. 그리고 선배라는 건 미카도 선생님인거고. 하지만 내가 선생님을 조사하는 것에 왜 당신이 제동을 거는 거지? 당신에게는 그럴 권리따위 없을텐데."
이자야가 붉은눈동자에 비소를 머금었다. 당신은 이미 선생님의 곁에 머물 정당한 이유가 없어서 이러고 있는 거 아냐? 당돌하기 짝이 없는 시선에 아오바는 어이없다는듯 헛웃음만 흘린다.
"대담무쌍한 꼬마네, 너. 게다가 무엇보다도-----닮았어."
아오바는 이자야의 모습을 다시 살폈다. 그의 적안은 그때의 자신이 미카도를 바라볼 때의 그것과 닮아있었다. 흥미가득한,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같은 얼굴을 숨기고 그저 사람좋게 웃으며 이용하려다 되려 이용당했던 그때의 자신과 닮은, 비일상에 누구보다도 끌리는 미카도의 관심을 사로잡을만한 특이성을 지닌.
싫은 녀석. 짜증나는 놈.
이자야는 아오바의 말이 그저 의미없이 한 말이라 판단하고 지금 견제에 들어가는 것인가 고민하고 있었지만.
"뭐 이런저런 이유로 말야. 병원에 좀 있다와라."
아오바의 말에 미카도가 했던 말이 덩달아 딸려와 그 목소리가 재생됐고 그 뒤를 이어 시즈오에게는 굉장히 호의적이던 미카도가 떠올라 기분이 바닥을 쳤다.
"그 말을 하다니, 지뢰 직빵이었어 당신."
"흐응, 내가 그렇게 싫어할 말을 했나? 꽤 자주 들었을 것 같은데."
"닥쳐."
"오우 기분 상했나 봐."
연신 방긋거리는 아오바와 역시 웃는 낯으로 싸늘하게 쏘아붙이는 이자야가 격돌하려는 일촉측발의 순간에.
"멈춰 아오바."
말 한 마디가 뚝 떨어져 내렸다.
아오바는 익숙하다 못해 그립기까지 했던 목소리에 충실히 복종했다. 그리고 명령자에게 눈을 빛내며 시선을 돌렸다.
"선배!"
반가워하는 아오바와는 대조적으로 싸늘하게 얼굴이 굳어있는 미카도가 아오바에게로 걸어왔다.
"이게 지금 뭐하자는 거야?"
짜아악! 살과 살이 맞닿으며 그 힘에 비례하게 통렬한 소리가 울린다.
"저녀석이 감히 선배의 일을 캐고 다녔다고요."
"오리하라군이 내 제자인 걸 알면서도 그런거겠지? 게다가 내가 내 뒤를 캐고 다니는 사람을 눈치 못챘을 거라고 생각해? 내가 알면서도 터치 안 한 것에 개인 네가 손을 댔으니까 때린거야."
아오바는 맞은 뺨이 붓는데도 여전히 웃고있었다. 선배를 지키려고 으르렁댄 거예요. 그건 감안해서 오늘은 이 정도인 건가요?
"알면 조용히 돌아가. 집에서 자숙하고 있어."
"선배의 명령이라면 기꺼이."
보고있던 이자야가 기분나빠질 정도로 정중하게 인사한 그는 쇠파이프를 든채 골목을 빠져나갔다.
이자야는 일단 나이프를 거두어들여 정리하고는 본적없이 냉정한 모습의 미카도에게 시선을 주었다.
가끔 보여주던 차가운 면은 이 성격의 단면이었던 모양이다.
"…선생님?"
평소의 기세등등한 태도는 어디 갔는지 어울리지 않는 어수룩한 모습으로 미카도를 불렀다.
미카도는 꽁꽁 얼어버릴 것 같던 무표정 대신 평소 학생들을 대할 때의 온화한 얼굴로 돌이온채로 이자야에게 몸을 돌렸다.
"……지금쯤이면 뒷조사도 거의 다 끝났을테죠. 어디까지 알았는지도 대충 짐작이 가요. 많이 실망했나요? 제가 선생님이라는 직업과는 정말 동떨어진 과거를 가지고 있어서."
미카도의 물음에 이자야는 예상치 못한 모습에 잠시 흐트러졌던 표정을 수습하며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저는 선생님이 어떤 과거를 가졌더라도 상관없었어요. 지금은……되려 더 좋아졌어요. 선생님의 모든 걸 포용할 수 있는데다 저는 선생님에게 이미 푹 빠져버렸거든요! 이렇게 저를 두근거리게 만드는 사람도 선생님이 처음이고, 스스로도 팔불출이라 생각하는 저를 평범한 학생의 하나로 봐주고 대우해준 사람도 선생님이 처음이에요. 그 외에도 선생님은 저에게 수많은 처음을 주신 분이에요. 알면 알수록 빠져드는 늪과도 같은 분이에요. 이런 제가 어떻게 선생님께 실망따위를 하겠어요?"
이자야가 진지하게 말하는 것에 정비례해 미카도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런 미카도의 반응에 재밌다는듯 미소지으며 이자야가 마지막 일침을 가했다.
"저는 미카도 선생님이 그 누구보다도 선생님에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미카도 선생님이 선생님답지 않은 사람이었다면 저나 시즈가 이렇게 따를 리 없잖아요?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시즈는 감이 좋아서 사람을 판단하는게 제법 정확하거든요. 저도 사람을 판단하는데는 이골이 난 몸이고요. 게다가 저랑 시즈뿐인가요, 다른 녀석들도 선생님에게 정말로 편하게 대하는데 그럴 수 있을 정도로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신뢰받고 있는 거예요."
이자야의 입에서 거침없이 쏟아지는 말들은 미카도를 추켜세우는 내용으로 가득한데다 거기에 이자야가 은근슬쩍 자신의 마음까지 담백하게 얹어 보내오는 것이어서 미카도는 귀까지 빨개진채로 그것을 듣고 있었다.
머릿속으로 대꾸할 적당한 말을 찾는데 집중해 무방비해진 틈을 타 이자야가 미카도의 귓가에 속삭였다.
"선생님 지금 표정 정말 귀여운 거 알아요?"
웃음기어린 목소리에 미카도가 반사적으로 얼굴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는 모습이 귀여워 그런 장난을 몇번이고 쳤던 이자야는 결국 미카도에게 성대하게 꾸중을 듣고 말았지만.
-
"……선배, 오리하라 이자야라던 그 녀석이 무슨 짓 한 건 아니죠? 이상하게 얼굴이 붉은게 혹시 기습키스라던가 당한 건!?"
"얼토당토않은 소리 마. 게다가 그런 말을 하고 있을 입장이 아닐텐데?"
미카도가 거실 소파 위에 정좌한채로 다가오지도 못한채 말을 쏟아내는 것마저 막으며 다가왔다. 아오바는 미카도의 접근에 꼬리가 있었다면 맹렬하게 흔들고 있을 반짝이는 눈으로 미카도를 눈에 담았다.
"<일어나.>"
"네가 나를 걱정해서 나섰다는 것도 있어 정상참작해줬지만 한 번 더 이러면 정말 재미없어 아오바."
"그렇지만 그 오리하라 이자야는 위험해요. 고등학생 주제에 그 정보망이라니. 게다가 속이 새까만 녀석이에요."
"그는 내 학생이야."
"알아요! 그러니까 더 걱정이라고요. 선배는 저는 그렇게 경계하면서 정작 경계해야할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무방비하단 말이에요. 그런데 오리하라 이자야는 선배의 학생이라는 점까지 있어서 선배가 경계하기 더 어려운 상대예요. 그걸 알아줬으면 하는 거예요."
미카도가 질렸다는 얼굴로 아오바를 바라봤다.
"네가 원래 이렇게 잔소리에 오지랖 넓은 녀석이었나…?"
"선배 한정이라는 건 몰라주시나요…."
잔뜩 풀이 죽어 투덜대는 아오바는 여전히 성격과는 영 매치가 안 되는 천진한 외모라서, 외모지상주의라니 그런 속물근성은 가지면 안 돼!! 라고 마사오미에게 여러번 잔소리 들었던 미카도는 어쩔 수 없이 마음이 풀리는 것을 느끼면서도 키도 훌쩍 커서 그다지 키에 변동이 없는 미카도를 앞지른 아오바라서 괜히 쌀쌀맞게 한 마디 했다.
"그야 내가 너의 총장님이니까 그랬던 거겠지. 내가 겨우 찾은 심해였다며."
하지만 미카도에게 그렇게나 집중하는 아오바가 미카도의 변화를 캐치하지 못할 리가 없다. 미카도의 행동패턴도 그렇고 미묘한 목소리톤의 변화도 누그러진 표정도. 아오바는 미카도의 심술에 방긋웃는다.
"에이 이미 풀렸으면서 너무 그러지 마세요~"
"…너 키 커지더니 담대해졌다?"
"조금 정도는 받아주시면 안 되요?"
키가 커도 여전히 앳된 얼굴에 애교를 담은 표정은 객관적으로 귀여움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라 미카도는 작게 한숨 쉬었다.
"진짜 아오바 네 얼굴은 비겁하다고…그 얼굴에 맞는 귀염성 있는 성격이라면 더 귀여웠을텐데."
"은근슬쩍 심한 말 하지 마세요, 저도 상처받는 인간이에요!"
"넌 개잖아?"
"선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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